탐사('04~08)/서유럽 이야기

영국 6 : 추억 더하기 런던

창(窓) 2007. 1. 22. 19:06

도시 하나 바라보는데 4일은 너무나 짧고 아쉽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일찍감치 아침식사를 끝낸 다음 호텔 체크아웃하기 전의 마지막 여정을 챙겨본다.

 

이거 지하철역 직원에게 물어보면 안 될까, 어제 우리가 날렸다고 생각한 이 티켓, 혹시 구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런던도 비엔나처럼 버스나 지하철을 모두 시에서 운영하는 듯한데,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았다.

뭐, 적다면 적은 돈(7파운드)이지만, 쓰지도 못하고 날렸으니 많이 아까웠다.

또, 버스 운행 휴무일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연휴라 여행객이 많으리라 짐작할 수 있음에도, 버스승차권 판매기에

안내문 하나 붙여놓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으므로 어제 승차권 발권은 전적으로 우리만의 과실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직원에게 물어본 결과, 너무나 복잡한 방법을 제시한다.

역내에 비치된 서류를 기재하여 버스 지하철의 운영회사로 보낸 다음, 통장으로 받는 방법이란다.

, 이런 귀찮은 방법이라니, 그냥 인생 수업료 냈다 칠 수밖에.

 

여전히 2층 버스는 재미나다. 재미 정도가 아니라 완전 중독 상태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나의, 아니 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 꿈과 추억이 살아있는 곳인 셜록홈즈 박물관이다.

한때 셜록홈즈의 왕팬이었기에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바로 베이커스트리트 221B번지.

 

셜록홈즈 박물관

런던 느낌의 윤기나는 출입문을 들어서면 셜록홈즈와 왓슨의 얼굴이 가득한 기념품점이 있고, 검게 성장한 아저씨가

지키는 왼편 계단을 오르면 홈즈가 사용했을 듯한 집기과 소품들로 꾸며진 박물관이 있다.

예전에 사진으로 보았던 박물관에는 입장료가 비싸서인지 겨울이라 여행객이 적어서인지 들어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기념품점에는 우리를 포함한 몇몇이 홈즈와 왓슨의 모습이 새겨진 기념품들에 눈길을 주고 있다.

셜록홈즈와 왓슨의 얼굴만 보아도 추리소설에 몰두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셜록홈즈 샵

영화 '해리포터'에서 해리포터가 마법학교로 갈 때 통과하는 9 3/4 문은 여러 노선의 지하철이 교차하는 킹스크로스역에 있다.

베이커 스트리트에서 간단히 지하철로 움직여 이른 킹스크로스 역. 무슨 노선이 이리도 많은지. 게다가 여기 기차역까지 있다.

9 3/4문이 있는 곳을 미리 정확히 알아봤어야 했는데 낭패다.

 

그럼, 역무원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영어 잘하는(?) 큰밥돌이 질문하길 거부한다.

이 나이에 어떻게 해리포터 어쩌고저쩌고하냐고 되니 안되니, 네가 하니 내가 하니 실랑이를 하는 사이에 나타난 흑기사.

작은밥돌은 별것도 아닌 일로 투닥거리는 아빠엄마가 우스워보였는지 자기가 물어보겠단다.

그런데, 9 3/4문은 기차역 8번 플랫폼에 있지만 오늘은 기차 미운행일이라 그쪽으로 가는 길이 셔터로 막혀있다고 한다.

가보니 진짜다.

 

셜록홈즈랑 해리포터를 찾아다니다보니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간다.

짐을 챙겨 호텔을 나와 마블아치 역에서 점심을 먹으며 오후 일정을 의논한다. 그리니치와 윔블던 중 선택해야 한다.

돌아갈 비행기 시각까진 여유가 있었지만 그리니치는 히드로 공항과 너무 멀었기에 공항 갈 때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또 그리니치 가는 경전철 운행 여부도 아직 확인 안 된 상황.

 

윔블던

그렇다면 테니스 대회로 유명한 윔블던으로 가야지.

윔블던으로 가기 전, 다시 노팅힐엘 잠시 들러 거리를 거닐었다.

영화 '노팅힐'은 분명 설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영화 같은 정취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된다. 

 

윔블던, 참 아기자기하면서 예쁜 곳이다. 시 대도시 못지 않게 소도시와 시골도 좋다니까.

 

윔블던 테니스장

윔블던 사우스필드 기차역에서 버스로 3분쯤 천천히 달리면 윔블던 테니스장이 있다.

잿빛 하늘 아래 커다란 경기장엔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중인 경기장에서 이상하게 가쁜 숨이 들린다. 관중석에서도 함성이 울린다. 

우리 말고도 테니스장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또 있네~

 

잿빛 하늘이 남색 병풍으로 바뀌고 있다. 사우스필드역의 가로등이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마냥 밝게 퍼진다.

공항으로 가는 좁은 지하철엔 많은 사람들이 큰 캐리어백을 들고 있다. 우리처럼, 몸은 고단해도 얼굴은 말갛다.

 

로운 마차에 몸과 마음을 실었던 런던. 바퀴가 낯설고 길이 울퉁불퉁해서 덜컹거리기도 했지만, 여행 참 좋다. 

여행에서 돌아온 우리집도 참말로 좋다.

 

< 2006. 12.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