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2022 빈

9월 11일 (일) : 그리움은 빗물처럼

창(窓) 2023. 2. 2. 14:59

숙소 앞 건물

우리 숙소가 있는 건물은 상점 없이 전체가 거주 공간이고, 거실에서 보이는 맞은편 4층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3층 어느 집의 창문이 밤낮없이 항상 열려 있다.

한여름도 아니고, 더구나 며칠 전부터는 밤엔 꽤 쌀쌀해졌기에 밤새 창문을 열어놓고 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밤늦게도, 새벽에도, 아침에도 그 집 창문은 늘 열려 있었다.

 

칼스플라츠역에서 본 캐른트너
알베르티나 모던과 뮤직페라인

오늘 오전에도 어제처럼 구시가로 간다.

물론 어제와 지난 번에 갔던 곳이 아닌 구시가의 다른 지역으로 간다. 빈 구시가는 생각보다 좁지 않다.

트램을 타고 먼저 도착한 곳은 U-bahn 칼스플라츠역 앞이다.

 

Albertina Modern
Musikverein

칼스플라츠역 동쪽으로 걸어가본다. 빈에 살 때도 여행왔을 때도 이쪽으로 온 기억은 많지 않다.

Albertina Modern은 오페라하우스 뒤편에 있는 Albertina와는 달리 이름처럼 현대미술관이라 한다.

Musikverein은 빈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곳으로, 빈에 살 때 황금홀에서 하는 콘서트를 관람한 적이 있다. 건축물 자체가 예술.

 

카페 Museum
카페 Museum

칼스플라츠역의 서쪽으로 몇 걸음 옮기면 카페 Museum이 있다.

여길 빼먹을 순 없지. 3년 전처럼 야외에 앉아 멜랑쉬와 토르테를 주문했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빈 분리파 회관인 세체시온 근처라 클림트 등의 단골 카페였다고 한다.

 

엥, 멜랑쉬 위 우유크림에 무슨 일이 생긴 거지. 평소보다 크림 양은 두 배고, 크림 형태는 제멋대로다. 

여긴 음료나 커피 가격이 다른 카페보다 비싼데 전처럼 좀 예쁘게 해 주지 말이야...

카페 사허, 카페 첸트랄과 함께 빈에서 비싼 카페 중 하나인 카페 무제움은 카페 모차르트, 카페 란트만과 메뉴와 가격이 완전히 동일하다.

 

오토 바그너의 칼스플라츠역

건축가 오토 바그너가 지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칼스플라츠역 건물은 지금은 박물관이다.

유겐트슈틸 양식이라 히칭역 근처에 있는 Hofpavillion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 건축물들이 건립될 당시엔 시민들의 주목을 많이 끌었을텐데, 요즘은 오다가다 자주 보다보니 시야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

 

칼성당 Karlskirche
칼성당 Karlskirche

그러나 정원을 가로지르면 나타나는 칼성당은 늘 그렇듯 엄청난 카리스마를 과시한다.

처음 들어가본, 공사 중이지만 일요일 미사를 진행 중인 성당 안의 위용과 화려함 또한 대단했다.

섬세하면서도 품격 있는 내부를 보면서 듣는 파이프오르간 소리는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빈 공대
5-6년째 공사 중인 국회의사당 : 트램 안에서

칼성당을 나와 트램을 타러 가는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트램 안에서 보이는, 비 내리는 빈 거리가 운치 있다. 숙소로 걸어갈 땐 잦아드는 비, 역시 빈은 우리 편이다.

 

Opernring의 레스토랑 : L'OPERA

늦은 오후 다시 구시가, Oper 앞이다.

H 엄마아빠와 H를 만나는 날. 3년 만인가, 반가운 인사를 나눈 다음, 나란히 레스토랑으로 입장했다.

레스토랑 서버와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H아빠. H아빠의 예전 사무실이 있던 건물이라 자주 들렀던 곳이라 한다.

 

Opernring의 레스토랑

중년의 피아니스트는 우리에게 다가와 국적을 묻더니 '백만송이 장미'-아마도 번안곡-를 연주한다.

코로나19 이야기와 강아지 이야기와 자식 이야기로 그리움의 시간들이 채워지고 있다.

 

정말 오랜만이었지,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또 보자고.

어두워진 빈 하늘, 그리움은 빗물처럼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