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04~08)/빈에서 부친 편지
새해살이를 시작하며
창(窓)
2006. 1. 4. 20:15
눈을 뜨니 서울이 아니라 비엔나였다.
꿈속에서 어딘지 모르는 도시를 헤맨 건 미처 새해 들일 채비가 안된 탓.
9개월 만에 만난 서울은 이상스레 낯설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도, 길고 긴 지하철 열차도, 산을 덮고 있는 고층아파트도.
정말 사람은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라더니
그새 타국의 빛깔에 익숙해졌나 보다.
20년 넘게 살던 내 동네를 들르니 그때서야 익숙함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친구들과 동료, 선배들 모두 내가 서울을 떠나오던 작년 봄처럼
즐겁게 또 볶아대며 살고 있었다.
소중한 가족들 역시 같은 모습으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가서 마주할 내 나라가 있다는 건 작지 않은 축복이었다.
웃으며 떠들 친구들과 가족이 있다는 건 삶의 다사로운 원동력이다.
건조한 유럽의 겨울을 윤기 있고 매끄럽게 지낼 수 있을 듯한 느낌.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그런 느낌을 주는 튼실한 나들이였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요런 돼지를 주고 받으며
새해의 행복을 기원한다고 합니다.
새해에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