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공항엔 비수기가 존재하지 않는 듯, 새벽 6시 20분에 도착한 인천공항 2터미널이 많이 붐빈다.
대한항공으로의 합병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월 14일부터 2터미널에서 운항을 하고 있고,
2터미널 아시아나엔 1터미널에 있었던 프리미엄체크인 공간은 없다.
그런데 아시아나 비즈니스카운터에서 우리는 곧장 출국 수속을 할 수 없었다.
기종 변경으로 인해 이스탄불행 항공기의 수속 자체가 클로징되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기종 변경이라니, 낡은 B777-200에서 A350으로 바뀌는 마법을 부리는 중인가. 설마 그럴 리가.
카운터에 20분을 서있었으나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직원은 근처에 앉아있으면 전화를 주겠다면서 내 폰 번호-확인-를 적었다.
10분쯤 지났을까. 다시 카운터 근처로 간 우리를 그 직원이 찾아왔다.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찾으러 왔다고.
설마, 손에 쥔 내 폰엔 부재중전화가 없다. 잘못 걸었든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든가.
출국 수속에 30분이 걸렸으나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는 그보다 덜 소요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시아나비즈니스클래스 승객은 대한항공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동편라운지 중 잔치국수와 떡국을 먹을 수 있는 우측라운지-한강라면은 좌측라운지-로 입장했다.
예전에 비해 분위기는 차분해졌고 음식은 다양해졌으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건 비슷하다.
게이트에 도착한 오전 9시, 이제 막 탑승이 시작되었나 보다.
그런데, 비즈니스라인으로 들어갔으나 있어야 할 탑승교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보니, 탑승교가 하나다.
인천공항에선 비즈니스클래스 탑승교를 걸어가는 기분이 참 쓸만한데, 그걸 못하게 하는 아시아나.
대형기를, 오직 하나뿐인 탑승교로 기내로 진입하니 역시 B777-200ER, 같은 기종끼리 바꾸었으니 기종 아닌 기체 변경이다.


이번 시칠리아 여행은 불과 3개월 전에 예약하고 계획되었다.
작년 11월, 아시아나앱에서 항공권을 검색하다가 믿을 수 없는 가격의 이스탄불 왕복 항공권-반값-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다.
남편 말처럼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서 서비스도 저렴하게 시작하는 걸까. 탑승객마다 항공권 구입 가격이 다르니 그건 아닐 터.
1-2-1배열 스태거드타입의 비즈니스석은 24석짜리에서 22석짜리로 기체가 바뀌었고 비즈니스석은 만석이다.
아이그너 파우치에 든 어메니티는 작년 봄과 똑같은 안대, 빗, 이어플러그, 립밥, 핸드크림, 페이셜크림, 치약칫솔이 들어있다.
파우치도 색상과 재질만 바뀌었을 뿐 멋없는 디자인은 그대로다.


이륙한 지 30분쯤 지날 무렵, 첫번째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난 쇠갈비구이 쌈밥을, 남편은 블랙트러플 쇠고기안심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전체적으로 무난했으며
한식 메뉴엔 디저트로 과일과 호두정과 및 쑥앙금떡이 나왔고, 양식은 치즈와 케이크가 차려졌다.
이스탄불로 들어가서 파리에서 여행을 마친 작년 봄과, 출국 항공기 기내식이 완전 동일하다.



작년 가을 리스본으로 떠나느라 끝을 못본 드라마 '신사장 프로젝트' 11~12회를 시청한 후 오후 1시반, 간식으로 도토리묵을 청했다.
작년과 같은 맛, 아시아나 장거리 최고의 간식은 도토리묵사발-인천공항 출발편만 제공-인 듯하다.



그리고는 누워있기. 기내에서 잠을 통 못 자는 편인데, 두 번의 식사 전후로 4시간을 잤으니 쾌적한 비행이다.
오후 4시가 조금 안된 시각, 잠에서 깬 남편이 승무원에게 도토리묵을 요청했으나 다 소진되었다 하여 라면을 청했다.


난 김부각을 먹으면서 영화 '천문'을 응시했다.
어쩌다보니 같은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상을 계속 보고 있다.
군주의 꿈과 사대, 군림의 이유-사대부의 문자 독식 관련-와 명분의 기준, 이것들에 대한 질문은 누구에게 던져야 하는 걸까.


어두운 기내, 시계를 서울보다 6시간 느린 이스탄불 기준으로 돌린다.
이스탄불 시각으로 오후 2시, 기내에선 두번째 기내식이 분주히 차려지고 있다.
나는 쇠고기부르기뇽을, 남편은 한라봉간장광어구이를 선택했는데, 역시 작년 4월과 같은 메뉴다.



오후 4시, 이스탄불에 도착했고 입국심사를 마친 우린 탁심 광장으로 가야 한다.
내일 오후, 이스탄불공항에서 시칠리아 가는 항공기를 탈 예정인데 그때까지 이스탄불을 즐기기 위해서다.
우리는 시칠리아 여행을 위해 이스탄불까지 왕복하는 아시아나 항공권을 예약하고, 이스탄불에서 팔레르모와 카타니아까지 오가는
다구간 항공권은 터키항공에서 예매했다. 아시아나는 아직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기에 분리 발권을 했더라도 조건이 맞고 고객이
원하는 경우, 인천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짐을 연결하여 주지만 우린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기에 이스탄불에서 1박을 한 후, 다음날
시칠리아에 가기로 한 것이다.
작년에 이스탄불에서 11박할 때는 하바이스트버스로 탁심과 공항을 오갔으나, 오늘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지하철.
Metro 11호선을 타고 2호선으로 한번 환승하면 되는데, 소요시간이 적고 요금도 저렴해서 검색해본 바로도 괜찮아보였다.


캐리어를 찾아 지하철에 오른 시각은 오후 5시15분, 퇴근 시간인지 객차에 점점 승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진짜 힘든 건 환승역 사이의 거리였다. 캐리어를 끌고 어마어마한 인파 사이를 10분 넘게 걸어야 했는데,
피곤하고 힘들다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여행 첫날부터 대판 싸울 뻔했다.
공항에서 이스탄불 중심가 오갈 때, 짐이 거의 없거나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면 지하철 이동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탁심 광장 근처 호텔에 대충 짐을 풀어두고, 헬기와 군인들이 오가는 탁심 광장을 지나 이스티클랄을 거닐어보고는
작년 봄에 드나들었던 빵집에서 빵을 포장했다. 거리엔 '라마단'을 환히 밝히고 있고 모스크 미나렛에선 아잔이 울려퍼진다.
호텔로 돌아와서 팔레르모 숙소 호스트가 보낸 메시지에 답을 하고, 터키항공 온라인체크인을 했다.
정말 길었던 하루, 이제 밤을 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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