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789)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별 그 후 우리 막내가 강아지별로 떠난 지 반 년이 되었다. 14년 넘게 함께 숨쉬고 생활하던 막내의 부재는 여전히 믿기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아니 오히려 녀석을 향한 그리움의 깊이와 슬픔의 무게는 더욱 절절히 곱씹히고 있다.집 안 모든 자리에서 녀석의 모습이 밟히고, 산책하던 바깥 길목마다 녀석의 환영이 걷고 있다. 주방 개수대에 서면 쪼르르 달려와 간식을 기다리며 내 뒤를 지키던 녀석. 화장실에 앉아있으면 아령 장난감을 가져와 바닥에 씩씩하게 굴리던 녀석. 종일 나만 따라다니다가도 밤에는 꼭 남편 옆구리에 파묻혀 잠들던 녀석.모든 생명체에 친화력을 발휘하여 사람과도 강아지와도 잘 어울리던 녀석. 얼마 전 어느 동영상에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눈물을 흘리는 강아지를 보았다. 그때 내 마음을 움켜쥔 것은 떠.. 더하기 : 우피치의 그리스신화 르네상스 회화의 최고 컬렉션들 속에서 그리스 신화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알려진 거장들의 작품에 주로 눈을 두다보니, 그리고 보아야 할 그림이 너무 많다보니 성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신화 소재 작품들은 스치듯 볼 수밖에 없었다.버거운 체력으로, 우피치 미술관에서 겨우 만난 그리스신화를 살펴본다. 천상의 엄친아인 태양신 아폴론은 음악의 신, 예언의 신, 의술의 신이다.나무를 타고올라 아폴론의 왼팔을 향하는 뱀은 예지력과 의술을 의미하며 의술의 계보는 아스클레피오스로 이어진다.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인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는 부활의 상징이다.헤라의 계략으로 인간 세멜레는 불타 사라지고세멜레 태중의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허벅지 속에서 열 달을 채워 세상으로 나온다.죽다 살아난, 아슬아슬한 출생 과정 때문인지.. 클라겐푸르트 20년 전 가을의 클라겐푸르트 Klagenfurt am Wörthersee.구시가 광장엔 한가로운 가을빛이 퍼지고 뵈아터 호수를 걸었던 어린 아들에겐 짧은 감기가 찾아왔다. 젊고 푸르렀던 우리,2005년 10월의 기억. 9월 9일 (월) : 집으로 가는 시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뜬 아침, 잔뜩 흐린 하늘에선 비가 뿌리고 있다.오전 7시 20분, 아침식사용 빵을 구입하러 내가 좋아하는 빵집 Ströck슈트뢱으로 간다.아침형 인간이 많은 오스트리아에서는 체인 빵집이든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이든 일반적으로 오전 6시면 문을 연다. 슈트뢱 앞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 녀석이 매장 안을 들여다보고 있고, 빵집 안에는 대기 손님이 꽤 있다.아침에 먹을 양만 필요했기에 긴 치즈빵-Käsestangerl-과 검은 넛츠빵만 구입하였는데 우유, 오렌지주스, 크림치즈, 잼과 함께 먹는 빵은 정말 맛있다. 늘 그랬듯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다. 집 정리를 하고 짐을 꾸려 캐리어만 남겨둔 채 오전 10시 20분, 체크아웃을 했다.종이류와 일반쓰레기는 숙소 뒤편에, 플라스틱과 캔.. 9월 8일 (일) : 기나긴 Bäckerstrasse 빈에서 온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남은 한식거리를 쓸어담아 카레, 미역국, 볶음김치로 아침상을 차리고 후식으로 납작복숭아와 마트표 스타벅스아이스커피도 먹었다.오전 9시 50분, 어제처럼 Stubentor역을 향해 U3에 올랐다. 오늘의 첫 일정은 오토 바그너가 모더니즘을 담아 건립한 오스트리아 우편저축은행 Postsparkasse이다. 빈에 거주할 때나 그 이후 여행 왔을 때 지나치면서 본 적은 여러 번 있으나 건물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건 처음이다. 건물 외관은 방수화강암과 대리석을 사용했고 당시로서는 신소재인 알루미늄을 내외부에 활용했으며 실내도 미적으로 디자인했다. 2022년에 빈 응용예술대학이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은행홀은 전시 공간과 카페가 되었다고 하는데, 일요일이라 문이 닫혀.. 9월 7일 (토) : 카페 디글라스에서 오랜 만의 이른 기상이다.어제 다녀온 Melk수도원이 자꾸 마음에 걸려 리플렛을 살펴보니, 19년 전엔 분명 보았으나 어제는 지나친 다른 정원이 있었다.덜렁거리는 성격으로 전환되는 중인 나와는 달리 남편은 다른 정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힘들고 고단하여 패스했다나.어이없는 마음에 약간의 다툼이 있었으나 뭐 어쩌겠는가. 뭔가 빼먹은 듯한 느낌을 그때 거기서 적극 확인하지 않은 내 탓인 걸 말이다. 오전 8시 40분, U3으로 3정거장 이동하여 Stubentor슈투벤토어역에 내렸다.Stubentor에는 지하철역 주변 지하공간은 물론 지상에도 빈 구시가를 둘러싸고 있던 과거 성벽의 흔적이 잘 남아있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Café Diglas까지 움직여본다1875년에 오픈한 Café Dig.. 9월 6일 (금) : 아쉬움 속 멜크수도원 일기예보대로 정말 시원한 아침이다.피렌체에서 아레초에 다녀온 날처럼 오늘은 구름 많고 흐릴 예정이라, 빈 근교인 멜크Melk에 가기로 했다.기후 위기는 9월초 빈 날씨를 한여름으로 만들어버렸기에, 근교 여행은 선택지 없이 햇볕 햇빛이 약한 날이어야 가능하다. 오전 8시 10분, U3에 올라 서역Westbahnhof로 향한다.서역은 지금의 빈 중앙역Hauptbahnhof이 남역이었던 시절엔 수많은 열차가 드나들던 가장 중요한 기차역이었으나 지금은 Westbahn-사철-의 근거지역이고 ÖBB-오스트리아 철도청-열차는 거의 단거리 기차만 운행되는 한산한 역이 되었다. 서역의 발매기에서 Einfach-Raus-Ticket 아인파흐라우스티켓을 구입하려 했으나 컨택리스인 트래블월렛이 원활하지 않아서티켓 오피스를 통.. 9월 5일 (목) : 하일리겐슈타트 나들이 아침 8시가 되자 어김없이 맞은편 성당에서 종소리가 사정없이 퍼지고 있다.Spar에서 구입한 두부를 넣어 차린 즉석북엇국, 한국식품점이나 아시아마트에서 파는 두부 맛에는 미치지 못한다.오전 10시, 느즈막히 구시가로 걸음을 옮긴다. 슈테판플라츠 옆 Stock im Eisen Platz-그라벤과 캐른트너가 만나는 곳-엔 용도를 알지 못하는 그랜드피아노가 놓여있다.생각해 보니 검은색 그랜드피아노는 빈에 머무는 내내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 빈에 살던 15년전 즈음엔 이 자리 근처에서 일반 클래식피아노로 장기간 연주-아마 버스킹-를 하던 젊은 한국여인이 있었다. 첫 목적지는 그제 들렀을 땐 미사 중이라 바로 돌아나와야 했던, 그라벤의 페터성당Peterskirche-베드로성당-이다. 페터성당은 주말은 물.. 이전 1 2 3 4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