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처럼 오전 8시반에 숙소를 나선다.
어제 체팔루 가는 기차에서처럼 오늘 몬레알레 대성당 가는 버스-104번과 389번-에서도 어김없이 검표원이 등장한다.


팔레르모 남쪽에 위치한 몬레알레는 팔레르모 광역 행정구역에 속하기 때문에, 팔레르모 교통권-우린 1일권-으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껏 푸른 아침, 고지대에 자리잡은 동네라 가파르지 않은 경사로를 한참 걸어야 했고, 대성당 앞엔 한국단체여행객들이 모여있었다.



몬레알레 대성당에 이르니 나르텍스에 티켓부스가 있고 그 앞엔 입장료를 알리는 커다랗고 파란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엔 대성당 컴플렉스 또는 컴플렉스+대주교궁전의 입장료만 명시되어 있었기에, 티켓부스 앞에 서 있던 직원에게 우린 본당만
볼 거라 하니 귀찮다는듯 10유로라고 한다. 본당은 무료입장으로 알고 있기에, 다시 한번 직원에게 오직 본당만 본다 하니 그제서야
들어가란다. 성당 본당의 왼쪽 채플과 수도원쪽 회랑, 종탑, 박물관 등은 유료공간이라 컴플렉스 티켓을 구입해야 입장할 수 있다.


몬레알레 대성당은 수도원과 왕궁을 포함하여 1174년에 건축이 시작되었다.
노르만양식의 두 탑과 3개의 앱스가 인상적인 대성당은 내부 전체가 비잔틴양식의 거대하고 화려한 황금 모자이크로 덮여있으며,
특히 중앙제대 뒤 앱스의 모자이크는 오른손을 들어 축복하는 전지전능한 '판토 크라토르'를 묘사하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으나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몬레알레 대성당 내부엔 이미 관람객들이 가득하다.


대성당 내부를 황금빛으로 장식하고 있는 모자이크는 구약성서과 신약성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담과 이브, 노아의 방주 등 구약을 비롯하여 예수의 생애, 사도들의 이야기, 카톨릭 성인들의 스토리 등이 천장과 벽면을
2200kg 황금으로 빼곡하고 찬란하게 그리고 눈부시고 선명하게 채우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대성당을 선점한 여러 단체여행팀-한국단체1팀, 나머지는 백인어른단체,학생단체-이 빠져나간 성당 내부가 한산해졌다.
고개를 들고 다시 벽면을 구석구석 살펴보니 엄청난 호화로움과 아름다움에 다시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앱스와 아치, 프리즈엔 성인들이 금빛으로 새겨져 있고, 뒤편 벽면과 기둥 위 벽면엔 카톨릭 스토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성모자 그리고 미카엘대천사와 가브리엘대천사가 빛나고 낙원추방, 이삭의희생, 나비첼라, 오병이어 같은 에피소드가 빛나고 있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 몬레알레 대성당을 나와서 주변을 걸어본다.
타 민족으로부터 지배 받는 것이 일상이었던 과거 시칠리아 주민들은 이 호화로운 성당에서 무엇을 간절히 기도했을까.


몬레알레에서 389번 버스에 올라 20분을 머문 후 104번 버스로 환승하여 숙소로 돌아오니 딱 정오다.
치아바타를 버터와 치즈로 채우고 주스와 무화과쿠키를 곁들여주니,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가 되었다.



자고 쉬고 나니 오후 5시, 그제와는 다른 곳으로 늦은 산책을 가기로 했다.
사람들 가득한 넓은 광장의 이 역동적인 건축물은 1891년, 클래식 공연을 위해 건립한 폴리테아마 가리발디 극장이다.
그리고, 그 근처 현대적 건물들 사이에서 눈에 확 띄는, 아기자기하고 멋스러운 건축물은 1914년에 완공된 비온도극장으로,
현재는 18세 이상만 출입가능한 곳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오늘 저녁 산책의 최종 목적지는 쇼핑 거리를 지나서야, 오후 6시인 일몰이 지나서야 나타난 팔레르모 마시모극장.
1897년에 지어진 이곳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오페라극장으로, 객석이 1400석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딱 이 부분만 신고전주의 양식-팔라디움-인 정면 파사드의 돌출된 중앙에, 이탈리아 국기의 3색이 빛나고 있다.
스페인을 듬뿍 느낀 팔레르모 여행이었는데, 시칠리아는 이탈리아로 편입된 지 이미 160년이 넘었음을 굳이 알려주는 듯하다.


남은 식재료를 털어 감자호박버터구이와 모차렐라샐러드을 저녁 식탁에 올리고 라볶이까지 추가하니, 최고의 성찬이다.
캐리어를 단단히 꾸려야 하는 지금은 팔레르모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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