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전, 잠에서 깨었다.
시차 적응이 안 된 상태니 앞으로 며칠 동안은 쭉 이럴 터.
거실 창을 여니, 일출을 보러 포르타스두솔 전망대에 서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알파마 한가운데에 자리한 우리 숙소는 넓지는 않지만 전자렌지, 오븐, 세탁기까지 갖춰진 곳이다.
아침 떡라면을 먹은 후 캡슐커피머신에 커피를 내리려고 커피캡슐을 찾아보니 8박 내내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이 마련되어있다.
커피 맛이 훌륭함은 물론이다.



오전 10시반, 판테온을 향해 오래된 알파마 지구를 오르내린다.
흰구름 퍼져있는 푸른 하늘이 말도 못하게 환상적이다.
오늘 오전의 최종 행선지는 숙소에서 900m 떨어진, 산타아폴리니아 기차역 안에 있는 Pingo Doce핑구도스 슈퍼마켓이다.
알파마 지구의 유일(?)한 단점은 장을 볼만한 마땅한 마트가 없다는 것인데, 기차역 핑구도스 역시 최선 아닌 차선이기는 하지만
알파마의 미니마켓들보다는 품목이나 가격에선 훨씬 낫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저너머 보이는 테주강 따라 천천히 걷는다.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노래가 들려오던 파두박물관과 그 앞 알파마의 작은 광장은 2023년 4월의 기억을 고스란히 건네준다.
이 광장으로부터 이어진 계단을 두어 차례 오르면 그때 머물렀던 300년 넘은 숙소 건물이 있다.



어제 짐을 푼, 현재 숙소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가파란 계단들 곁으로는 알파마 지구만이 간직한 세월의 자취가 온전히, 또 고이 펼쳐진다.



여러 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리스본, 그 중 가장 오래된 알파마를 느끼려면 당연히 계단을 오르내라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거 하겠다고 또 알파마에 숙소를 정해버린 우리다.


빵, 바칼라우, 샐러드 등을 점심으로 챙겨먹고 나니 하릴없이 잠이 쏟아진다.
그럼 잠깐 눈 좀 붙이지 뭐. 오후 3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딱 1시간만 자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잠에서 깨어난 시각은 밤 9시반, 남편은 8시에 깼다고 한다.
뭐, 그럴 수 있다, 아니 그래도 된다. 인생이 그렇듯 여행도 뜻대로 예정대로 다 되는 건 아니니까.

창 밖 어두운 거리엔 드문드문 사람들 모습이 비쳐진다.
거실 창을 여니, 좁은 골목 안을 채우고 있던 정어리 굽는 냄새가 훅 들어온다.
한 나절을 잠으로 채워도 좋은 리스본, 내일 또 잘 일은 없겠지.
평온한 리스본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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