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깨어, 나흘 후에 볼 파두 공연을 예약했다.
2년반 전, 리스본 파두박물관에서 만난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는 매우 경이로웠고, 파두를 고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난 넘사벽인 호드리게스에게 매료되었을 뿐 여행객 대상의 파두 공연을 접할 마음은 없었는데, 남편은 나와는 달랐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이번엔 남편의 의견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캡슐커피머신으로 추출한 커피가 정말 맛있다.
날씨마저 환상적인 오전 9시반, 테주강으로 향한다.



리스본에서 오프라인으로 교통티켓을 구입하거나 충전할 때는 지하철역 창구나 발매기에서만 가능하다.
구시가인 알파마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Terreiro do Paço나 Santa Apolinia이고, 우린 코메르시우 광장 근처의
아우구스타 거리에 가야 할 일이 있기에 동선상 가장 나은 Terreiro do Paço역으로 온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24시간 티켓-나베간테카드와 24H-을 구입한 후 올라온 여객선터미널, 이곳에서 바라보는 테주강이 아주 멋스럽다.



지난 번 여행에 이어 또또 안 챙겨온 남편 벨트를, 아우구스타 거리로 가기 전, 어느 기념품샵에서 구입했다.
아우구스타로 가던 목적이 벨트 구입 때문이었는데 거기까지 안 갔으니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코메르시우 근처의 성모마리아 성당은 건물 사이에 들어서있다보니 스쳐지나기 쉽다.
부조가 아름다운 '옛성모의 문'은 15세기에 건립된 '자비의 성모성당' 중 유일하게 1755년 리스본대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았기에
이 문을 그대로 살려 지금의 성모마리아 성당을 세웠다고 한다.
차분한 성당 내부엔 중앙제대가 놓여있고 벽면엔 성베드로와 성바울 조각상이 신자석을 내려다보고 있다.



리스본대성당 앞을 지나고, 2년반 전에 1주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 앞을 지난다.
지난 리스본 여행 때 여러 번 들렀던 빵집 '알파마도스'도 그곳에 그대로 자리해 있다.



커피를 요청하고, 나타와 두 가지 빵을 더 주문한 후 안쪽에 마련된 좁은 테이블에 앉았다.
알파마도스에서는 이 오래된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셔줘야만 알파마의 정취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다.



기온 28도인 오후 3시, 다시 밖이다.
28번 트램에서 24시간 교통티켓을 태그하여 오픈하고 비카 푸니쿨라 정류장으로 간다.
그러나 글로리아 푸니쿨라 사고-9월-로 인해, 리스본의 모든 푸니쿨라-아마 서너 곳-는 운행하지 않았다.
이미 인지한 정보였고, 운행했어도 어쩌면 타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이곳에 온 까닭은, 비탈길에 정차해있는 푸니쿨라 뒤로
아련히 보이는 테주강 때문이다.


비카 푸니쿨라 근처에 있는 카몽이스 광장으로 간다.
10월 리스본은 여름이고, 사람들은 볕이 쏟는 광장 중앙은 비워둔 채 광장을 둘러싼 나무 아래를 지키고 있다.
지하철로 1정거장을 움직여서 시아두역-걸어가도 됨-에 이르면 피게이라 광장과 호시우 광장이 우리를 맞는다.
광장마다 문양을 새긴 돌바닥은 포르투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돌바닥은 '칼사다 포르투게자'라고 하는데, 도로 포장 인부 '칼세테이로'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된다고 한다.
돌바닥 차도는 차량 소음과 속력을 줄여주고, 건물에 대한 충격을 흡수하는 장점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 돌바닥을 매우 싫어한다.
아니 돌바닥으로 된 인도를 싫어한다. 여행자로서는 캐리어를 끌기 어렵고, 무엇보다 발과 다리에 주는 자극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건 돌바닥은 유모차나 휠체어의 이동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도밍구스-산도밍고,산도미니카-성당 근처 한쪽 공간에 아주 많은 흑인들이 모여있다.
1세기 정도 반짝(?)했던 포르투갈 대항해시대, 그들의 노예무역 대가는 리스본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13세기에 세워진 상도밍구스 성당은 대지진으로 파괴되었고, 20세기 화재 이후 성당 내부는 화재 흔적을 안은 채 복원되었다고 한다.
상도밍구스 성당 신자석에 앉으니 어느 거친 세계를 표류하는 기분이 든다. 여느 성당이 주는 안온함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상도밍구스에서 마르팀 광장까지 걸어 이동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타야 할 세뇨라두몬테 전망대 가는 버스는 제시각에 오지 않았고 우린 버스를 기다리다 지쳐버렸다.
여기 콘티넨테에 들렀다가 바로 숙소로 들어가자고. 두몬테 전망대는 이틀 후에 가면 된다.


734번 작은 버스는 엄청난 비탈길을 덜컹거리다가 숙소 근처에 멈췄다.
계단과 경사 투성이라도, 멋지기만 한 알파마.
이곳에 머문 이 시간들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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