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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여행일기]/2025 리스본·세비야·마드리드

10월 14일 (화) : 테주강 물결 따라

숙소 근처 : 알파마지구 트램정류장

오늘도 여지없이 새벽에 떠진 눈.

일찍 깬 김에 아침 일출을 조망하러 가기로 한다.

낮 기온은 30도에 가깝지만 역시 10월이라 해 뜨는 시각은 오전 7시반 즈음, 일출 보기에 최적이다.

 

28번 트램
포르타스두솔 전망대

오전 7시, 우리에겐 오늘 오후 3시까지 유효한 24시간교통티켓이 있으니 걸어도 될 거리(?)건만 굳이 28번 트램을 탄다.

이른 시각이라, 트램 내부가 거의 비어있다. 리스본 28번 트램은 역시 아침 일찍 타야 여유롭고, 그래야 올드트램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포르타스두솔 전망대 뷰
포르타스두솔 전망대 뷰
포르타스두솔 전망대 뷰

한국인 많은, 포르타스두솔 전망대와 그 옆 산타루치아 전망대를 오가며 해돋이를 기다린다. 

두 곳 중 오래 머무르면서 우리가 선택한 곳은 숙소 거실 창에서 보이던, 넓은 포르타스두솔 전망대.

'태양의 문'이란 근사한 이름처럼 그곳에서 테주강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해를 온전히 맞았다.

사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일출과 일몰에 무신경한 편인데, 이번 여행에선 알 수 없는 이유로 두어번 넘게 해를 맞고 해를 보냈다.

 

숙소 거실 뷰
빨래터

오전 9시, 어제처럼 또 그제처럼 성당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9시반, 이번엔 외출 채비를 제대로 갖춘 후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벨렝으로 가는 728번 버스는 2년반 전처럼 정류장을 그냥 지나쳐버렸고, 곧이어 승객이 몇 없는 다른 728번 버스가 우리 앞에 정차했다.  

 

테주강 쪽에서 본 제로니무스수도원
발견기념비 앞
발견기념비

우리가 벨렝 지구에 온 이유나 목적지는 파스테이스드벨렝이나 제로니무스수도원이 아니다.

2년반 전에도, 오로지 회랑만 있는 수도원과 그곳의 정교하지 않은 장식 그리고 긴 대기줄은 우리의 수도원 입장을 만류했고,

그때 경험한, 바삭함을 넘은 단단한 파스테이스드벨렝의 나타는 입맛에 맞지 않기에, 둘 다 행선지는 아니다.

 

벨렝 테주강
공사 중인 벨렝탑과 도보 중인 갈매기들
벨렝탑

그저 코메르시우 광장 쪽과는 다른 조망을 지닌 테주강을 보러 온 것이다.

넓디 넓은 강 건너편에 자리한 다른 지역을 바라보고, 벨렝탑 옆 강물이 바다처럼 물결치는 모습을 구경하러 왔을 뿐이다.

늘 그렇듯 테주강은 멋스러웠으나 벨렝탑은 통째로 공사 중이다. 벨렝탑 곁에 가까이 갈 이유가 사라졌다.

 

LX Factory 근처 어느 동네
LX Factory 근처 초밥식당

벨렝에서 15E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LX Factory 근처에 있는 초밥 뷔페다.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연어의 퀄리티가 괜찮고 초밥 외에 여러 아시아 음식과 디저트를 주문할 수 있다.

사실, 이곳은 점심식사 후 LX Factory에 가려고 LX 근처 음식점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가성비 식당이었다.

그런데 다리가 많이 아팠고, 넓은 LX Factory를 들러볼 체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냥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무한리필 초밥식당

 LX Factory 근처 동네에서 다시15E 버스를 탔고,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하차했다.

체력은 남아있지 않았으나 나타 먹을 기운은 남아있었기에, 나타를 구입하기 위해 아우구스타 거리를 꽤 걸어야 했다.

 

코메르시우 광장
아우구스타 아치 : 바스쿠다가마(왼쪽), 퐁발후작(오른쪽)
아우구스타 거리

아우구스타 거리는 인적이 넘치고 돌바닥은 여전히 울퉁불퉁했다.

오직 나타에 대한 집념으로, 서로 가깝지 않게 자리잡은 만테이가리아와 파브리카다나타에서 오늘 먹을 나타 2개씩을 구입했다.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 : 아우구스타거리 옆
만테이가리아 나타
파브리카 다 나타

이른 아침-안 하던 짓-에 나다녀서 그런지, 오늘 많이 걸은 것도 아닌데 유난히 다리가 아프다.

이젠 한 발자국도 못 내디딜 상황, 다행히 버스와 트램을 잘 타고 숙소로 무사 귀환했다.

 

파브리카 다 나타(왼쪽) & 만테이가리아 나타(오른쪽)

거실 창 밖 빨랫줄에 널어놓은 수건과 옷을 걷은 후, 고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초저녁잠에 빠졌다.

잘 자고 잘 깨어난 후 맞이하는 저녁 메뉴는 두 가게의 나타와 신선한 청포도 그리고 과립 가득한 오렌지주스.

시나몬향 그윽한 만테이가리아 나타도, 필링 부드러운 파브리카 다 나타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다 맛있다.

 

고단함이 온몸을 감싸는 날.

모든 것은 다 미루고 이른 취침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