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반 전, 첫번째 포르투갈 여행에선 리스본대성당에 입장하지 않았다.
리스본에 1주일 머물면서도, 오가며 성벽처럼 단단한 모양새를 바라만 보았을 뿐 들어갈 마음을 갖지 않았다.
투박한 로마네스크 외관에, 별것 없어 보이는 내부, 그런데 입장료까지 받는 성당이라니 입장할 이유가 없었다.



같은 여행지를 두 번 이상, N회 가게 되면 보는 것이 달라지고 생각과 느낌에도 차이가 있다.
처음에 외면했던 곳을 나중엔 새삼 가게 되고, 또 처음엔 알지 못했던 곳을 이후엔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방문하게 된다.
10월의 리스본대성당은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
2년반 전보다 인상된 입장료 7유로를 지불하고, 로마네스크과 초기 고딕이 섞인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12세기에 건립된 리스본대성당은 1755년, 도시의 85%가 파괴된 리스본대지진으로 상당 부분 손상되었으나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로마네스크 장미창과 아치 그리고 고딕식 다발기둥과 첨두아치가 적절히 조화된 내부는 한산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리스본 대성당-대주교 성당-에서 가장 멋진 곳은 앱스 뒤쪽의 주보랑이다.
주보랑 채플이 늘어선 U자형 통로를 걸으면 마치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어떤 세계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위층에서는 높은 시선에서 대성당 내부를 바라볼 수 있고, 12사도를 스태인드글라스로 새긴 장미창도 코앞에서 볼 수 있다.
눈높이가 맞아떨어지는, 반복되는 아치 형태를 지닌 대성당 천장 라인이 고우면서도 강인해 보인다.



대성당 위층이 주는 특권은 두 개의 작은 외부 테라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조망권이다.
외부를 조망할 수 있는 장소는 장미창 쪽과 보물실 쪽 두 곳에 있는데, 각각 보이는 시야가 살짝 다르다.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리스본 대성당을 나오니, 그 앞은 완전 인산인해다.
대성당 옆 산투안투니우 성당 앞도 인파가 엄청났는데 오히려 성당 안 본당은 꿈결처럼 고요하다.



하늘이 아주 제대로 푸른 날이다.
뿌옇고 흐렸던 그저께의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다시 산타루치아 그리고 포르타스두솔 전망대로 향했다.


오늘따라 리스본대성당에서도, 포르타스두솔에도 백인단체투어객들이 많았는데 크루즈 2대가 테주강에 정박한 영향인가 보다.
대성당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던 한국어가, 포르타스두솔 전망대에서는 사면에서 들려온다.



포르타스두솔 근처에 작은 만테이가리아 나타 샵이 있으니 또 구입해야 한다.
숙소로 돌아와 오징어와 치즈를 듬뿍 넣은 떡볶이를 먹고 나니 온몸이 나른하고 고단하다.
사흘 전에 시청한 1회에 이어 '태풍상사' 2회를 넷플에서 재생했다.
IMF 구제금융 때인 1997~1998년이 배경이라 흥미와 관심이 지대했고, 드라마 초반은 흡인력 있게 시작되었다.
IMF 구제금융 시절인 1998년, 당시 남편은 대기업에 다녔는데 상당 기간 동안 퇴직의 두려움-나-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실제로 남편 부서의 옆 부서가 통째로 없어지게 되어 모두 강제퇴직한 일도 있었으니, 상류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힘든 때였다.
남편은 물론이고 나랏녹을 먹던 나 역시 상여금이 반으로 줄었기에, 더 졸라매고 더 절약할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나흘 전에 예약한 파두 공연 시작 시간은 오후 5시다.
공연 시작 20분 전에 공연장에 도착했으나 문이 닫혀있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
4시 45분이 되자 공연장 문이 열렸고 0층에 자리한 작은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공연 시작 5분 전, 한 청년-알고보니 기타리스트-이 건네주는 진지냐-진지냐와 포트와인 중 선택-와 물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 말고는 관객이 전혀 없어서 어찌된 것인지 물어보니 우리 말고 예약한 관객이 2명 더 있다고 한다. 허걱.
사실, 파두 공연을 하는 식당은 싫어서 식사 없이 오직 파두만 하는 평점 좋은 공연을 예약했는데, 관객이 단 4명이라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자, 파두에 대한 안내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20대 여가수와 20대 남자 기타리스트 겸 가수 그리고 공연장의 책임자이자 물주(?)로 보이는 중년 남자 기타리스트가 한 팀이다.
동양인 중년 남녀-아마 싱가폴인-는 10분 지각했고, 이 프라이빗하고 감명 깊은 공연은 예정보다 더 길게 1시간10분 동안 이어졌다.
엄청난 가창력을 지닌 여가수의 음성은 애절했고, 젊은 기타리스트의 포르투갈 기타-12줄-연주는 형언할 수 없이 감동적이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파두 공연장에서 멀지 않은, 판테온 근처 식당으로 간다.
소박하고 깔끔한 내부 좌석에 앉아 맥주와 문어밥, 농어-또는 도미-구이를 주문했는데 착한 가격, 최고의 맛이다.
이곳은 관광지 물가 아닌 현지생활 물가-포르투갈 2024년 1인당GDP는 한국보다 $4500 낮은 $28,100-에 가까운 맛집이었다.



기분 좋게 서늘한 알파마 밤 거리.
이 거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는 오래도록 기억될 낭만을 자아낸다.


숙소 거실 창에서 보이는 공간에서는 며칠째 강행군 중인 기나긴 그림-외벽 부착용(?)-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근데, 우리도 요새 강행군이었나. 어제 오비두스에 다녀온 후부터 다리가 당기고 뻐근해서 살펴보니, 정강이에 붓기가 있다.
아주 곤히 잘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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