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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여행일기]/2025 리스본·세비야·마드리드

10월 19일 (일) : Rede Expresso 버스를 타고

완성작 (아마도)

거실 창 밖, 크고 긴 완성작-아마도-이 야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포도와 커피를 먹고 마신 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먹을 빵과 사과를 챙겼다.

 

알파마지구

캐리어까지 단단히 꾸려놓은 다음, 알파마 산책에 나선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 알파마 지구,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시큰하다.

 

산투에스테반 성당
산투에스테반 성당의 성세바스찬(가운데)

어젯밤에 갔던 에스테반 전망대로 먼저 가보니, 미사 준비 중인 작은 에스테반 성당 문이 활짝 개방되어 있다.

벽감이 만든 작은 채플들엔 조각상이나 종교화는 들어서있지 않은 채 역시나 카톨릭 조형물-인형-만이 자리하고 있고,

그 사이에 배치된 낡은 그림은 화살 맞은 '성세바스찬'이고 다른 그림은 대천사가 지켜보고 있는 '예수의 탄생인'가 보다.

 

산투에스테반 전망대
산투에스테반 전망대
산투에스테반 전망대

숙소에서 가까운 에스테반 전망대를 미리 알았다면 이 조망을 매일 즐겼을텐데 살짝이 아쉽다.

체크아웃하러 숙소로 돌아가는 걸음마다 멋스러운 정경이 눈길을 동여매고 있다.

손에 천구를 든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아줄레주와 파두를 부르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벽화가 알파마를 곱게 단장하고 있다.

 

알파마
살바토르 문디 : 세상을 구원하는 자
공사 중인 건물의 벽화 : 오른쪽은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리스본 공항에서 이곳에 올 때처럼 경사길을 100m쯤 이동하여, 트램 길에서 Bolt를 호출했다.

볼트 택시는 트램과 툭툭이에 밀려,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으나 목적지인 오리엔테터미널까지 예상대로 딱 20분이 소요되었다.

 

Rede Expressos버스는 출발 시각인 12시보다 5분이상 지연되었고, 좌석이 반도 차지 않은 버스엔 승객들이 뒤편에 몰려있다.

아마도 홈페이지에서 버스 티켓을 예약할 때 자동으로 뒤쪽부터 자리-좌석 선택권 없음-를 채웠기 때문일 것이다.

밀도 높은 자리에서 햄브레드와 사과를 먹은 후 오후 1시반, 비어있는 쾌적한 중간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사이 버스는 인도 항로를 발견한 바스쿠 다 가마의 이름을 딴 바스쿠다가마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리스본 인근의  테주강에 놓인 바스쿠다가마 다리는 유럽에서 가장 긴 교량으로, 길이가 12.3 km에 이른다고 한다.

 

리스본 오리엔테 버스터미널
바스쿠다가마 다리에서 본 테주강
알부페이라숙소 침실

와이파이 신호가 강력한 버스는 계속 평원을 달린다.

알부페이라 숙소로 인해 어제부터 마음이 매우 불편했기에, 버스 안에서 난 에어비앤비 고객센터에 문의글을 남겼다.

 

'여행 10개월 전, 선택지 많은 숙소 중 1층이라 명시된 이 숙소를 예약했으나 어제 지상층-0층-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이 숙소가 외부와 외관이 이러한 지상층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다면 절대로 이곳을 예약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약 당시 이 숙소는 알부페이라의 평균 가격이었고, 이곳보다 입지 좋은,-지상층 아닌- 비슷한 가격의 숙소가 많았다.

이 상황은 호스트와 직접 관련은 없고 에어비앤비 자체의 한국어 번역 오류의 문제다.'라고.

 

뒤늦게 알게 된, 호스트가 올린 영어 원문엔 지상층-Ground Floor. 0층-으로 나와있으나 한국어로는 '1층'으로 명시되어있다.

일반적으로 유럽 아파트에서 0층과 1층은 다르다. 중심가나 상점가에서 0층은 샵으로 쓰이고 주택가에서 0층은 공동 현관,

창고, 쓰레기장, 주차 공간 등으로 사용된다. 물론 아주 최근에 지어진 최신형 아파트는 용도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1층으로 알고 있던 숙소가 0층에 있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에어비앤비에 게시된 숙소 외관 사진 (숙소 위치를 명확히 표시했어야 함)
실제 숙소는 푸른 색의 1층이 아닌 붉은 색의 0층 (출처:구글맵-캡처)
알부페이라 숙소 입구와 외관

버스는 오후 2시경, 10분 정도 휴게실에 정차했고 15분 지연된 오후 3시, 알부페이라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에서 숙소까지는 걷기에 아주 먼 거리는 아니었으나 포르투갈 돌바닥을 버티기 힘든 캐리어-사람도 돌바닥은 힘듦-가

있었기에 Bolt 택시를 호출했고 숙소까지 안전하게 또 금세 바래다주었다.

 

차들이 달리고 사람들이 오가는 시끄러운 거리, 출입문 키박스에서 열쇠를 꺼내어 셀프체크인한 숙소 내부는 꽤 괜찮았다.

공간이 넓었고, 없는 게 없을 정도 -와플제조기,분쇄기,전동거품기까지-로 모든 기구들이 갖춰져 있었으며 물, 음료, 햄, 치즈, 계란,

빵, 1회용 잼, 1회용 버터를 비롯하여 커피캡슐, 양념, 키친타올, 냅킨, 랩, 호일, 1회용 샤워젤과 샴푸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알부페이라 숙소 건물의 옥상 뷰
알부페이라 숙소 건물의 옥상 뷰

창문을 열어보고 짐을 풀다보니, 염려했던 대로 이 숙소의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난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소음과 매연이 엄청나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높이가 딱 맞아서 창문을 통해 내부가 훤히 보인다.

나란히 있는 두 창문은 거리를 향하고 있기에 치안이 걱정스러운 입지라서, 외출시나 밤에는 항상 창문 밖 셔터를 내려야 한다.

그런데 창문을 닫으면 집 안이 매우 어둡고, 창 밖 셔터까지 내리면 완전 암흑 세상이다.

 

숙소 내부만 좀 괜찮았을 뿐 외관과 주변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잠시, 이 숙소가 껴들어있는 건물의 옥상에 올랐다.

키박스에 들어있던 열쇠 중에는 숙소 출입문 열쇠와 아파트 옥상으로 가기 위한 진짜 '1층' 공동 출입문의 열쇠도 함께 있다. 

옥상에서 바다와 주변 경치를 보니 위안이 좀 되나 보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것 같다.

 

알부페이라 쇼핑몰 안의 콘티넨테

오늘 해지기 전에 가야 반드시 할 곳이 있었다. 

동네 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850m를 걸어서 간 곳은 포르투갈 체인 슈퍼마켓인 Continente 콘티넨테다.

대서양을 마주한 도시에 왔으니 기본 식재료 외에도 문어, 새우, 홍합을 카트에 한아름 듬뿍 올려야 한다.

 

여행 전날부터 심하게 덜컹거린 알부페이라.

낙심과 한숨을 딛고 이곳에서 우린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