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지 않은 아침 알람이 울렸으나 몸을 일으키지 못했으니 컨디션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해뜨지 않은 아침, 알부페이라 숙소의 넓은 주방에 자리잡은 세탁기를 돌려놓고 어제와 똑같은 조식을 먹었다.


알부페이라 여행 3일째, 하늘은 흐리고 빗방울마저 오락가락한다.
가깝지 않은 Lidl 마트 가는 길, 리스본 알파마보다는 덜하지만 가파른 경사가 만만치 않다.
Lidl에서 장을 보고 나오니 반갑지 않은 가랑비가 날리고 있고, 잠시 기다리니 다행히 비가 그쳤다.


여전히 구름 가득한 오후 3시, 어제 갔던 서쪽 해변 대신 알부페이라 해변 동쪽으로 간다.
서쪽 해변엔 엘리베이터가 있고, 동쪽 해변에선 야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절벽 언덕 위로 올랐다.
절벽 언덕 위 전망대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사진 스팟인 깜찍하고 큼직한 조형물들이다.



매우 긴 해안선을 자랑하는 알부페이라 해변과 그곳에 자리한 긴 절벽 언덕.
그 덕분에 동쪽 전망대는 어제 갔던 서쪽 전망대와는 또다른 조망을 선사해 준다.
구름 덮인 날인데도 절벽과 해변은 온통, 곱게 짙은 황금빛이다.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가물거리고 우리는 하얀 건물 앞 벤치에 앉았다.
그곳에서 파도 치는 바다와 가늠할 수 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니 상념 없이 그저, 이 정경이 좋기만 하다.
절벽 언덕에서 내려와 바다로 길게 뻗은 데크 끝에 서니, 바다에 떠있는 것 같다. 데크에서 느끼는 해변이 참 새롭다.



해변 앞 크지 않은 어부 광장엔 '어부 기념비'와 돌로 만든 조형물들이 있다.
그물을 손질하고 어선을 끄는 어부들과 그 뒤에 나란히 선 아내와 아이들, 강아지의 모습이 애잔하다.
이는 알부페이라 옛 어부들에게 바치는 거룩한 헌사라고 한다.


날지 않는 갈매기들은 모래톱에서 먹이를 찾고 있고, 물결 앞 선베드는 이미 파라솔을 접어두었다.
하늘은 저편에서 넌지시 푸른 빛을 드러내고, 해변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요하고 평온하다.


다시 절벽 언덕인가 보다.
눈앞에 출현한, 독특한 조형물과 건축물은 옛날 성으로 통하는 출입구인 성안나 문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이곳에 있던 성안나-성모마리아 어머니-성당은 1755년 대지진으로 무너졌고, 이후 새로운 성안나 성당은 다른 곳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절벽 언덕과 기나긴 해변을 2시간 넘게 산책하는 동안 해는 내내 보일 듯 말 듯하다.
날이 쾌청했더라면 풍경의 아름다움이 곱절이 되었을텐데, 살짝 아쉽기는 하다.



거리명이 부착된, 건물 벽면의 통일감 있는 아줄레주가 참 예쁘다.
이 멋진 거리를 뒤로 한 채, 길지 않은 동굴을 지나고 얕은 비탈길을 걸어올라 밝지 않은 숙소로 돌아왔다.



나는 심리스릴러 드라마는 좋아하지만 응원 팀의 아슬아슬한 스릴러는 즐기지 못한다.
승리한 오늘은 플레이오프 3차전 하이라이트 영상을 세심하게 시청하면서 기쁜 시간을 즐겼다.
저녁식사의 메인 메뉴는 맛있는 연어샐러드와 환상적인 바칼라우크로켓, 올리브와 된장찌게를 곁들이니 더 환상적이다,
길가로 난 두 개의 창문을 닫고 창 밖 셔터를 내렸다.
어제 밤잠이 짧았던 덕에 오늘은 새나라의 어른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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