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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여행일기]/2025 리스본·세비야·마드리드

10월 22일 (수) : 아리페스해변에서

알부페이라 중심광장

어제 아침 건조대에 널어둔, 온전히 하루를 지낸 빨래가 전혀 마르지 않았다.

아마도 이 집이 지상층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바닷가라서 습도가 높은 이유도 있으니까.

거리엔 비가 내렸으나 다행히 오래지 않아 그쳤다.

 

올드타운 빵집

오전 11시, 상점들이 늘어선 올드타운으로 움직인다.

사실, 올드타운이라 불리는 동네보다 그 주변이 더 구시가 같은 알부페이라.

암튼 올드타운에 있는 유일(?)한 빵집에 앉아서 나타와 타르트 그리고 아바타난도-카페 룽고-를 주문했다. 평범한 맛.

 

빵집을 나와서 몇 걸음 걸었을까.

우리 막내를 닮은 녀석이 총총 돌길을 걷고 있다.

견주의 승낙을 받아 녀석을 쓰다듬으니, 갑자기 울컥했으나 눈물을 쏟지는 않았다.

 

알부페이라 서쪽해변 Peneco Rock
알부페이라 서쪽해변 엘레베이터 위 전망대
서쪽 해변 암석바닷길

오늘 오전의 행선지는 서쪽 해변이다.

해변을 오가는 중,  어제처럼 오늘도 독일어가 많이 들린다.

절벽 언덕이 바다로 이어져 암석으로 된 길을 걸으니,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이 너무 예쁘다.

 

서쪽 해변 암석길 뷰
서쪽 해변 암석길과 뷰

구름은 많으나 하늘이 푸르고 햇살도 따사롭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절벽 언덕에서 보이는 정경이 정말 멋스럽다.

오늘 최고 기온은 26도, 습도가 높아서 쾌적하지 않은 날이라 체감 온도는 29도에 이른다고 한다.

 

알부페이라 절벽언덕 서쪽 전망대에서 : 긴 해안선
포르투갈 남부도시들(빨간 선)과 Benagil지역(파란 선) : 구글맵 캡처

포르투갈 남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상품은 Benagil 투어다.

리스본에서 세비야로 가는 길목의 남부 해안도시 중 라구스나 파루 아닌 알부페이라를 선택한 이유는 이동의 편의성 때문이다.

안전성과 울렁증의 염려로, 처음부터 Benagil 보트투어는 하지 않기로 했기에 이곳에 온 까닭이 Benagil은  아닌 것이다. 

만약 Benagil투어를 하고자 했다면 거리 먼 알부페이라-투어시간 3시간-보다 포르티망-투어시간 1시간반-을 선택했을 것이다.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Benagil에 대한 미련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우린 Benagil을 대신하여 이 지역의 서쪽에 자리한 Arrifes아리페스 해변에 가기로 했다.

 

오후 3시반, 숙소 앞에서 Bolt를 호출하였으나 숙소 앞이 아닌 승차할 수 없는 다음 블럭으로 볼트 택시가 도착했고,

곧 취소했지만 제시된 이동 비용의 80%가 패널티-추후 이의 제기로 돌려받음-가 빠져나갔다

다음 번엔 집 주소로 호출했지만 또 오류가 생겼고, 최종적으로 맞은편 샵 앞에서 호출하니 볼트 택시가 제대로 도착했다.

 

Arrifes 해변
Arrifes 해변
Arrifes 해변

15분쯤 이동했을까.

절경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아리페스 해변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Arrifes 아리페스 해변

하늘과 구름 그리고 기암이 있는 바다 풍경이 찬란할 지경이다.

더구나 멋진 절벽 언덕에 숨겨진 아기자기한 해변이라니, 수영하는 사람들 모습조차 비현실적이다.

 

Arrifes 해변이 보이는 언덕
Arrifes 해변이 보이는 언덕
Arrifes 해변이 보이는 언덕 뒤편

태양은 점차 더욱 정서향을 향하고 있다.

신비한 정경이 쏟아지는 절벽 언덕을 따라 인적 없는 공간을 무작정 걸었다. 

 

이렇게나 신기하고 신비한, 형언할 수 없는 대자연의 풍경이라니.

게다가 또, 숨겨진 Vigia 비지아 해변이 출현했고,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이곳에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도 함께 출현했다.

 

Vigia 비지아 해변
Vigia 비지아 해변

일몰을 앞둔 해는 절벽 언덕과 모래 해변에 햇살을 아낌없이 보내고 있다.

기나긴 절벽 언덕과 바다 위 암석들은 햇살을 듬뿍 품은 채 금빛으로 환히 빛난다.

 

빛나는 절벽 언덕과 암석
São Rafael 상라파엘 해변 : 금빛 햇살
São Rafael 상라파엘 해변

가던 길을 조금 더 가면 만날 수 있는 São Rafael 상라파엘 해변.

아름다운 절벽 언덕과 바윗돌로 둘러싼, 작고 프라이빗한 이 자리에도 누군가가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다.

 

꽤 오래, 주인이 대자연인 암석길을 벅차게 산책했다.

내내 감탄사를 뱉으면서, 아르페스 해변 앞을 출발한 걸음은 비지아 해변을 지나 상라파엘 해변에 이르렀다.

조금 더 서쪽-이 절벽 해안선이 Benagil까지 이어짐-으로 가면 더 멋진 절경을 볼 수 있을텐데, 그러기엔 10월의 해가 짧다.

 

Vigia 비지아 해변
São Rafael 상라파엘 해변

아쉬움에, 고개를 돌려 한번 더 비지아 해변에 시선을 주었고 상파엘 해변에도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제 돌아갈 시간, 상라파엘 해변이 있는 절벽 언덕 너머에, 주차된 차들 많은 상라파엘 주차장이 있다.

볼트를 호출한 후, 외곽이라 우릴 픽업할 볼트 택시가 없을 경우 어찌할지 대화를 나누는데, 순식간에 택시가 승인을 했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São Rafael 상라파엘 해변 앞 바다
상라파엘 주차장

그제보다 더 부드러운 문어와 더 고소한 새우 그리고 감자, 호박, 양송이를 버터구이로 만들고 홍합에는 치즈를 올렸다.

엄청난 자연 경관을 기쁘게 감상하고 저녁 만찬까지 신나게 즐겼는데, 아직도 빨래가 아침처럼 축축하다.

기다린다고 마를 여건이 아니고 그냥 두었다가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할 판, 하는 수 없이 다리미를 꺼내들었다.

 

'태풍상사'를 4회만에 날려버리고 고른 넷플 드라마는 10여년 전에 방영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다.

현실을 배경 삼은 드라마가 현실적이지 못해 끊어버린 다음, 판타지-비현실적 상황-로 갈아탄 것이다.

혹여 어쩌면, 현실적 세상을 살아낼 작은 귀뜸이 판타지 안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