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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여행일기]/2025 리스본·세비야·마드리드

10월 23일 (목) : 알부페이라의 초상

오전 7시반, 숙소 건물의 옥상으로 오른다.

360도 조망권인 이곳에 오른 것은 두번째지만, 이른 아침에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처음이다.

알부페이라에 머무는 내내 화창한 아침이 별로 없긴 했으나 오늘은 구름이 하늘을 완전히 덮은 날이라, 일출 보기는 실패다.

 

숙소 건물 옥상 뷰

아침 식사 후 오늘 일정을 논의한다.

어제 갔던 상라파엘 해변에서 더 서쪽인, 카스텔로 해변이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가지 않기로 했고

휴양도시에서의 마지막 날이니 평온히 쉬면서 놀기로 했다.

 

숙소 맞은편
가장 번화한 메인 광장

오전 11시, 서쪽 해변 위 절벽 언덕에 있는 데크 전망대로 향한다.

이 지역이 다 그러하듯 언덕 위 건물들은 대부분 흰색이다. 다른 나라, 다른 도시처럼 긴 여름 때문이거나 정책적 이유일 것이다.

 

금빛 절벽 언덕에서 보이는 기나긴 해안선과 짙은 모래는 언제나 멋지다.

주변을 음미하면서 하얀 건물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보면 바다를 가르는 듯한 데크가 출현한다.

 

서쪽 해변 절벽언덕 위 데크 전망대

절벽 언덕 위 긴 데크 전망대 끝에는 조형물-골프치는사람-과 벤치가 놓여있다.

벤치에 앉아서 바다와 언덕을 바라보고 있으니 평온한 세상이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만 같다.

 

데크 전망대에서

구름이 많아도 10월 햇살이 뜨겁다.

햇살은 푸른 바다 위에 불규칙한 윤슬을 빚어내고, 우리는 바다 물결 위에 애잔한 그리움을 게워낸다.

 

데크 전망대에서

데크 전망대의 서쪽엔 배가 오가는 부두가 있다.

Benagil 투어의 배가 도착하는 시각인지, 투어객을 태운 여러 척의 보트들이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데크 전망대에서
데크 전망대에서
데크 전망대에서 : 부두

사실 해변의 절벽 언덕 위 모든 곳이 다 전망대다.

하늘과 구름과 바다 그리고 모래톱과 암석 절벽 언덕, 이 그림 같은 정경 속을 헤집고 다니는 배들과 사람들, 놀랍도록 조화롭다.

 

절벽 언덕 위 전망대

이 동네 풍경은 볼 때마다 빛깔과 정취가 다르다.

그래서 아침 저녁으로 매일 봐두어야 하고, 그럼에도 진력나거나 식상하지 않다.

푸른 하늘을 맞으면서 2시간 넘게 쏘다녔더니 꽤 고단해졌다.

 

엘리베이터 전망대 부근

숙소로 쉬러 들어가는 길, 세비야 숙소의 호스트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셀프체크인 숙소의 입실 안내와 함께 어제 문의한 얼리체크인-40분 정도 먼저-을 수락하는 메시지다.

고단한 오후, 잘 쉬려고 누웠다가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알부페이라 해변

오후 6시, 파도가 칠수록 해안선이 조금씩 안으로 밀려드는 알부페이라 모래 해변에 섰다.

바다는 일몰이 보이지 않는 위치지만, 수평선 주변을 파스텔톤으로 물들이는 어스름과 옅은 노을이 아주 예쁘다.

 

서쪽 절벽 언덕에서

날마다 오가는 동네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날씨와 방위에 따라 매번 새로운 초상을 보여주던 알부페이라.

저녁 2시간 산책을 끝으로, 이 동네에 대한 유랑과 표류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서쪽 절벽 언덕
알부페이라 도심

숙소 문제까지 겹치다보니 알부페이라에서의 5박이 길다고 예상했으나 전혀 길지 않았다.

내일 아침 일찍 체크아웃해야 하니 대략 짐을 싸두고 이른 알람도 설정해 두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알부페이라에서의 마지막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