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새벽, 어디선가 크게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깼고 6시반에야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눈 뜬 오전 9시, 밖은 이미 맑게 환하다.


오전 11시, 숙소 근처 살바도르-뜻:구세주-광장을 시작으로 세비야 주요 명소를 눈에 담으러 나선다.
오전인데도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은 이유는 오늘이 청명한 주말-토요일-이기 때문이다.
여행지의 볼거리가 몰려있는 도심엔 주중에는 관광객들의 비중이 높지만 휴일이나 주말엔 현지인들은 물론 주변도시에 사는
자국민들까지 가세하니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도시의 최중심을 향해 남쪽으로 움직인다.
살바도르 광장을 가로질러 다다른 곳은 스페인은행과 세비야시청사가 위치한 산프란치스코 광장이다.
프란체스코 성인의 이름을 딴 이곳에, 그리스 신화 속 상업의 신 헤르메스 동상의 자리는 당연하게도 은행 건물 앞이다.



구시가 산타크루즈 지구-알카사르와 주변-와 근접한 대성당은 세비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다.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그대로 활용하여 조성한 세비야 대성당 내부엔 내일 오후 입장할 예정이다.
성당 주변 인파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끝 모르고 지속되는 스페인어다.
2008년 안달루시아 여행에서도 겪었지만, 여럿이 모인 무리에서 쏟아내는 스페인어는 가히 폭발적이다.
연속되는 세찬 경음-된소리,쌍자음-과 고저 없이 높은 톤으로 세상 빠르게 그리고 오랫동안 분출되는 스페인어는 소란의 극치다.



산타크루즈 지구의 좁은 길을 오가다보면 베네라블 광장에 예쁜 건축물이 등장한다.
생각해보니 2008년에도, 2017년에도 한결같이 그 앞을 지나고 사진을 찍고 설명을 들었-2017년-던 곳이다.
'Hospital de Venerables Sacerdotes-존경받는 사제들의 병원-'이라 불렸던 이곳은 17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사제들의 거주지로
사용되었고 병원으로 활용되었다. 내부엔 회랑과 성당 그리고 벨라스케스 뮤지엄이 있으나 임시휴관이라 문이 닫혀 있었다.



산타크루즈를 걷다가 2008년 6월에 머물렀던 호텔을 만났다.
정말 덥고 뜨거웠던 그때, 아름다운 중정과 회랑을 통해 시원한 객실을 수없이 들락거렸었다.
혹시 중정을 볼 수 있을까하여 호텔 출입문 밖에서 기웃거렸으나 안쪽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내부 생김에 대한 기억조차 전혀 없다.
내가 손꼽는 세비야의 정수는 산타크루즈다.
좁고 오래된 거리 그리고 이야기를 간직한 채 그곳을 채우고 있는 건축물들은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세비야의 모습이다.



어제 갔던 까르푸익스프레스보다 큰 Dia 슈퍼마켓에 들른 후 오후 2시반, 숙소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판타지인, 비현실적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5회를 본 다음엔 부족했던 밤잠 보강을 위해 낮잠을 자야 했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오후 6시반, 과달키비르 강변으로 향한다.
인적 적은 산토앙헬 성당에 후딱 들른 후 계속 서쪽으로 가다보면 이렇게나 예쁜 강변이 나타나준다.



과달키비르 주변엔 일몰을 보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오전 대성당 주변의 인파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곳이 과달키비르강인 줄 알았으나 여기는 강의 원류가 아니고 운하라고 한다.
저기 운하 위에 놓인 이사벨2세 다리를 건너면 트리아나 지구가 있고 그 서쪽이 진짜 과달키비르강이다.



해가 넘어가는 운하와 그 주변이 형언할 수 없이 멋스럽다.
기대치 없이 분위기를 느끼려 발걸음한 곳인데, 과달키비르의 일몰은 세비야에서 가장 인상적인 정취가 되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8시가 훨씬 넘어 있다.
저녁형 인간이 아닌데도, 아침 시작이 늦으니 모든 것이 늦춰진 날이다.
마치 일부러 안달루시아 시계에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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