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같은 곳에서 온 부재중 전화가 2번 찍혀있다.
오전 7시반 기상했고, 곧 다시 서울에서 걸려온 전화를 잘 받아 별것 아닌 일을 잘 처리했다.



심히 흐린 오전 10시반, 산타후스타 기차역-내일 갈-행 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을 확인하러 나섰다.
구글맵에서, 여행 출발 전엔 숙소로부터 300m 거리의 버스정류장에서 잡히던 버스가 며칠 전부터는 검색되지 않고
650m 떨어진 다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안내되었기 때문이다. 구글맵이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럴 땐 직접 가봐야 한다.
실제로 숙소에서 가까운 버스정류장에 가보니 9월 22일부터 이곳이 폐쇄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구글이가 맞다.



며칠 전에 잠깐 보긴 했으나 예정대로 Cabildo 광장으로 간다.
그런데 가는 도중, 거짓말처럼 2008년 여름에 플라멩코 공연을 보았던 공연장을 발견했다.
그때 열정과 애수를 선사해준 그 공연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여운이 참으로 오래도록 깊었다.



또, 세비야대성당 곁을 지나친다.
사면에 문이 있으니 일부러 알려하지 않는 한 방위는 알 수 없으나, 걸음 따라 나타나는 두 팀파늄은 멋스럽다.
성당 팀파늄엔 예수의 생애나 성모의 생애 중 주요 에피소드-예수의탄생,성전봉헌,세례,부활,성모승천,성모대관식 등-을 담는다.



Cabildo 광장, 사람은 많으나 일요일보다 번잡하지 않다.
0층은 샵이고 1층부터 3층까지는 주거공간인 듯한데, 날마다 여행객들이 모여드니 거주민이라면 상당히 불편할 것 같다.
광장 중앙엔 원형 분수가 있고 흰 반원형 건물이 광장을 감싸고 있으며, 건물을 받치고 있는 아치 기둥이 매우 아름답다.
이곳으로 움직이다가 우리 막내를 닮은 요키-요즘 서울에서 보기 드문-를 두 녀석이나 만났다.
막내를 강아지별로 보낸 지 1년, 너무나 사무치게 그립고 여전히 애틋하다.



거리를 지나다가 보니 La Campana 지점이 있고, 커피 한 잔 마셔도 괜찮은 자리다.
내내 흐리더니 어느 새 쨍해진 하늘, 낮에 다시 본 황금의 탑은 바라만 봐도 반가운 존재다.



살바도르 광장의 쿠쿠추로에서 뜨거운 추로스와 핫초코를 가뿐하게 사들고 숙소로 돌아온다.
추로스는 역시 뜨거워야 제맛, 후에 마드리드 산히네스에서 먹은 미지근한 추로스보다 뜨거운 이곳 추로스가 더 좋았다.



정주행하고 있는 12년 전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마지막회를 재생했다.
여행만 오면 옛(?) 드라마에 몰두하는 이유가 뭘까.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걸까, 잊고 싶은 걸까.



오후 4시반,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내다버린 후 정처 없이 그냥 걷는다.
샵을 구경-난 아이쇼핑을 좋아하지 않음-하고 세비야 구시가를 생각 없이 마음 놓고 산책한다.
계획이나 여정에 얽매이지 않는 이러한 시간들이, 어쩌면 세비야에 대한 가장 참된 기억일지도 모른다.



고이 일찍 자려 하나 잠이 오지 않는다.
세비야의 마지막 밤, 내일은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마드리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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