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식사 전인 오전 7시반, 이른 아침부터 호스트에게 연락한 이유는 아파트가 너무 추워서였다.
난방 작동 여부를 물으니 가능하다 하였으나 호스트는 현재 마드리드에 있지 않고, 자신의 아버지가 오전11시에 아파트로 와서
난방 가동을 도와준다고 한다. 정시에 도착한 호스트의 아버지는 보일러를 만지작거리면서 여러 차례 호스트와 통화를 하더니
이내 난방 문제가 무난히 해결되었고 숨어(?)있던 주방기구도 잘 발견되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1호선 Pacifico역-더 가까운 6호선역은 공사로 폐쇄-에서 4칸짜리 객차에 올라 구시가로 간다.
Sol역은 마드리드 중심 푸에르타델솔 광장이 있는 곳으로, 토요일을 맞은 이곳엔 이글거리는 인파가 정말 너무너무 많다.
광장 여기저기에선 공사가 한창이고 한쪽에선 잔잔한 추모 행사도 열리고 있는 와중에, 우린 그 유명한 곰 동상은 잘 보았으나
마드리드 최중심을 인증하는 0km명패는 찾지 못했다. 광장 바닥을 제대로 훑지 못한 이유는 오전부터 이미 체력이 바닥이었으니까.



숨쉬기 벅찬 광장 하나 들렀더니, 늦게 시작한 날이라 벌써 점심 시간이다.
마요르 광장으로 가는 경로, 여행지에서 맛집 찾는 수작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구튀김으로 유명한 Casa Labra 대기줄은
어마어마했다. 서서 먹는 사람들과 줄 서 있는 사람들 수에 질려 대구튀김은 바로 포기할 수밖에.



카사 라브라에서 멀지 않은 San Gines산히네스 추로스 가게는 주변이 전부 산히네스 타운이다.
산히네스라 이름 붙은 가게가 1부터 7까지 있었고 우린 5번 가게 대기줄에서 5분을 기다려야 했는데,
음식점에서 줄 서는 것을 진실로 싫어하는 우리지만 뭐라도 먹어야 하는 점심 때라 별 수 없었다.
카운터에서 굵은 포라스porras 2개와 가는 추로스churros 6개 그리고 핫초코를 주문하고 계산한 후
안쪽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있으니, 종업원이 살짝 우왕좌왕하면서 주문한 것들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고 보니 세비야 쿠쿠추로에서 따끈하게 여러 번 먹은 것은 마드리드 기준으로 추로스가 아니라 포라스였고,
오전에만 영업하는 Churreria San Pabl에서는 뜻하지 않게 포라스와 추로스를 다 먹어보았었다.
소비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는 음식의 기본-맛은 주관적-은 온도다.
따뜻해야 할 음식은 온기를 담아서 제공되어야 하고 차가워야 할 음식은 찬 기운이 그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거대 기업 같은 산히네스의 추로스들은 바삭했으나 따뜻하지 않았기에 기대에 못 미친 채 그저 평범했다.



우린 마드리드 구시가 안에서 조금씩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흐린 마요르 광장, 이곳도 어김없이 인산인해다. 마드리드에서 내가 참 좋아하는 공간인데, 인파 앞에선 도리가 없다.


마드리드 왕궁으로 가는 길에 본 산미구엘 시장은 미어터져나갈 듯하다.
슬쩍 흘겨본 시장 내부는 발 디딜 틈 없어보였는데 그래도 사람들은 안으로 콩콩 들어가고 있다.
크고 작은 광장이나 외부 공간마다 사람들로 넘쳐나는 마드리드의 토요일이다.



마드리드 왕궁은 비슷한 색감의 알무데나대성당과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다.
스페인 왕의 공식 거주지-실제 거주지는 다른 곳-인 왕궁 앞마당은 개방되어있지 않고 철문으로 굳건하게 잠겨있다.
왕궁 내부 관람을 할 계획이 없었기에 왕궁 건물을 가까이서 볼 수 없었다.


알무데나대성당의 본당은 수많은 스페인 대성당답지 않게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르네상스 양식의 고아한 잿빛 파사드의 입구를 통해 고딕 양식의 내부에 들어서면 익랑의 아름다운 제대를 먼저 만난다.
중앙 제대엔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 조형물이, 앱스 벽면 중앙엔 판토 크라토르-비잔틴처럼-를 비롯한 모자이크가 화려하다.



솔광장에서부터 마요르광장과 알무데나대성당까지 꽤 많이 걸었으나 일정 하나가 더 있다.
대성당에서 600m쯤 가면 등장하는 산프란치스코성당이 그것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철문 울타리 닫힌 성당 앞을 서성이고 있다.



프란치스코 성당엔 입구에 부착되어있는 오픈시간에 맞춰 다시 오기로 하고 그 옆 프란치크고 정원 벤치에 앉았다.
프란치스코 정원에 반만 시든 장미와 나무들이 가득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원과 대기를 지속적으로 채우고 있다.
새들이 무리지어 이렇게 오래 지저귀는 경험은 처음, 눈 감고 그 소리를 들으면 환희 넘치는 천국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다.



오후 4시, 결국 입장 못한 프란치스코성당에서 라티나역까지 이동하여 그곳에서 귀여운 마드리드 무료버스 002번에 승차했다.
그런데 타고 보니 반대 방향, 종점인 톨레도문에서 다시 002번 버스에 올랐고 Molina역에서 숙소 가는 지하철에 승차했다.



아침에 눈여겨보았던 숙소 근처 빵집에 들렀는데 소박한 외관에 비해 빵과 케이크의 종류가 상당히 많았다.
패스트리와 사과파이를 포장하여 숙소로 가는 중, 어느 가게 진열대에 고양이 두 녀석이 세상 평화롭게 자고 있다.


오늘 저녁은 마드리드표 곡물치즈빵과 패스트리 그리고 엄청나게 단 사과파이다.
또, 내일 갈 레이나소피아 미술관-17년전에 한번 갔었음-의 전시작에 대해 벼락치기 예습은 필수다.
예전엔 여행 몇 달전부터 준비하고 공부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는데 요즘은 그저 마음가는 대로, 대충 한다.
굳이 세상을 거북하게 살 까닭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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