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7시40분, 마드리드 숙소를 나선다.
마드리드에서 7박하는 동안, 미술관 3곳과 근교도시 2곳을 다니는 여정은 우리 여행 속도로 보면 매우 바쁜 일정이다.
만약, 원래 입장 계획을 세웠던 세랄보미술관을 초장에 포기하지 않았다면, 소로야미술관이 내부공사로 휴관이 아니었다면
아주 아찔해졌을 수도 있는 여정이다.
마드리드 근교 톨레도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고되다.
SE6 무료버스로 움직인 후 지하철 6호선으로 2정거장을 가면 Plaza Eliptica 버스터미널에 다다를 수 있는데,
사실 지하철 6호선 공사가 아니었다면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단번에 갈 수 있는 곳이다.
Alsa버스 티켓 판매창구는 닫혀있어서 7번 승강장 앞 발매기에서 왕복 티켓을 구입하니,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오픈티켓이다.
마드리드와 톨레도를 오가는 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빈 좌석이 거의 없는 버스는 오전 8시반에 마드리드 Plaza Eliptica
터미널을 출발하여 오전 9시 20분, 톨레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톨레도는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져있는 스페인의 옛 수도로, 기독교와 유대교 및 이슬람교 유적이 공존한다고 한다.
2017년에 톨레도에 잠시 들렀을 때 이곳은 끌리는 도시가 아니었기에, 은근 바쁜 마드리드 일정에서 빼버릴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은 톨레도를 본 적이 없기에 우리의 하루를 톨레도에 내어주기로 했다.
톨레도 버스터미널은 구시가 북동쪽에 위치해 있고 톨레도 경관을 보려면 테호-테주-강의 정경도 포함해서 봐야 한다.
테호강에 놓인 다리를 모두 보기는 어려웠기에 동선상 유리한, 버스터미널에서 800m거리에 있는 알칸타라다리로 움직였다.
알칸타라다리 동쪽과 서쪽 및 다리 위에서 본 강의 정경은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그곳에서 올려본 구시가는 형용할 수 없이
멋스러웠다. 알칸타라다리를 고른 것은 톨레도 여행 최고의 선택 중 하나다.



이젠 야외 에스컬레이터 6개-6개 중 마지막 건 고장-를 쭉 이어서 타고 톨레도 구시가로 간다.
한적한 알칸타라 다리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짝을 짓고 무리를 지어 에스컬레이터에 오르고 있었다.
톨레도 구시가, 몽글거리는 구름 가득했던 푸른 하늘은 어느 새 사라지고 온 하늘을 구름이 점령하고 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구시가 좁은 거리를 걸어보았으나 도무지 기억이 없다.
톨레도가 칼 제작으로 유명한 곳이라, 거리 상점 곳곳에 만화처럼 영화처럼 무시무시한 칼들이 춤추고 있다.



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이젠 세찬 바람까지 불고 있다.
실내에 앉아 커피를 마시려 평점 좋은 빵집에 들렀으나 빵과 커피 모두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고 한다.
세고비아에서는 점찍은 카페가 하필 휴무일이었고 톨레도에서도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되었으니, 흡사한 상황이 돼버렸다.


발 가는대로 이동하다보니 톨레도시청사와 대주교궁전이 자리한 광장이고 그 곁은 톨레도대성당이다.
말갛고 깔끔한 외벽 대신 세월을 잔뜩 입은 이 건축물들 앞에 한국인단체를 비롯한 단체여행객이 참 많다.



세고비아에서처럼 톨레도에서도 버거킹에 앉았다.
이곳에선 아메리카노는 생략하고 햄버거세트에 양파튀김과 치즈튀김을 추가했는데 세고비아보다 맛있다.
식사 후 톨레도대성당에서 내부를 무료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시계의 문'으로 가보았으나 바깥 철문조차 닫혀있다.
세비야대성당처럼 중앙 제대에 제대스크린이 설치된 톨레도대성당엔 입장-2017년 입장. 기억 안남-할 생각이 없었기에
시계의 문을 통해 대성당 분위기나 볼까 했는데, 무산되었다.



바람 부는 구시가를 거닐다가 군사박물관 앞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톨레도 구시가 전망을 보기 위해, 구시가를 대략 한 바퀴 돌고 전망대에서 5~10분 멈춰있다가 바로 내려오는 스코트렌-한국패키지
필수코스이기도 함- 대신, 배차 긴 일반버스를 타고 그 전망대보다 더 높은 톨레도 파라도르에 가기 위해서다.
12시 45분, 구글맵 시간대로 정류장에 도착한 L71번 버스에 승차했고, 버스는 구불거리는 길을 올라 파라도르 앞에 우릴 내려놓았다.
파라도르 정류장에 하차한 3커플은 백인커플과 한국인부부 그리고 우리, 공교롭게도 모두 중장년이다.



파라도르는 스페인정부에서 운영하는 고급 호텔 체인으로, 성·요새·수도원 등 역사적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숙소다.
원래 성이나 수도원이었던 곳을 호텔로 사용하다보니 파라도르 위치는 외곽이나 고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교통이 불편하다.
키 큰 나무들이 반겨주는 길을 따라 파라도르 입구에 들어서니, 벽면에 엘그레코의 '그리스도' 및 '12사도들'의 모사본이 걸려있고
벽면과 마주한 정면에는 개방감 있는 카페가 있으며, 창 너머 테라스까지 카페 야외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하늘은 좀 맑아졌으나 여전히 바람은 강하다.
우리는 파라도르 카페의 실내 자리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전망을 보기 위해 창 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버스에서 우리와 같이 내린 한국인부부는 아무도 자리하지 않은 테라스 테이블에 커피를 시켜놓고는, 아내로 보이는 여인은 강풍에도
연신 포즈를 취하고 남편은 내내 사진을 찍어주더니 아름다운 뷰를 두고 금세 자리를 떠나버렸다.


카페에 머무르면서 남편과 교대로 넓디넓은 테라스를 드나들었다.
와, 이렇게 어마어마한 전망이라니, 카페에 있던 1시간10분 중 테라스엔 10분쯤밖에 머물지 못했으니 그저 강풍이 야속할 뿐.
카메라로는 절대 전달될 수 없는 멋진 전경, 톨레도 여행 최고의 선택 중 으뜸은 파라도르에서 눈에 담은 톨레도 전망이다.



오후 2시반, 파라도르를 떠나 1km 떨어진 L71번 버스정류장으로 걸어 내려간다.
완만한 내리막길, 자리마다 위치마다 톨레도 시가 모습은 조금씩 달랐지만 어디서보든 모두 멋진 뷰를 품고 있다.



오후 3시10분에 승차한 L71 버스는 10분도 못되어 우리를 비사그라 정류장에 남겨두었다.
버스로 파라도르를 오가면서 본 멋진 경치에 이어, 톨레도에서의 마지막 볼거리는 비사그라 문이다.



비사그라문과 성벽을 보고 난 다음엔 버스터미널까지 700m를 걸어야 한다.
오후 4시에 톨레도를 떠나는 버스에 운좋게 5분전 승차하였으나, 두 자리가 다 비어있는 좌석이 없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으니 그래도 운이 괜찮았고,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동안 불편 없이 잠에 취했으니 감사할 일이다.


추위 타는 남편에게 스카프를 양보하고 찬 바람 다 맞으며 다닌 톨레도.
해가 갈수록 당일치기 여행이 체력적으로 벅차니, 앞으로 여행 일정을 구상할 때 고려해야 할 듯하다.
내일은 마드리드를 떠나 서울로 향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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