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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여행일기]/2026 시칠리아

3월 2일 (월) : 시라쿠사 대성당과 두오모 광장

쿱 마트 앞

여행을 시작한지 1주일째, 시차 적응이 되고도 남을 때건만 무려 오전 5시에 눈이 떠졌다.

오전 7시, 오픈런하여 가까운 쿱Coop에 갔으나 규모가 작아 품목도 적고 게다가 전체적으로 비쌌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에

감자, 양파, 샐러드채소, 요거트, 모차렐라치즈, 올리브 등을 구입하여 숙소 냉장고를 그득 채웠다.

 

아르키메데 광장
디아나 분수
디아나 분수

식사를 하고, 라바짜 커피머신이 내려주는 커피와 숙소에 준비된 쿠키까지 다 먹고 마신 후 오전 10시, 길을 나섰다.

오늘은 오전에는 오르티지아섬 북쪽을, 오후엔 두오모광장과 오르티지아 남쪽을 둘러볼 예정이다.

 

아르키메데 광장에서 눈에 띄는 조형물은 활을 쥐고 화살통을 멘 디아나 분수다.

로마신화 속 디아나-영어명 다이아나-는 그리스신화에서는 달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인데, 신기하게도 이 디아나 분수는

포세이돈 분수에서 있을법한 트리톤과 해마, 돌고래 등 포세이돈 패밀리가 총출동하여 구성되어 있다.

 

국립 고대연극 연구소
아폴로 신전
아폴로 신전

우연히 기웃거린 건물에 고대 그리스연극 연구소라는 간판이 붙어있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자리에 고대 로마 아폴로신전이 있다.

그리스신화를 흡수한 로마신화는 그리스신화 속 태양과 의학와 예술의 신 아폴론을 아폴로라 명명했다.

다신교가 융성했을 기원 전엔, 장엄한 고전주의 신전과 그곳을 지키는 사제도 있었을 텐테, 지금은 기둥 몇 개와 바윗돌만 남아있을 뿐이다.

 

오르티지아섬(구시가)과 북쪽 육지를 연결해주는 다리 : 다른 다리 위에서 촬영 (연결 다리 2개임)
오르티지아와 북쪽 육지 사이 아주 작은 섬 위 : 아르키메데스 동상
아르키메데스 동상 : EUREKA

오르티지아섬과 북쪽 육지 사이엔 아주 작은 섬이 하나 있고 이곳에 아르키메데스 청동상이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기원전 3세기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 최고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며 공학자로 꼽힌다.

부력과 지레의 원리를 확립했고 원주율 값을 계산해냈으며 나선 펌프와 방어용 무기도 발명했다고 하는데,

목욕탕에서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부력의 원리를 깨달아 알몸으로 뛰어나오면서 '유레카Eureka'를 외쳤다는 일화가 있다.

아르키메데스 동상 발 앞엔 그 유명한 'EUREKA'가 적혀있는데, 고대 그리스어로 '찾았다, 알았다'라는 뜻이라 한다.

 

오르티지아 시장
오르티지아 시장
오르티지아 시장의 샌드위치가게 '보더리' : 내부공사 중

적당히 맑고 적당히 푸른 날.

오르티지아의 오래된 시장 끝에 있는 샌드위치가게 '보더리'는 하필 내부공사 중이라 영업을 하지 않았다.

 

오르티지아 시장
오르티지아 시장

보더리 근처의 작은 야외식당에 앉았다.

스프라이트와 탄산수를 요청하고 피스타치오 아란치니와 해산물튀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문 닫은 보더리는 아쉬웠으나 이 날씨에, 이 분위기로 먹는 음식은 모두 맛있을 수밖에.

 

두오모광장 (북쪽)
두오모광장 (동쪽 공사중인 파사드가 대성당, 남쪽끝 산타루치아 알라바디아 성당)
시라쿠사 대성당 안내도

숙소에서 마국 이란 전쟁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카타니아 숙소에서 요청한 인상된 숙박세 추가납부에 대해 에어비앤비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었다. 중간 휴식을 위해 두 시간쯤 숙소에 머물렀으나 골치 아픈 일이나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오후 3시, 남북으로 긴 두오모 광장에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 '말레나' 속 주인공 말레나-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며 우아하게 걷고 또 걷던 광장이다.

두오모 광장 중심엔 시라쿠사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고, 광장 남쪽 끝엔 산타루치아 알라바디아 성당-월요일 휴관-이 있다.

 

시라쿠사대성당 측랑
시라쿠사대성당 측랑 : 오른쪽, 자신의 두 눈을 든 '산타루치아' 조각상
대성당 신랑과 출입문이 있는 뒤편

입장료-1인 2유로-를 지불하고 시라쿠사 대성당으로 입장했다.

오래되고 장대한 도리스 기둥이 늘어선 측랑을 보는 순간 마음에 파도가 일렁인다. 와, 여기 너무 멋진데.

 

시라쿠사 대성당은 독특하게도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아테나 신전-카톨릭입장에선 이교도-을 뼈대삼아 건립한 성당으로,

고대 그리스의 도리스-도리아-양식 기둥 사이를 벽으로 메워 개조했으며, 옛 도리스 기둥은 외벽과 내부에 그대로 남아있다.

신랑에는 바실리카 또는 초기 로마네스크 모습이 보이고 다른 채플들은 로마네스크, 바로크 양식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며

정면 파사드는 1693년 시칠리아대지진 이후인 18세기에 바로크 양식으로 멋스럽게 건립되었으나 현재는 공사 중이다.

 

대성당 중앙제대
산타루치아 채플 : 16세기말~18세기 (유해와 유물)
성체 채플 : 17~18세기

성녀 산타루치아는 시라쿠사의 수호성인이다.

대성당엔 두 눈-전승에 따르면 고문 중에 눈이 뽑혔으나 하느님이 더 아름다운 눈을 주심-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는 산타루치아 조각상과

산타루치아의 작은 뼈와 유물이 보관되어있는 산타루치아 채플이 있으나, 진짜 산타루치아 유해는 베네치아 본섬 산티제레미아 에 루치아

성당-2024년 4월 방문-에 안치되어 있다.

 

두오모광장 : 남쪽에서 본 광장 (대성당 파사드는 공사 중)

 

아레투사 샘
아레투사 샘

공사 중이라 가려져 있는 시라쿠사 대성당의 전면 파사드를, 아쉬움을 남기면서 두오모광장에서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간다.

바다에 바로 붙어있어 해질녁의 정취가 근사한 아레투사 샘에 파피루스가 가득하고, 이곳에도 그리스 신화가 남겨져 있다.

아르테미스 여신을 모시는 요정 아레투사는 강의 신 알페이오스의 끈질긴 구애를 피하기 위해 바다 밑으로 숨어들어 시라쿠사에서

샘물로 솟아났고, 알페이오스도 바다 밑을 따라 흘러와 결국 아레투사 샘과 합쳐졌다고 한다.

 

아레투사샘 부근에서 본 바다 : 맨끝, 카스텔로 마니아체
카스텔로 마니아체
카스텔로 마니아체

아레투사샘으로부터 조금 더 남쪽 바다를 향하면 섬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카스텔로 마니아체를 만날 수 있다.

11세기에 지어지고 13세기에 재건된 요새 카스텔로 마니아체 앞에 고운 일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참 많이 모여있다.

 

시라쿠사 일몰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아까보다 더욱 아름다워진 바다를 보면서 숙소로 간다.

저녁 태양은 시시각각 변하는 정경을 만들어내면서 흘러가고, 그 풍경 안엔 자주 애용하던 110번 미니버스도 지나간다.

 

아레투사 전망대
110번 버스

숙소에서 잠시 쉰 다음, 브레이크타임 후 저녁 6시반에 문을 여는 피자리아로 향한다.

오르티지아의 좁은 골목길, 양편에 줄지어선 우아한 건물들 덕분인지 인위적인 장식이 없는데도  야경이 너무 멋지다. 

 

구시가
피자리아
마르게리타와 노르마

기본 마르게리타 피자와 튀긴 가지를 토핑으로 올린 노르마 피자, 다 괜찮다.

노르마가 붙은 이름은 시칠리아 가지가 들어간 요리로, 아란치니와 함께 대표적인 시칠리아 음식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부터는 낡은데다가 가볍지 않은 미러리스를 버리고, 새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괜찮은 결정이다.

그러나 오르티지아섬을 돌아다닌 오늘 일정이 고단했는지 휴대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조는 지경이 되었다.

내일은 오르티지와는 다른 시라쿠사를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