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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여행일기]/2026 시칠리아

3월 1일 (일) : 시라쿠사 가는 버스

오전 6시20분, 알람이 울리고 창 밖이 밝아오고 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먹을 치즈 넣은 치아바타, 사과, 바나나를 준비한 후 9시50분, 체크아웃을 했다.

 

매일 타던 101번 버스로 도착한 중앙역 옆 버스터미널, 벤치에 앉아 한적한 공간을 둘러본다.

출발 10분전이 되자, 시라쿠사행 인터버스가 떠나는 7번 승강장에 7~8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일요일이고, 하루 서너 차례밖에 운행하지 않는 노선이라 온라인예매를 했는데 비수기라 그런가, 예상 외로 승객이 적다.

남편이 버스 짐칸 문을 직접 들어올려 짐을 싣는데, 시칠리아 주민인 듯한 중년 승객이 시라쿠사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며 극찬을 한다.

 

팔레르모 버스정류장
시라쿠사 가는 버스 안
시칠리아 (출처: 구글맵)

10여명만을 태운 인터버스는 11시에 정시 출발했고, 가는 길에 두 번 정차하면서 두어명 승객을 더 태웠다.

시라쿠사 가는 버스는 긴 바닷길을 따르다가 더 긴 산길과 유구한 들길을 쭉 이어 남쪽으로 달린다,

12시45분, 휴게소에 버스를 멈춘 버스기사는 오후 1시, 그제서야 승차하는 승객들의 티켓을 확인한다.

지극히 고요하고 매우 쾌적한 버스에서 우린 각자 두 좌석을 차지하고 따로 앉아가는 호사를 누렸다.

 

오후 2시20분, 3시간20분만에 도착한 인터버스를 하차시킨 곳은 어딘지 모를 어느 길가-알고보니 터미널 근처-다.

일요일이라 문 연 타바끼Tabacchi가 없어서 미리 티켓 준비를 못한 채 오르티지아로 가는 101번 미니버스에 승차했다.

캐리어를 올리고 트래블월렛으로 산뜻하게 3유로-2인요금. 타바끼1회권1.2-가 결재되었는데, 1.3km거리라 금세 내릴 때가 되자

우리 몸짓을 알아본 할아버지 할머니가 내릴 거냐고 손짓으로 묻더니 버스기사에게 큰 소리로 하차 의사를 전해준다.

 

시라쿠사 숙소

미리 와서 기다리던 호스트가 숙소를 안내하고 쓰레기와 재활용품 배출에 대해 설명해 준다.

필요한 짐들을 숙소 여기저기에 다 꺼내놓고 쿱Coop에 갔으나 일요일은 오전만 영업이라 이미 닫혀있다.

 

쿱 마트
시칠리아 시라쿠사 (출처: 구글맵)

시라쿠사는 시칠리아 동남부에 위치한 도시로, 구시가인 오르티지아 섬은 도시 내 다른 지역과 다리로 연결된다.

우리 숙소는 오르티지아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고 버스정류장도 가까워서 오르티지아 도보 여행은 물론 버스 이동에도 최적이다.

오늘 팔레르모 기온은 10~18도이고 시라쿠사는 7~18도로 예보되었는데, 두 곳의 기온이 비슷하게 체감되었다.

 

포르타 마리나
포르타 마리나
오르티자아 서쪽 바다 : 요트 선착장

사방이 바다인 오르티지아.

그리스와 남부 이탈리아 사이의 지중해는 이오니아해로,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도 이오니아해를 맞대고 있다.

'이오니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제우스가 암소로 변신시킨 강의 신 아나코스의 딸인 이오가,

헤라가 보낸 등에(날곤충)에 시달려 도망치면서 건넌 바다이기에 이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마리나 해안길

섬의 마리나가 있는 서쪽 바다 저편에는 육지가 보이는 가까운 바다가 있고, 동쪽으로는 망망대해다.

일요일이라, 마리나 바닷길엔 산책하고 저녁 바다를 조망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잔잔한 바다가 잔잔한 반영을 만들고 있다.

구름에 가려 지는 해가 선명하지 않아도, 구름에 싸인 태양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를 자아낸다.

 

오르티지아 노을

세탁기를 돌리고 '언더커버 미쓰홍' 14회를 시청하고, 떡 넣은 너구리를 2개나 끓여먹으면서 시라쿠사의 첫날이 간다.

여기 너무 좋은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꼽은 최고의 도시는 시라쿠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