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9시 40분, 그저께 미처 못본 오르티지아를 둘러보러 나섰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눈에 잡힌 주데카 지역으로 들어서서 자그마한 성필리포 사도 성당으로 들어섰다.



외관은 벽체 기둥과 궁형 페디먼트로 장식하여 단정한 역동성이 느껴지는 바로크 양식이고, 내부는 곡선이 많이 활용되었다.
특히 내부 돔 천장 주변 삼각형 공간인 펜던티브에 4대 복음사가의 얼굴과 도상이 섬세하게 부조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신자석 가운데서 성당을 둘러보는데, 백인할배가 오더니 천장 돔을 보라 한다. 난 재빨리 마테오, 마르코, 루카, 요한을 읊조렸다.



이제 오르티지아 바다인 이오니아해를 마음에 안을 차례.
해안 따라 오르티지아섬의 남동쪽 바다로 찬찬히 걸어가니 눈 가는 방향마다 바다는 다른 풍광을 선사해 준다.

오르티지아의 멋스러운 골목골목을 밟아 두오모 광장에 이르렀다.
월요일 휴관이라, 그저께 입장하지 못했던 산타루치아 알라바디아성당은 광장의 남쪽 끝에 자리한다.



15세기에 건립된 산타루치아 알라바디아 성당은 1693년 대지진으로 무너진 뒤 18세기초, 바로크양식으로 재건되었다.
별도의 측랑은 없고, 중앙 제대에는 시라쿠사 수호성인 성녀 루치아의 에피소드를 표현한 '산타루치아의 기적'이 걸려있다.
로마병사들이 황소들의 힘으로 붉은 옷 입은 산타루치아를 끌고 가려 했으나 성령의 힘에 의해 거대한 바위처럼 무거워진 그녀를
데려가지 못한 기적을 그렸다. 그림 상단부에는 구름 위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며 축복을 내리는 성모자와 천사들이 묘사되었다,



본당의 좌우 벽면엔 성인들의 그림이 많았고, 흑사병의 수호성인 몸짱 성세바스티아누스가 단연 눈에 띤다
성당 한쪽 공간엔 카라바조가 그린 '산타루치아의 매장'의 사본이 걸려있는데, 언뜻 봐도 세로가 4m에 달하는 원본보다 작다.
주워들은 바로는 진품 '산타루치아의 매장'을, 여기 산타루치아 알라바디아 성당과 육지의 산타루치아 알세폴크로 성당이 순환하여
전시한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현재 카라바조가 그린 '산타루치아의 매장'은 산타루치아 알세폴크로 성당에 있다.


남북으로 긴 시라쿠사 두오모광장은 언제 보든 어떻게 보든 너무나 운치 있고 아름답다.
바로크식 건축물이 늘어선 이 광장은 시라쿠사를 기억하게 할 최고의 공간이다.



오후 5시, 일몰을 보러 다시 숙소 밖으로 향한다.
시라쿠사에 온 날부터 매일 발걸음을 했던 오르티지아의 서쪽바다로, 일상처럼 익숙하게 걸어간다.



산책로를 거쳐 해안을 따라 계속 거닐어가면 또 아레투사샘이다.
그제는 지나쳤던 아레투사와 알페이오스를 묘사한 청동상, 신화 에피소드와는 달리 두 인물이 꽤 친밀해 보인다.
자유 찾아 아무도 모르게 야반도주하듯 둥실 날아가는 것만 같다.



한 나절동안 세상에 빛을 뿌리던 태양, 구름이 살짝 훼방을 놓긴 했으나 해 지는 풍경은 맑고 또렷하다.
풍경이 건네주는 새로운 세상은, 한적하고 평화롭고 아주 고요하다.


오후 7시, 푸짐한 저녁 식탁이 차려졌다.
해산물튀김, 감자올리브오일구이, 모차렐라샐러드에 맥주를 곁들이니 최상의 만찬이다.


오후 9시, 잠시 산책을 나가면서 남들처럼 공동출입문 밖에 일반쓰레기를 내놓았다.
매일, 요일별로 다른 종류의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밤마다 외부로 직접 배출하는 것은 단기여행자에게 가혹하고 불편하다.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상설 설치된 공동 쓰레기장이나 공동 재활용품장에 배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충분히 할 수 있으나,
그런 시스템과 공간이 제대로 갖춰지지 경우엔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숙소 내 일정한 장소에 분류할 수 있게 한 다음,
체크아웃 이후 청소담당자가 치우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멀리 가지도 않고 연보랏빛 도는 디아나분수 야경만 보고 와도 너무 좋은 시라쿠사의 오르티지아.
이 아까운 오르티지아에 온전히 머물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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