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BRT5번 버스에 올랐다.
카타니아의 실질적 첫날, 구시가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빈첸초벨리니 조각상이 있는 광장과 로마원형경기장이다.
이 둘은 맑은 날이면 에트나 화산을 조망할 수 있다는 Via Etnea 에트네아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다.



Anfitheatro Romano 고대 로마원형경기장은 공연을 위한 극장이 아니라 로마 콜로세움 같은 타원형 경기장이다.
중앙에는 모래 뿌린 무대인 아레나Arena-원뜻: 모래-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계단식 관객석이 있는 구조로, 검투사 경기나
맹수 싸움 또는 동물 사냥, 모의 해전, 이교도 처형 등 고대 로마시민들의 유흥을 위한 경기와 행사가 치러졌다.
입장료를 지불하면 들어갈 수 있으나 콜로세움만 3번 입장한 경험이 있기에 입장하지는 않았다.



눈 가는 대로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Via Etnea 에트네아 거리를 걷고 있다.
거리는 온통 바로크 건축의 향연, 성미켈레-마카엘-성당 내부는 입체성과 역동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성당명이 마카엘성당이니 악마를 무찌르는 미카엘대천사 조형물이 곱게 전시되어있다.


1693년, 규모 7.4의 대지진은 시칠리아 동남부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카타니아를 포함한 50개 이상의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었고, 약 6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특히 카타니아는 에트나 화산과 가까워서 피해가 컸는데, 도시 건물 대부분이 붕괴되었고, 인구의 2/3가 사망했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대지진은 시칠리아 바로크 건축을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다.
지진 이후 도시를 재건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바로크 양식이 도입되었고 광장과 도로망을 갖춘 도시로 바뀌었다.
카타니아, 라구사, 모디카, 노토, 시라쿠사-특히 오르티지아-는 시칠리아에서 바로크 건축물이 많은 도시이며,
특히 카타니아는 검은 화산암과 흰 석회암을 대비시킨 바로크 건물들이 많다
바로크는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에 이어 16세기말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유럽을 휩쓴 건축 미술 양식이다.
건축에서는 르네상스의 조화, 질서, 균형에서 벗어나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며 화려하고, 물결치는 듯한 곡선을 많이 활용했다.



Via Etnea의 남쪽 끝에는 카타니아의 최중심 두오모광장이 있다.
이 광장엔 카타니아 수호성인 성아가타에게 봉헌된 산아가타 대성당이 있는데 정면파사드 꼭대기에 대주교십자가가 달려있다.
산아가타 대성당도 대지진의 폐허 위에 18세기 세워진 바로크 건축의 걸작이지만 입장하지는 않았다.
사전 정보와는 달리 산아가타 대성당은 무료입장이 아니었고, 게다가 카타니아의 이름난 성당들은 대부분 입장료를 내야 했다.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반도 등을 여행할 땐 성당 대부분이 무료 입장이라 성당에 입장료를 내는 것-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유명 성당은 대부분 유료-이 우리 정서에 맞지 않고,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꼭 봐야 할 무언가가 없었기에 이곳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칠리아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지불한 성당은 시라쿠사 대성당이고, 시라쿠사 산타루치아 성당들은 두 곳 다 입장료가 없었다.
그래도 산아가타 대성당 내부 입구 쪽-무료인줄알고 입장,볼거리없음-에서는 성당 안을 무료로 볼 수 있었는데, 직원은 단호하게
사진 촬영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아서인지 성당 모든 구역이 촬영 금지인지는 모르겠다.
두오모 광장에는 대성당 앞에, 오벨리스크를 얹어서 18세기에 만든 코끼리분수가 독특한 자태로 자리하고 있다.



18세기에 건립된 Porta Uzeda 포르타 우체다 통과하여 카타니아 수산시장에 들렀다.
시장 끝자락 즈음에 있는 낙점해둔 식당에 들어갔으나, 이곳에 온 이유인 문어샐러드는 주문불가라 한다.



뭐 그럼, 집으로 가면 된다. 어차피 쉬어야 할 시간이니까.
기차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환승을 한 후, 숙소 건물 0층 Deco마트에 들렀다.
계란과 새우를 듬뿍 넣은 신라면골드로 점심식사를 하고, 뉴스도 시청하고 퍼지도록 낮잠도 잤다.


오후 4시20분, 다시 밖이다.
아침에 승차한 BRT5 아닌 다른 버스를 탔더니 예정에 없이 벨리니 공원-구시가 바로 북서쪽-이 등장한다.



내가 아는 벨리니는 르네상스 베네치아화파의 창시자인 조반니 벨리니밖에 없는데, 카타니아에서 나오는 벨리니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황금기를 이끈 빈첸초 벨리니라고 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Via Crociferi 크로치페리 거리의 건축물은 모두 바로크 양식이다.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후 다함께 18세기에 도시를 재건했기에 규모가 크든 작든 안팎이 하나같이 다 바로크다.
미사 준비 중인 산카밀로성당, 외관은 물론 내부도 화려하고 입체적이며 곡선으로 일렁인다.


기나긴 Via Crociferi 크로치페리 거리 따라 걷는 이 밤이 형언할 수 없이 멋스럽다.
이 골목에 4~5개의 성당이 장엄하게 서 있는데, 입체적이고 역동적으로 출렁이는 정면 파사드들이 바로크 연회를 벌이고 있다.
이름 모르는 성당들부터 산베네디토성당과 산프란시스코 보르지아성당까지, 이곳에서 보는 Via Crociferi는 단연 최고다.



아시시 산프란치스코 성당도, 두오모광장의 산아가타성당도 주변 건축물들까지 빠짐없이 바로크다.
토요일, 두오모광장에 모인 어마어마한 인파가 바로크처럼 곡선으로 출렁거린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이 공사로 폐쇄-이동이 아니고-되었다.
하는 수 없이 벨리니 공원으로 가서 BRT5번 버스에 승차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버스가 숙소 아닌 기차역 앞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다시 그곳에서 행선지를 확인하고 BRT5 버스로 숙소로 돌아오니 집에 오기까지 1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오후 9시반, 늦은 저녁 메뉴는 문어 새우 감자 오븐구이다.
저녁식사가 늦었으니 자정 넘어 취침해주는 건 당연지사, 내일은 카타니아를 살며시 살살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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