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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벨베데레

벨베데레 궁전으로는 해마다 나들이를 했었지만 늘 정원에만 머물렀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땐 내부 공사 중이라 미술관에 입장하지 못했고,

작년에 서울서 날아온 손님들과 방문했을 때엔 푸른 하늘과 정원으로 충분했기에

미술관 내부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18세기초 건축된 벨베데레 궁전은 상궁과 하궁으로 나뉘어져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상궁은 19-20세기 회화관이고 하궁에선 바로크 미술품 전시와 함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벨베데레의 넓지 않은 앞뜰에는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시장이 펼쳐져 있다.

공기 따라 흐르는 글뤼바인 향이 달콤하다.

 

 

 

오늘 벨베데레의 관람 포인트는

상궁에 전시된 '키스'를 비롯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들과 파격의 극치인 에곤 쉴레의 그림,

그리고 특별전이란 이름으로 하궁에 걸려있는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폴 세잔느의 그림들이다

.

상궁 입구와 전시실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다.

미술사 박물관보다는 자그마한 규모지만 감성적이고 깊이 있는 분위기라 할까.

그 중심에 클림트의 '키스'가 화려한 조명 아래 무아지경 닿은 낯빛으로 서 있다.

"모나리자만할 줄 알았는데, 그림이 크네." 

작은밥돌의 말에 그제서야 그림에서 빠져나왔다.

 

정원을 가로질러 하궁으로 향한다.

하늘도 흐리고 땅도 흐리다. 고흐, 세잔느, 코코슈카.

귀 익은 이름들이 눈에 걸리고 이미 친해진 클림트와 쉴레를 또 대면한다.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엽서 직찍)
빈센트 반 고흐 '프로방스의 추수' (엽서 직찍)

 엽서를 챙겨들고 난 후에야 점심 때가 훨씬 지난 걸 알았다. 

무지의 때를 한겹 벗긴 셋이 어질어질해진 육신을 채우러 간다.

작년보다 더 때 탄, 정원의 스핑크스 가슴을 힐끗 보곤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리며 말이다.

 

벨베데레의 스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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