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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베니스·로비니·비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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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수) : 끝 그리고 시작 오전 5시, 알람이 울린다.여행 시작과 끝에 열흘간 머문 베네치아를 떠나 귀국행 항공기를 타는 날이다.창밖엔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고 마음엔 깊은 아쉬움이 출렁이고 있다.어제 챙겨둔 짐을 재확인하고 떠날 준비를 한 후 오전 6시 20분, 예정보다 이른 셀프체크아웃을 했다.  우리는 Redentore 정류장에서 6시 34분에 떠나는 2번 바포레토를 타고 로마광장까지 간다.이 새벽, 바포레토 정류장엔 수상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4명이나 더 있다. 정류장마다 한두 명씩 승선하더니 로마광장 직전 Tronchotto 정류장에선 출근하는 사람들인지 10명 넘게 배에서 내린다.  30분 걸려 로마광장에 도착하자 가늘었던 빗방울은 거친 빗발이 되어있다. 로마광장에서 7시 20분에 출발한 ATVO공..
4월 23일 (화) : 베네치아에 부는 바람 꿈속에도 염려가 한가득이었는지 새벽 2시 잠에서 깼고 5시가 돼서야 다시 잠을 청했으며 7시반에 자리를 털었다.가지볶음과 볶음김치뿐인 아침 식사는 아주 단출했으나 케이크와 요거트, 사과와 일리 캡슐커피로 부족함을 채웠다.바람은 어제만큼 강하지만 비가 그쳤으니 천만다행이다. 2번 수상버스를 타고 주데카섬 바로 옆 조르조섬의 산조르조마조레 성당으로 간다.여행할 때마다 늘 찾아오는 곳, 성당 앞 크지 않은 광장은 베네치아 바다는 물론 바다 건너 본섬의 산마르코 종탑과 두칼레 궁전그리고 산타마리아살루테 성당이 한눈에 잡히는, 가장 멋진 조망권이다.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설계로 1610년 완공된 이 성당은, 두 페디먼트와 코린트식 벽기둥으로 장식한 정면 파사드가 매우 아름답다.성당 내부의 중앙제대 뒤엔 1733년..
4월 22일 (월) : 다시 베네치아 주데카 오늘은 이번 여행의 시작점이자 종착지인 베네치아로 가는 날이다.아침 6시도 되기 전에 눈이 떠졌고, 냉장고에 남아있는 반찬과 간식거리를 다 털어 밥과 후식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정리를 마치고 짐을 꾸린 후 내다버릴 쓰레기까지 모두 들고는 오전 9시 20분, 마지막 비첸차 산책에 나선다. 이른 아침에 잠시 내리던 비가 그친 다음, 구시가는 부쩍 서늘해졌다.'코르소 안드레아 팔라디오'라는 거리명처럼 바실리카 팔라디아나 옆 안드레아 팔라디오 조각상이 있는 피아제타-광장으로 연결되는 작은 공간-의 명칭도 '피아제타 안드레아 팔라디오'다. 사흘간 꽃으로 덮였던, 오늘은 음습한 시뇨리 광장엔 나흘 전 밤에 우리를 엄습했던 엄청난 광경이 다시 나타났다. 바실리카 팔라디아나의 열주와 회랑, 높은 두 기둥에 올라선 날..
4월 21일 (일) : 팔라디오의 로톤다 7시에 눈을 떴으나 자리 털고 일어난 시각은 오전 8시, 계란북엇국과 감자조림과 요거트로 하루를 시작한다.비첸차 숙소에는 캡슐커피머신과 이름모를 커피캡슐이 준비되어있는데, 캡슐커피가 너무 맛이 없어서 그저께 오후에 illy 캡슐을 구입했다.역시 실패없는 illy,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도 일리커피는 아주 맛있다. 10시 40분 넘어 길을 나섰다. 일요일인 오늘 오전엔 숙소 근처에 있는 팔라디오 건축물들을 둘러보려 한다.팔라디오가 지은 Palazzo Civena는 강 옆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마침 강에서 카약인지 카누인지 경주를 벌이고 있다.다리 위에서, 꼴찌 그룹에 포함된 선수들을 향해 관중들은 박수를 치면서 응원을 하고, 우리도 손을 흔들어 그들의 노력을 지지했다. 팔라초 치베나는 궁전이라..
4월 20일 (토) : 산타코로나와 키에리카티 오전 8시, 식탁에 오른 메뉴는 무려 유부초밥과 아스파라거스수프, 올리브와 오이무침이다.토요일 아침, 9시반 넘어 우선 시뇨리 광장으로 향한다. 시뇨리 광장엔 어제처럼 꽃들이 광장을 뒤덮고 있다.어제 우린 시뇨리 광장에 있는 '바실리카 팔라디아나'에 입장을 하긴 했는데, 회랑과 테라스 그리고 바실리카로 추정되는 공간의 외벽만 보았을 뿐 건축물 중심에 있는 바실리카엔 들어가지 못했다.어디에도 입구가 없었고 막연히 공개하지 않나보다 생각했는데, 그래도 정확한 영문은 알고 싶었기에 오늘이라도 문의를 해야 했다. 남편이 직원에게 물어보니 바실리카 공간은 존재하지만 늘 전시회장이나 행사장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바실리카 팔라디아나 입장권으로는 들어갈 수 없고 전시회 티켓을 구입해야만 입장 가능하다고 한다. 아니 그럼..
4월 19일 (금) : 팔라디오가 만든 세계 7시반 넘어 기상한 비첸차에서의 첫 아침.어젯밤 침실 히터 밸브를 다 열었으나 저녁 늦게 꺼진 히터는 새벽이 되어서야 따뜻해졌다. 이동식 히터를 켜서 춥진 않았지만, 난방 가동시간을 외부에서 조절하는 시스템이라면 밤엔 켜고 아침에 끄는 게 맞지 않을까. 비첸차 숙소는 0층 공동출입문 안에 다른 집 출입문과 우리 숙소 문이 있고, 거실 창은 바깥 도로-좁지만 버스 다님-와 바로 접해있기에 거실 소파나 식탁에 앉아있으면 외부 소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우린 불규칙한 음향에 예민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았다.공수해온 즉석밥이 고갈되어서 냄비밥을 지었고 짜장과 미역국, 볶음김치는 아침 메뉴가 되었다. 오늘 일정은 비첸차 뮤지엄 4티켓을 구입하여 테아트로 올림피코와 바실리카 팔라디아나를 입장 관람하는 것이다...
4월 18일 (목) : 머나먼 비첸차 새벽 취침으로 유난히 기상이 힘든, 로비니를 떠나야 하는 아침이다.냉장고에 있는 계란과 야채를 다 털어 간단 식사를 한 후, 남은 곡물식빵으로 점심이 돼줄 치즈토스트를 만들었다.캐리어를 다 꾸리고 로비니 바다를 한번 더 둘러보려 9시반, 밖으로 향했다. 로비니에서의 마지막 아침, 구름이 하늘을 잔뜩 뒤덮고 있다.눈부신 일출을 보았던 남동쪽 바다는 흐린 날에도 뷰포인트답게 아름다운 정경을 보여준다. 지난 일요일에 우리가 탔던 유람선엔 기대감을 한껏 안은 승객들이 승선 중이다.저기 남쪽 포구엔 어부들이 작업하는 어선 몇 척이 있는데, 셀 수 없는 갈매기떼가 어선 주변을 뱅뱅 날고 있다.10시가 안된 시각인데도 한국패키지 여행객을 비롯하여 현장학습 나온 고등학생들 그리고 백인실버패키지 여행객까지 다들 분주하다..
4월 17일 (수) : 로비니, 디어마이프렌즈 새 지저귀는 소리가 우리 강아지 소리처럼 들리는 아침, 녀석이 꽤나 보고 싶은가 보다.대구해물조림과 아직도 남아있는 깻잎, 진미채 그리고 로비니표 샐러드까지, 아주 푸짐한 아침식사를 했다. 10시, 로비니 버스터미널 앞을 지나 구시가 남동쪽 바다로 나갔다.매일 보아도, 자꾸 보아도 처음 본 듯 아름답고 눈부신 바다 광경이 시야에 담긴다. 내일이면 아니 모레면 그리워질 바다. 햇살은 뜨겁지만 어제처럼 바다 바람이 꽤 강하다. 이쪽 바다와 이어진 골목길엔 처음 들어와 보았다. 여긴 더 호젓한 분위기. 오전인데도 바람 타고 장작 태우는 향이 날아온다.골목을 걷다가 다른 길로 들어서고 또 다른 길로 돌아나오니 숙소 근처 넓은 도로에 이른다.이렇듯 길은 늘 다른 길로 뻗어 연결되고 우리 삶의 여정도 항상 이어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