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424) 썸네일형 리스트형 9월 9일 (월) : 집으로 가는 시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뜬 아침, 잔뜩 흐린 하늘에선 비가 뿌리고 있다.오전 7시 20분, 아침식사용 빵을 구입하러 내가 좋아하는 빵집 Ströck슈트뢱으로 간다.아침형 인간이 많은 오스트리아에서는 체인 빵집이든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이든 일반적으로 오전 6시면 문을 연다. 슈트뢱 앞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 녀석이 매장 안을 들여다보고 있고, 빵집 안에는 대기 손님이 꽤 있다.아침에 먹을 양만 필요했기에 긴 치즈빵-Käsestangerl-과 검은 넛츠빵만 구입하였는데 우유, 오렌지주스, 크림치즈, 잼과 함께 먹는 빵은 정말 맛있다. 늘 그랬듯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다. 집 정리를 하고 짐을 꾸려 캐리어만 남겨둔 채 오전 10시 20분, 체크아웃을 했다.종이류와 일반쓰레기는 숙소 뒤편에, 플라스틱과 캔.. 9월 8일 (일) : 기나긴 Bäckerstrasse 빈에서 온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남은 한식거리를 쓸어담아 카레, 미역국, 볶음김치로 아침상을 차리고 후식으로 납작복숭아와 마트표 스타벅스아이스커피도 먹었다.오전 9시 50분, 어제처럼 Stubentor역을 향해 U3에 올랐다. 오늘의 첫 일정은 오토 바그너가 모더니즘을 담아 건립한 오스트리아 우편저축은행 Postsparkasse이다. 빈에 거주할 때나 그 이후 여행 왔을 때 지나치면서 본 적은 여러 번 있으나 건물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건 처음이다. 건물 외관은 방수화강암과 대리석을 사용했고 당시로서는 신소재인 알루미늄을 내외부에 활용했으며 실내도 미적으로 디자인했다. 2022년에 빈 응용예술대학이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은행홀은 전시 공간과 카페가 되었다고 하는데, 일요일이라 문이 닫혀.. 9월 7일 (토) : 카페 디글라스에서 오랜 만의 이른 기상이다.어제 다녀온 Melk수도원이 자꾸 마음에 걸려 리플렛을 살펴보니, 19년 전엔 분명 보았으나 어제는 지나친 다른 정원이 있었다.덜렁거리는 성격으로 전환되는 중인 나와는 달리 남편은 다른 정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힘들고 고단하여 패스했다나.어이없는 마음에 약간의 다툼이 있었으나 뭐 어쩌겠는가. 뭔가 빼먹은 듯한 느낌을 그때 거기서 적극 확인하지 않은 내 탓인 걸 말이다. 오전 8시 40분, U3으로 3정거장 이동하여 Stubentor슈투벤토어역에 내렸다.Stubentor에는 지하철역 주변 지하공간은 물론 지상에도 빈 구시가를 둘러싸고 있던 과거 성벽의 흔적이 잘 남아있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Café Diglas까지 움직여본다1875년에 오픈한 Café Dig.. 9월 6일 (금) : 아쉬움 속 멜크수도원 일기예보대로 정말 시원한 아침이다.피렌체에서 아레초에 다녀온 날처럼 오늘은 구름 많고 흐릴 예정이라, 빈 근교인 멜크Melk에 가기로 했다.기후 위기는 9월초 빈 날씨를 한여름으로 만들어버렸기에, 근교 여행은 선택지 없이 햇볕 햇빛이 약한 날이어야 가능하다. 오전 8시 10분, U3에 올라 서역Westbahnhof로 향한다.서역은 지금의 빈 중앙역Hauptbahnhof이 남역이었던 시절엔 수많은 열차가 드나들던 가장 중요한 기차역이었으나 지금은 Westbahn-사철-의 근거지역이고 ÖBB-오스트리아 철도청-열차는 거의 단거리 기차만 운행되는 한산한 역이 되었다. 서역의 발매기에서 Einfach-Raus-Ticket 아인파흐라우스티켓을 구입하려 했으나 컨택리스인 트래블월렛이 원활하지 않아서티켓 오피스를 통.. 9월 5일 (목) : 하일리겐슈타트 나들이 아침 8시가 되자 어김없이 맞은편 성당에서 종소리가 사정없이 퍼지고 있다.Spar에서 구입한 두부를 넣어 차린 즉석북엇국, 한국식품점이나 아시아마트에서 파는 두부 맛에는 미치지 못한다.오전 10시, 느즈막히 구시가로 걸음을 옮긴다. 슈테판플라츠 옆 Stock im Eisen Platz-그라벤과 캐른트너가 만나는 곳-엔 용도를 알지 못하는 그랜드피아노가 놓여있다.생각해 보니 검은색 그랜드피아노는 빈에 머무는 내내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 빈에 살던 15년전 즈음엔 이 자리 근처에서 일반 클래식피아노로 장기간 연주-아마 버스킹-를 하던 젊은 한국여인이 있었다. 첫 목적지는 그제 들렀을 땐 미사 중이라 바로 돌아나와야 했던, 그라벤의 페터성당Peterskirche-베드로성당-이다. 페터성당은 주말은 물.. 9월 4일 (수) : 도나우의 Strandcafé 우리가 머물고 있는 빈 아파트는 알테보눙Alte Wohnung-오래된 옛 아파트-이라 층고가 3m가 넘는다.침실 하나, 거실, 작은 주방, 욕실, 화장실로 이루어진 작은 공간이지만 전혀 답답하지 않은 이유는 층고 덕분이다.단점도 있으나, 내부엔 스마트TV가 있고 건물엔 엘리베이터-추후 설치한 듯-가 있으며 U3역도 가까워서 숙박하기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저께에 이어 어젯밤에도 나타난 모기들의 공격이 심상치 않다.피렌체 모기는 여러 곳을 물었으나 많이 가렵지는 않았는데, 이곳 모기의 흡혈 자국은 가려움증이 너무 심하다.서울서 들고온 모기매트가 다 떨어졌으니 모기를 물리칠 무언가를 반드시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전 8시, 세탁기를 돌리고 아침식사를 한 후 10시를 넘겨 쓰레기,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를 .. 9월 3일 (화) : 새로운 올드시티 새벽 3시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가 다시 잠들어 7시반에 기상한 아침, 간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오전 8시, 냉장고의 반찬을 다 털어 식사를 한 후 9시반, U3에 올라 Volkstheater폭스테아터역에서 하차했다. 링슈트라쎄 옆 미술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마주보고 있는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으로 향한다.동일한 형태와 양식의 두 박물관 앞 도로-링슈트라쎄-는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가 항상 줄지어 있는 곳이다. 빈의 링슈트라쎄-링 거리-는 전체 길이가 5.3km이다.성벽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구시가를 둘러싼 팔각형-한쪽이 찌그러진 형태-의 넓은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1867년이고Ringstrasse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이전 시대의 다양한 건축 양식-고딕,르네상스,바로크 등-으로 건립되었는데 이를 역사.. 9월 2일 (월) : 휴식하는 날 9월이 되었건만 기온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오늘 예보도 최저 17도, 최고 32도. 빈에 살던 예전엔 8월 중순이면 아침저녁으로 긴 소매옷을 챙겨 입었는데, 15년이 지난 요즘은 9월인데도 자정이 돼야 더위가 가신다. 피자, 도넛, 납작복숭아, 사과주스와 커피, 푸딩, 티라미수를 아침부터 다 챙겨먹은 후 여행 유튜브를 잠시 시청한 다음오전 10시, 슬슬 동네 마트로 향한다. 별 일정없이 그저 어슬렁거리기로 한 날이다. HOFER는 빈에서 내가 좋아하는 슈퍼마켓으로, 주택가나 변두리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매장은 큰 편이고 유명브랜드 상품도 간혹 있으나 호퍼 자체 브랜드 상품이나 중저가 상품이 많다.대충 진열해 놓은 채소 과일류가 신선하면서도 저렴하고 유제품류도 품질도 괜찮은 편이며 공산품도 다양하.. 이전 1 2 3 4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