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여행 기간 중 처음 만나는 맑고 푸른 아침이 상쾌하다.니스
버스터미널에서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보다, 모나코행 버스를 눈 앞에서 놓쳐버리고, 9시반에야 모나코 가는 버스에 올랐다.
모나코 가는 길이 해안도로라 기대를 했지만, 생각보다 승객이 많아 바다가 잘 보이는 오른편 자리는 우리 차지가 되지 않았다.
10시 조금 넘어서 멈춘 길가 정류장이 모나코인가보다.
내려야 할 곳을 정확히 몰라 주위를 살피고 있는데, 모나코로 가는듯한 중국 여자들이 우르르 하차한다.
얼른 주변 사람에게 물어 모나코임을 확인한 후, 우리도 따라내렸다.
바닷가 근처, 공중전화 위의 건장한 두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한다.
프랑스의 휴양도시 같은 작은 나라 모나코는 병역과 세금이 없으며 프랑스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작은 동네(?)라 가이드북에 있는 지도만으로도 충분했기에 우리는 인포메이션센터도 찾지 않은 채 바로 그랑카지노로 향했다.
우와, 바닷가에 떠있는 크고 작은 고급 요트들이 환상적이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안나 조'가 타던 요트는 이곳에선 소박한 보트 수준이다.
요트와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이 만들어내는 멋진 조화에 내내 감탄사를 쏟아가며 바다를 걷는다.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걸어 다다른 그랑카지노.
호화로운 궁전을 연상하게 하는 그랑카지노는 모나코 국영 카지노로, 여기서 생기는 수익금은 모두 국가 재정이 된다고 한다.
카지노 수익금으로 국가 재정을 충당한다니, 납세의 의무가 없는 모나코 국민들이 무지하게 부럽다.
모나코 왕궁 앞에선 매일 11시 55분에 위병교대식이 있는데, 그 시각을 맞추기 위해 카지노에서부터 왕궁까지 빨리 걸었다.
중심가 도로를 관통하여 이른 왕궁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었기에 수많은 계단과 경사진 길을 또 올라야 했다.
대단한 볼거리는 아니었지만, 빼놓으면 서운할 수밖에 없는 위병교대식을 본 후 야외 레스토랑에 앉았다.
니스랑 모나코엔 유난히 피자레스토랑이 많은데, 우린 피자와 홍합과 살랑이는 바람으로 점심 위장을 채웠다.
처음엔 거의 비어있던 야외 자리가, 우리가 일어설 즈음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나코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미국 영화배우 출신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
그녀가 잠들어있는 모나코 대성당 앞에도 그녀의 흔적이 보인다.
성당의 기품있는 외관과 웅장한 내부를 살펴보다가 남편과 나란히 꿈꾸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모나코에서 지나칠 수 없는 또하나의 명소, 해양 박물관에 들었다.
지하 아쿠아리움과 1, 2층의 전시실엔 희귀어종을 비롯하여 바다가 내준 보물들이 가득했다.
유난히 동물을 좋아하는 작은밥돌은 완전 물 만난 고기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해양 박물관 옥상에서 보이는 바다는 그야말로 탁 트여, 갖은 시름을 녹여버릴 것 같다.
가슴 저릴 듯 푸르디푸른 바다빛을 어찌 두고 이곳을 떠난다니.
기념품점 가득한 구시가의 골목골목을 눈요기감을 찾아가며 걸음을 뗀다.
모나코 글자가 새겨진 모자도 써보고 지나는 사람들의 환한 표정도 놓치지 않는다.
왕궁에서 내려다보이는 정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 그리고 그 바다 위에 하얗게 떠있는 영화 세트 같은 요트들.
그리고, 왕궁을 내려오는 보도를 감싸는 낡디낡은 성벽, 난 이런 오래된 성벽을 정말 좋아한다.
역사의 현장에서 말없이 가만히, 예전 형태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는 이런 모습을.
모나코 성벽, 그곳엔 500년 역사가 스며 있었다.
니스로 돌아와 니스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아침에 호텔에서 추천해준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을 찾았다.
다양한 해산물이 나오는 모둠 메뉴를 주문했더니, 익히지 않은 생 해산물만 담겨있는 커다란 접시를 탁자 위에 내놓는다.
알고보니 생 해산물 전문점, 식당 안을 둘러보니 다들 맛나게 먹고 있다.
한 접시를 다 먹은 다음, 숙소에서 구워먹을 싱싱한 해산물을 더 구입했다.
오븐에서 갓 구워낸 그윽하고 구수한 해산물 내음과 흑맥주 기네스의 환상 조화.
니스는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가득 안겨주고 가만 저물어만 간다.
< 2008. 11. 1 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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