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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0 베네치아·피렌체·로마

1. 20 (월) 전 : 산피에트로 쿠폴라

이른 기상이 필요한 아침. 어제 많이 걷긴 했어도 일찍 잠든 덕에 몸이 가뿐하다.

8시 반, 오늘의 행선지를 향해 지하철 A선에 승차했다.

유적 많은 로마에, 지하철 C선은 공사 중이고 지금은 A와 B 단 두 노선만 운행 중이다.

 

산피에트로 성당과 광장

카톨릭의 총 본산인 바티칸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산피에트로 광장이 아침이라 한적하다.

로렌초 베르니니가 설계한 산피에트로 광장은 4열로 배치된 284개의 대리석 열주가 산피에트로 대성당을 감싸안는 또는

대성당이 광장을 끌어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오후에 예정된 바티칸 투어에 앞서, 첫 일정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산피에트로 쿠폴라다.

산피에트로 쿠폴라는 피렌체 두오모나 조토의 종탑과는 달리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가 있다.

물론 높이의 절반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으나 나머지는 300여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2006년 6월에도, 2008년 12월에도 쿠폴라는 관심 밖, 그렇지만 반이나마 엘리베이터 힘을 빌릴 수 있으니

이번엔 쿠폴라 등정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산피에트로 성당의 지붕까진 즐거운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탔으나 그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계단은 만만치 않다.

이름하여 빙글빙글 나선형 계단. 돔 아래 기둥형의 내부 계단도 힘들었지만 위로 갈수록 점점 지름이 좁아지는 돔의 계단은

기울어진 벽을 타고 만들어진 형태라 똑바로 걸어올라가는데 꽤 많은 에너지와 근력이 필요했다.

 

산피에트로 쿠폴라

드디어 쿠폴라 꼭대기, 구름 낀 하늘 아래 철조망이 시야를 가리긴 해도 360도 전망은 수려하다.

쿠폴라에서 내려다 보니 산피에트로 광장, 대칭형의 열주, 이어진 건물과 도로의 전체 형태가 열쇠다.

천국의 열쇠 형상이라 했던가.

 

산피에트로 대성당 지붕

다시 기울어진 벽을 짚고 계단을 내려오는 다리가 후들거린다. 역시나 계단은 나와는 천적이다.

내려오는 계단이 끝나면 산피에트로 대성당의 지붕이고 그곳엔 비바람에 마모된, 또는 보이지 않는 뒷부분은 정교하지도

섬세하지도 않은, 카톨릭 성인들의 조각상이 줄지어 산피에트로 광장을 향하고 있다.

 

바티칸 투어에 포함되어 있긴 하나 '피에타'를 좀 한가한 시간에 미리 봐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에 따라 산피에트로 대성당에

입장했다. 이곳은 4세기에 베드로의 무덤 자리에 바실리카가 세워졌고 지금의 산피에트로 성당은 16~17세기에 건립했다.  

예수는 그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베드로에게 하늘나라 열쇠를 주면서 베드로-'반석'의 뜻-라는 이름을 주었고,

제1대 교황인 베드로는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순교하게 된다.

120년간 지속된 산피에트로 성당 공사에는 브라만테,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베르니니 등 최고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성당 내부 오른편, 방탄유리 안에 미켈란젤로가 25세에 조각한 걸작 '피에타'가 있다.

 

예약한 바티칸 투어 미팅까지는 시간이 적당히 남아있다. 긴 투어를 함께하려면 체력 비축이 필요한 터.

근처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세트와 커피를 취하면서 한참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