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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9월 9일 (금) : 빈숲 포도밭 사이로

맑지만 살짝 서늘한 아침, 비빔밥과 즉석된장국으로 아침식사-지나치게 잘 먹고사는 중-를 든든히 챙긴 후 카푸치노까지 마셨다.

10시, S-Bahn역인 Hernals로 향한다.

 

Hernals역
S-Bahn

고풍스러운 Hernals역에서 S45-지하철만큼 자주 운행-에 올라 10분 만에 하일리겐슈타트에 도착했다.

S-Bahn은 빈 시내와 빈 근교를 운행하는 열차로, OEBB-오스트리아 철도청- 소속이다.

운영 주체는 OEBB지만 빈 교통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빈 시내에 한해 추가 요금없이 승차할 수 있다.

빈 지하철인 U-Bahn은 트램, 버스와 함께 Wiener Linien-빈 교통국-에서 운영한다.

 

Karl Marx-Hof
Karl Marx-Hof (9월13일)
38A 버스

하일리겐슈타트역 앞엔 사회 주택의 선구자인 Karl Marx-Hof가 자리하고 있다.

1930년에 완공된 이 건축물은 집 내부를 방, 주방, 화장실, 복도로 나누는 획기적인 구조를 채택했고 특히 현재의 주방시스템을

처음으로 고안했다고 한다. 1400여 세대가 거주하는 이곳은 그 길이가 무려 1.1km에 이른다.

 

칼렌베르크 전망대
칼렌베르크 전망대

하일리겐슈타트역 앞에서 38A 버스를 타고 빈 숲의 최종 목적지인 칼렌베르크에 내렸다.

시야가 맑은 편이라 칼렌베르크 전망대에서 보는 빈 시내가 대체로 잘 보이는 날이다.

 

빈 숲의 포도밭

전망대에서 포도밭이 펼쳐진 길 쪽으로 내려가 보았다.

조금만 가다 다시 전망대로 돌아오려 했으나 남편이 만류한다. 이만큼 움직였으니 포도밭을 걸어보자 한다.

그러지 뭐, 뙤약볕도 없이 오늘은 걷기 좋은 날이니까.

 

호이리거
호이리거

그해에 만든 화이트와인을 판매하는 호이리거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출입문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에, 그것도 비 내리지 않는 날에만 영업을 한다고 쓰여 있다. 

 

빈 숲의 포도밭

멋진 전경을 즐기면서 포도밭 옆 도로를 천천히 걷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온다.

포도밭 가운데로 들어가면 전망이 더 좋다고, 그래도 된다고.

 

훈더트바써가 지은 쓰레기 소각장 굴뚝
빈 숲의 포도밭

여기 진짜 좋다. 우린 최고의 휴식 중이고 최상의 힐링 중이다.

걷거나 자전거 탄 사람만 간혹 보일 뿐 우리밖에 없는 푸르른 포도 정원이 정말 고요하고 평화롭다.

 

베토벤 산책로
베토벤

1시간 넘게 걷다가 만난 곳은 베토벤 공원과 베토벤 산책로.

청각에 이상을 느낀 베토벤이 공기 좋은 하일리겐슈타트에서 거주하면서, 자주 산책하며 음악적 영감을 얻은 곳이다.

빈에 살 때 와 본 적이 있긴 한데, 큰 특징이 없는 곳이라 그런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길 따라 걷다가 찾은 버스정류장이 우연히도 '베토벤 유서의 집' 근처, 수차례 들른 '유서의 집'은 이번엔 패스다.

 

하일리겐슈타트 근처의 멋진 집

버스와 S45를 타고 도착한, 이젠 내 집 같은 숙소.

넷플로 드라마 김사부1을 시청하고, 빗방울이 떨어지다 거짓말 같이 금세 그치는 바깥을 바라보면서 Wachau 갈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한 점 걱정 없이 또,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