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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9월 7일 (수) : 일상 같은 여행

오늘 아침식사의 주 목적은 해장이라, 얼큰한 육개장칼국수를 끓였고 감자샐러드를 곁들였다.

이어 어제 구입한 거품 가득 카푸치노를 마시고, 단맛 넘치는 방울토마토와 청포도까지 먹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전날 구입한 방울토마토와 청포도

처음 오스트리아를 여행한 2004년, 빈에 살았던 2005년부터 2009년 초까지, 그리고 이후 여러 번 방문했을 때와 현재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1인당 국민소득-2021년 기준 약 $오만이삼천-에 비해 착한 오스트리아의 식료품 물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마트 식료품은 여전히 저렴하고 품질이 좋으며 시기에 따른 가격 등락이 거의 없다.

 

마트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품질은 가격만큼의 차이는 없는 편이다. 

Billa와 Spar-Eurospar, Interspar 포함-엔 브랜드 공산품과 식료품을 판매하니 이는 물론 신선식품도 가장 가격이 높은 편이고

Hofer와 Lidl은 가장 저렴한 마트이고 Penny는 중간이다. 재래시장도 식료품이 저렴하나 여행객 대상의 나슈막은 비싸다.

 

숙소 안마당
숙소 계단과 공동현관

오스트리아를 동유럽으로 알고 식료품 물가 뿐 아니라 다른 물가도 저렴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오스트리아는 지리적으로 프랑스나 독일보다는 동쪽에 있지만 정치, 경제, 역사적으로도 동유럽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나라 중고교 지리시간에도 오스트리아가 동유럽에 포함된다고 배운 적이 없다.

오스트리아는 흔히 동유럽으로 묶어버리는 기준인 사회주의 국가-이것도 정확한 분류기준은 아님-였던 적도 없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론 서유럽이고 사회주의도 민주주의 국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스위스처럼 그저 영세중립국이다.

 

패키지 여행 상품을 만들면서 한국 여행사에서 편의상 그렇게 집어넣어 부르기 시작했을 뿐인데, 진짜 사회주의였던 동유럽국가인 줄

알고는, 빈을 여행하면서 동유럽 국가인데 물가가 비싸느니 동유럽의 배신이니 하는 글이나 영상이 심심치 않게 돌아다닌다.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의 2배 가까운 국민소득을 가진 국가니 식료품 말고는 물가가 1.5~2배라고 생각하면 거의 맞다.

 

10시, 어제도 있던 아랍계 할머니가 BILLA 앞 같은 자리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비엔나에는 다른 EU 국가에서 왔거나 난민으로 와서 구걸하는 사람들이 몇 년 새 부쩍 늘었다.

 BILLATchibo 카피시모 커피캡슐 할인-한국 반값-이 오늘까지라 구입하러 왔는데, 어제는 없던 배추를 판매하고 있다.

 

BILLA

서울에서 구입해 온 포장된 배추김치와 볶음김치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행 중 10일 간은 포장 김치를 먹고, 그 다음 20일 동안은 담가 먹기로 하며 챙겨온 새미네 김치양념 2봉.

설명서대로 양념 1봉에 배추와 고춧가루를 넣어 김치를 후딱 담그고, 세탁기의 세탁이 종료된 것을 확인하고는 탈수 버튼을 눌렀다. 

20년도 더 된 낡은 세탁기라 전자동이 아니었으나 세탁도 탈수도 문제없이 잘 되니 다행이다.

 

숙소 맞은편 : 빈은 온통 공사 중
트램 정류장

많이 먹어도 속 부대끼지 않는 맛있는 치즈쎔멜 그리고 생오렌지주스와 방울토마토를 먹은 후 2번 트램에 올랐다.

이 숙소의 단점이 근처에 지하철이 없다는 것인데, 트램을 타면 환승없이 구시가로 갈 수 있기에 크게 개의치 않고 선택했다.

Kagran역의 Donau Zentrum에 가기 위해선 구시가 Karlsplatz에서  U1를 타야 한다.

 

22구 카그란역에 맞닿아있는 도나우첸트룸은 빈에 살 때 자주 가던 복합쇼핑몰이다.

10여년 전 정문 파사드를 완전히 새로 바꿔서-자하하디드 분위기- 그때와는 다른 분위기지만 내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치보 매장엘 들어가고, 구름다리 건너 인터스파에서 필요한 몇 가지를 구입했다.

 

Donau Zentrum 치보 매장
Donau Zentrum

Donau Zentrum를 돌아다니는 중 서울에 있는 친구 K로부터 톡이 왔다.

아들이 내일 아침 런던으로 떠나는데 데이터도 환전도 아무 준비 없이 아직 귀가도 하지 않았다며 걱정이다.

알아서 하겠지 뭐. 그 아들이나 이 아들이나. 

 

도나우첸트룸 1층 한쪽에 전과 달리 온통 중국식 누들 식당이 점령해 있다.

갑자기 배가 고파 테이크아웃 식당에 줄을 서서 누들볼을 구입했다. 야외벤치에서 먹는 맛, 너무 맛있다.

내친 김에 Anker에서 치즈빵 2개를 구입했다. Stroeck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이쪽 DZ엔 없으니 이걸로 만족이다.

 

내일(9월 8일) 새로 문을 여는 PENNY

트램에서 내려 숙소로 오는 중, 근처 Penny가 내일 새로 오픈을 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오호, 페니까지, 4개의 마트로 둘러싼 완벽한 마세권이네. 다음날부터 난 Penny Fan이 되었다.

 

앙커 치즈빵과 삶은 감자

3분 카레에 감자, 양송이, 양파를 추가한 저녁식사. 김치와 사우어크라우트는 그저 거들었다.

주연 같은 조연인 치즈빵과 삶은 감자도 최고니 무얼 더 바랄까.

일상 같은 여행,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