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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의 한가운데

이별 그 후

우리 막내가 강아지별로 떠난 지 반 년이 되었다.

14년 넘게 함께 숨쉬고 생활하던 막내의 부재는 여전히 믿기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아니 오히려 녀석을 향한 그리움의 깊이와 슬픔의 무게는 더욱 절절히 곱씹히고 있다.

집 안 모든 자리에서 녀석의 모습이 밟히고, 산책하던 바깥 길목마다 녀석의 환영이 걷고 있다.

 

주방 개수대에 서면 쪼르르 달려와 간식을 기다리며 내 뒤를 지키던 녀석.

화장실에 앉아있으면 아령 장난감을 가져와 바닥에 씩씩하게 굴리던 녀석.

종일 나만 따라다니다가도 밤에는 꼭 남편 옆구리에 파묻혀 잠들던 녀석.

모든 생명체에 친화력을 발휘하여 사람과도 강아지와도 잘 어울리던 녀석.

 

얼마 전 어느 동영상에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눈물을 흘리는 강아지를 보았다.

그때 내 마음을 움켜쥔 것은 떠나기 전, 녀석의 왼쪽 눈동자에 가득 묻어있던 투명막이었다.

그것은 가족을 향해 애달픈 이별 인사를 건네는 우리 막내의 눈물 덩어리였다.

안개 낀 새벽, 이별을 감지한 우리 막내는 깊은 슬픔과 고통으로 울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이 혼자서 감당했던 애절한 슬픔을, 난 그저 내 상실감과 자책감을 지키느라 너무 늦게 헤아린 것이다.

 

그날 흘린 네 눈물을 이제야 깨닫게 되어 정말 미안해.

아가 때부터 노견이 될 때까지 네 견생의 반려자가 될 수 있어서 행복했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내가, 우리가 널 먼저 알아볼게. 그리고 품에 꼭 안아줄게.

 

어쩌면 녀석은 강아지별에서, 자기를 향한 그리움에 사무쳐 울고 있는 나를 안타깝게 내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별에서 우리에게 늘 위안과 기쁨을 주었던 것처럼 위로의 눈빛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언젠가, 절절한 그리움이 추억으로 승화되는 날이 온다면 그땐 마음껏 막내를 기억할 수 있으리라.

다만, 애절한 그리움의 끝이 언제일지 모를 뿐이다.

 

 

우리 막내 산책길

# 추신

우리 예쁜 막내가 우리 품에 온 2010년부터, 동물병원의 추천으로 모든 먹거리와 대부분의 물품을 구입했던 퀸앤퍼피.

아이러니하게도 애석하게도, 녀석이 떠나기 바로 전날 모든 배송 업무를 종료했고, 녀석이 떠나고 보름 후 영업을 종료했다.

20년 넘게 이어온, 막내의  소중한 선물 자리였던 쇼핑몰 퀸앤퍼피의 업무 종료는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우연히 소식을 접하고는 쇼핑몰 게시판에 글을 남긴 다음, 주문배송 내역을 캡처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며칠 후 퀸앤퍼피 쇼핑몰은 흔적 없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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