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세 피나코텍 중 1853년 개관한 '노이어 피나코텍'은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까지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미술시간에 자주 듣고 보았던 모네, 마네, 드가, 르누아르, 세잔, 고갱, 고흐 등 유명 화가의 작품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는데,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그림들이다. 그냥 아무 설명 없이 아무 배경 없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그림들.
중세의 단장한 어느 성의 복도 같은 미술관 통로를 지나면 세계 미술사의 한 면을 장식하는 그림들이 또다시 나타나 준다.
그림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 아는 것이 없어도, 모르는 것 투성이어도 그림을 느끼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듯이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도 충분히 동참할 수 있는 공간이 미술관이라는 것을 노이어피나코텍에서 깨달았다.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 그도 이곳에 있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처럼 '해바라기'가 이곳에서 그의 영혼을 지키고 있다. '해바라기'는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으로, 그의 짧고 비극적인 삶과 예술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다. 타오를 듯 구불거리는, 애절하고 비통한 선들.
우리는 그해 여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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