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안 갈래요
이번 여행의 일정은 3박 4일이고, 행선지는 오사카와 교토이며 여행 인원은 셋이 아닌 둘이다.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작은밥돌은 집을 지키고 학원을 지키고 똘이를 지키기로 했다.
"유럽이라면 몰라도 일본은 안 갈래요. 엄마 아빠만 다녀오세요."
일본 저가항공사인 피치항공 홈페이지에서 오사카행 항공권을 예약하면서 작은밥돌에게 여행 의향을 물었었다.
짧은 기간이라 충분히 혼자 있을 수 있고, 곧 수험생이 되기에 학원을 등질 수도 없으며 또한 똘이도 돌봐야하는 등
갖가지 이유로 작은밥돌은 흔쾌히 남는자가 되기로 했던 것이다.
출발하는 날, 캐리어에 짐을 챙겨넣고, 또 작은밥돌이 먹을 음식도 만들어야 했기에 오전 시간은 후딱 지나가 버렸다.
"학원 잘 다녀오고, 밥 잘 챙겨먹어. 그리고 똘이도 잘 봐주고...."
집을 나서는 마음이 조금은 묵직했지만 남아있는 녀석 얼굴은 싱글벙글이다.
2009년 귀국 후, 2010년 여름 유럽 여행 때와 2011년 홍콩 여행 때는 세 명이 움직였기에 남편의 승용차로 공항까지
이동했는데, 이번엔 공항버스를 타기로 했다. 운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한 이동을 위해서인데, 특히 오사카에서 귀국하는
날엔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기에 수면 부족을 고려하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아파트 정문 건너편의 정류장에, 정확한 운행시각에 공항버스가 도착했다.
기내용 20인치 캐리어를 달랑 하나만 든 채 가벼운 마음으로 넓고 쾌적한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선 우리말은 물론 일본어로도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 아, 인천 공항
오후 2시, 인천 공항, 1년 반 만이다. 반갑다.
4시 35분에 출발하는 피치항공 데스크엔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우린 수하물-피치항공은 수하물도, 좌석지정도 별도의 요금을 지불-도 없이 금세 수속을 마친 후,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셔틀트레인을 타고 제2터미널로 이동한다.
인천공항 출국 체크인데스크가 있는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출국수속을 마치고 무빙워크에 올라 좌우를 살피는 순간
이미 마음은 여행의 정점을 찍고 있다. 무한한 설렘이다.
셔틀트레인을 타러 가는 도중, 빈과 서울을 오가느라 2008년과 2010년에 탑승했던 핀에어의 대형 광고판이 보였다.
반갑고 그립다. 그때가, 유럽의 한 도시에서 머물던 그때가 정말로 그립다.
인터넷 면세점으로 미리 주문했던 물품을 인도 받으러 제2터미널의 L면세점과 S면세점 인도장에 들렀다.
생각보다 아주 한산하다. 1년반 전, 제1터미널의 면세점 인도장은 정말 북새통, 시장판이었는데.
탑승 시각까진 한 시간이나 남아있다.
탑승구 앞에 앉아서 커피와 주스, 빵을 음미하며 인터넷검색을 하다보면 1시간쯤이야 후딱 지나간다.
# 진정한 저비용 항공사, 피치 항공
그사이 오사카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도착했다.
항공기 내 정리를 마치고 탑승을 시작한 시각이 탑승 마감 시각보다 늦어있다.
피치항공은 체크인 시각도, 탑승 마감 시각도 승객에겐 칼 같이 정확히 요구하고 지킨다더니.
자기네들은 승객과의 약속시간은 지키지 않아도 되나. 아무튼 ABC열 먼저 탑승을 시작한다.
일본 저가항공인 피치항공은 기내식도, 기내서비스도 전혀 없다. 음료는 물론 물도 유료다.
빈에 살 때, 유럽 내 저가항공을 아주 많이 이용해봐서 이 시스템이 생소하지는 않다.
기내 승무원은 3명이다. 남자 승무원 하나, 여자 승무원 둘.
이륙 전, 시트 벨트를 일일이 확인하는 여자 승무원이 승객들을 향해 자그맣게 외친다, 씨또 베루또~
하늘 길의 날씨가 아주 좋다. 준비한 간식을 오물거리며 먹는 동안 승무원이 입국카드를 내민다.
탑승 시각은 예정보다 늦었지만, 제시각에 인천 공항을 이륙한 피치 항공기는 안전하게 간사이 공항에 착륙했다.
우리는 휑하디휑한 2 터미널-피치항공 전용이다-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 터미널로 이동- 5분거리-한 후, 공항열차인 난카이선
매표소에 서울에서부터 미리 준비해 온 요코소 오사카 깃푸 교환권을 내밀었다.
요코소 오사카 깃푸 교환권은 간사이 공항에서 난바역까지 이동하는 난카이선 라피도 열차(1,390엔)와 오사카 1일 교통패스
(평일은 800엔, 휴일은 600엔)를 받을 수 있는 티켓인데, 한국에서 미리 구입하면 1,500엔으로 상당히 저렴하다.
난카이선 라피도 티켓은 티켓 교환일과 공항 출발에 한해 사용 가능하며, 교통 패스는 뒷면의 유효기간 내에 사용하면 된다.
# 오사카, 오사카
멋지고 당당하게 정차해 있는 난카이선 라피도 열차-은하철도999 같은-는 내부 청소 중이었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오사카는 공항도, 다른 관광지에도 한국어표지판이 잘 되어있다.
나는 이번이 처음이고 남편은 두번째 일본 방문이지만, 일본을 찾는 우리나라 여행객이 아주 많다는 뜻.
공항에서 난바까지 이동하는 난카이선 라피도 열차의 내부는 좌석 간격이 넓고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아주 쾌적했다.
이미 어두워진 저녁, 7시 5분에 간사이 공항을 출발한 열차는 정확히 7시 45분, 우리를 난카이 난바역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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