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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0 베네치아·피렌체·로마

1. 15 (수) 전 : 우피치 미술관 투어

트리니티 다리에서 본 베키오 다리

피렌체 아파트의 단점은 두 가지다.

출입문 열쇠가 하나밖에 없는 것, 또 3개의 침실에 있는 더블침대 중 두 개가 더블보다 너비가 좁은 세미더블이라는 것이다. 

아르노강이 가까운 점,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점, 리모델링으로 실내가 깔끔한 점, 2개의 화장실에 샴푸와 비누가 비치된 점,

식기가 잘 갖춰진 점,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있는 점은 모두 장점이다. 

난 이곳의 단점인 좁은 침대 대신 거실 소파를 선택했다. 소파베드라 널찍해서 취침용으로도 최적.  

 

오늘 오전엔 우피치 미술관 투어가 예약돼 있어 8시 10분에 길을 나선다.

투어 예약은 내가 했지만, 내 담당인 베네치아 여행을 다 마쳤기에 피렌체부터는 좀더 가볍게 다닐 수 있다.

 

마에스타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

우피치 투어는 여행 카페에서 인기 있는 인디고트래블에 신청했다.

투어를 받지 않는다면 우피치 홈피에서 입장권을 예약해야 하는데, 미술관 투어는 입장과 안내 및 해설을 모두 책임져 주니

매우 편리하다. 만남의 장소엔 우리가 거의 제일 먼저 도착했는데, 이후 나타나는 투어 신청자들이 예상 외로 굉장히 많다.

가이드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자기 소개도 안 하고 투어 비용부터 걷는다. 별론데 하며 궁시렁거리던 중 나타난 또 한 명의 남자,

그가 바로 홈피에서 예약할 때 내가 간절히 요청했던 S가이드였다.

 

30~40명의 투어 인원을 둘로 나눠 투어가 시작되었다.

S가이드는 명함을 나눠주며 자신을 소개했고 우린 명함과 입장권을 받으며 탄성과 리액션을 선사했다.

우피치 입구의 검색대를 지나 전시실 입장 전, 미술관 복도에서 우피치 미술관에 대한 개략적 설명을 해 준다.

 

보티첼리의 '봄'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우피치에서 바라본 베키오 다리

르네상스 회화작이 가장 많은 미술관인 우피치의 시작은 13세기 중세 미술 회화부터다.

무표정한 '마에스타'시대가 지나고 조토의 '마에스타'에 이르면 원근감과 입체감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파격적.

가이드는 '마에스타'와 '수태고지'와 '동방박사'를 설명하고 반복하고 질문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때론 아재 개그 같은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그림 보는 법을 안내한다.

또, 보티첼리의 '봄'에 숨겨진 애틋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설명서엔 안 나오는-도 풀어놓는다.

 

베로키오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리스도의 세례'
미켈란젤로의 '톤도 도니'
라파엘로의 '검은 방울새의 성모'

스승을 뛰어넘은 어린 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회화를 조각처럼 표현한 미켈란젤로, 잘 생기고 성격까지 좋은 라파엘로,

베네치아파 티치아노와 무시무시한 카라바조까지 3시간 가량 이어진 우피치 투어는 대만족이다.

우피치 복도 유리를 통해 보이는 베키오 다리도 멋스럽고, 야외 카페에서 전망되는 두오모 상부는 더 멋스럽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카라바조의 ' 메두사'

정오 무렵 우피치 투어는 끝났지만 가이드는 우피치 내부에서 관람객들의 질문에 정성껏 답해주고 있다.

시간이 더 있다면 미술관 내부를 처음부터 다시 훑었겠지만, 바로 점심식사 예약을 해 둔 터라 마지막 전시실 두엇에만

슬쩍 시선을 주었다. 가이드와의 단체(?) 기념촬영을 끝으로 우피치 일정을 마무리했다.

 

점심식사 예약 식당은 평점 괜찮은 La Grotta Toscana.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예약하면 평일 점심엔 무려 25%, 저녁엔 20%를 할인해 준다.

우피치에서 멀지 않은 레스토랑을 찾아 구글이와 함께하는 골목길, 그때 거짓말처럼 출현한 S가이드.

너무나 친절하고 감사하게도, 같이 식당으로 들어와 주문도 해 주고 사진까지 찍어주었다.

알고 보니 오늘 투어한 인디고트래블의 우피치 가이드 2명이 모두, 한국인으론 흔치 않게도 이탈리아 공인 가이드다.

 

토마토 올린 빵은 물론, 샐러드와 트러플 파스타, 트러플 안심스테이크, 티본스테이크가 다 맛있다.

분위기 괜찮은 식당에서 착한 가격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니 기분 좋은 나른함이 피어오른다.

2시, 이제부터는 조토의 종탑에 오를 것이고 그후 5시까지는 각자 자유시간이다.

종탑을 거부한 나는 지금부터 온전하게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