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과음 덕에 몸을 일으키기 살짝 버거운 아침, 베네치아의 마지막 일정이 기다린다.
오전에만 여는 리알토 수산시장을 가보기로 한 것.
어제 들렀다면 해산물을 구입해 맛난 요리를 해먹었겠지만 오늘은 이 도시를 떠나는 날이니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식전부터 서둘러 도착한 수산시장이 조용하고 고요하다.
너무 이른 시각인지 문 연 가게도 적고, 흥정하는 손님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판매대 위의 생선과 해산물이 우리나라 시장의 그것들과 다르지 않아 친근하다.
리알토 수산시장엔 해산물도 싱싱했지만 과일과 꽃도 아주 화사하다.
빛깔이 곱고 예뻐서 눈길을 사로잡더니 게다가 착하기까지 한 꽃값.
시장을 등지고 바라보는 새벽 대운하의 분위기가 촉촉해서 참으로 근사하다.
숙소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챙긴 후 10시, 아파트를 나선다.
나흘 전에 숙소로 들어올 때처럼 계단 많은 5개의 다리를, 선착장을 향하여 캐리어와 함께 건넌다. 완전 팔 빠짐.
우린 11시 5분에 출발하는 Italo기차를 타야 하는데, 10시반 쯤 산타루치아역에 도착했다.
안내판을 보니 이탈리아 국철인 트랜이탈리아 기차들은 온통 캔슬이나 연착인데 우리가 탈 Italo기차-베네치아에서 출발하여
나폴리까지 운행-는 다행히 정시 출발한다.
작년에 밀라노에서 베네치아로 이동할 때도 미리 예약한 Italo기차를 탔는데 그땐 좌석이 1-2배열인 컴포트였고,
이번엔 2-2배열인 스마트석이다. 공간 여유가 없다보니 캐리어 4개는 선반에 올렸지만 2개는 출입문 앞을 차지해야 했다.
10분 연착한 오후 1시 30분,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역에 다다랐다.
비엔나에 살 때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왔던 피렌체, 그때가 2007년이었으니 무려 13년만이다.
기차역에서 숙소까지는 1.2km정도로, 헛갈리는 버스보다는 구글이를 믿고 남쪽으로 걸어간다.
우린 너무나 훌륭하게도 하나도 헤매지 않고 아르노강을 건너 숙소가 있는 건물까지 안착했다.
아파트 체크인은 3시에 관리인을 만나서 하기로 했고 남는 시간동안 같은 건물 1층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흔쾌히 6개의 커다란 캐리어를 놓을 장소까지 제공해 준 식당 주인, 근데 주문한 리조또 맛은 흔쾌하지 않다.
3시에 정확히 아파트 앞에 나타난 친절한 관리인.
아파트는 내부는 리모델링하여 깔끔했으나 침실 3개 중 두 곳의 침대가 작아-더블 아닌 세미더블- 완전 난감하고
출입문 열쇠는 달랑 하나만 건네준다. 우린 6명이니, 하나 더 달라 하였으나 하나밖에 없단다.
겨울 해가 게으르다 해도 피렌체의 첫날을 그대로 지날 순 없다.
오후 4시, 숙소 바로 옆 카라이야 다리 앞을 스치고 더 오른편의 트리니티 다리 앞도 스친 후, 베키오 다리를 밟아 피렌체 중심을 흐르는
아르노강을 건넌다. 짐 없는 가벼운 몸으로는 시뇨리아도, 두오모도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가뿐한 거리다.
두오모가 버킷인 영후배는 두오모 광장에서 두오모 통합권을 구입하고는 두오모 쿠폴라 입장시각도 예약했다.
조토의 종탑은 내일, 산타마리아델피오레의 쿠폴라는 16일 오전에 오른다. 계단 울렁증이 심한 나만 빼고 말이다.
두오모 성당의 둥근 돔을 응시하는 브루넬레스키의 표정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저 대단한 돔을 만든 건 오로지 나'하며 괴짜답게 스스로 경탄하는 듯하다.
금세 어두워진 하늘, 공화국 광장엔 작은 축제인 양 이동식 놀이기구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광장 저쪽 레스토랑에서 2007년에 아들이랑 남편이랑 티본스테이크를 먹었었다.
도시를 넘어오느라 힘겨웠던 오늘, 새싹비빔밥으로 비타민을 채운 후 오랜 만에 일찍 하루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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