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반, 알람이 울린다.
오스트리아 국영방송인 ORF2 TV에선 오늘과 내일 낮 기온이 올 여름의 최고에 이를 것이라 한다.
몇 년 사이 급격히 빨라진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중서부 유럽의 여름 기후는 남부 유럽 못지 않게 뜨겁다.
다만 뜨거워진 기온에 비해 냉방 시설이 확충되지 않은 탓에, 낮엔 어딜 가나 덥다.
8시 반, 숙소 앞에서 5번 트램을 타고 바로 다음 정류장인 Am Tabor에 내렸다.
우린 내내 Am Tabor엘 자주 갔는데, Spar가 있고 또 구시가로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2번 트램 정류장이기 때문이다.
트램의 매력인 느린 이동이 선사하는 거리 풍경 감상과 더불어 Am Tabor에서 슈베덴플라츠까지 8분, 칼스플라츠까지는 16분이면
단번에 가는 2번 트램을 탈 수 있으니 마땅히 매일 가야 할 터.
트램-슈트라센반-에 앉아 아직 뜨거워지지 않은 빈의 아침을 바라보는 기분이 상쾌하다.
Oper-KarlsPlatz 정류장에 내려 바로 Café Museum으로 향한다.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는 Café Museum의 실내 대신 야외 좌석에 앉아 멜랑쉬와 아펠슈트루델을 주문했다.
아침이라 아직 덥지는 않다. 오스트리아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대부분 물과 함께 서빙되는데, 이는 입 안을 깨끗이 한 후
커피를 음미하라는 의미다. 부드러운 멜랑쉬와 아이스크림 곁들인 아펠슈트루델(사과파이)이 모두 튀지 않고 무난한 맛이다.
옆자리 백인 할아버지는 혼자, 아니 작고 어여쁜 강아지와 함께 커피를 음미하고 카페를 즐기고 있다.
칼스플라츠에서 나슈마크트 쪽으로 움직이다 보면 세기말 분리파 회관인 세체시온이 유겐트슈틸-아르누보- 양식으로
오똑하니 자리하고 있다. 건물 건립 당시 빈 시민들은 상단 황금빛 구형 조형물을 양배추라 빗대며 혹평했다고 한다.
나슈막은 빈에서 가장 알려진 시장으로, 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여러 번 가 보았지만, 보는 재미는 있으나 관광객 대상이다 보니 마트에 비해 저렴하진 않다.
10시 반, 왕궁 정원 앞을 지나면서 정원엔 들어가지 않고 그 앞 그늘진 벤치에 앉았다.
이미 좀 걸었고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는 듯하니 우리 나이엔 한 박자쯤은 무조건 쉬어가야 한다.
빈 시민의 여름 축제인 필름페스티벌이 열리는 시청사 광장 앞을 지나고, 작년에도 공사 중이더니 여전히 대대적인 공사 중-
보수공사 시작하면 최하 5년-인 국회의사당 앞을 지난다. 국회의사당의 하늘도, 오페라하우스의 하늘도 시리게 푸르다.
칼스플라츠에서 다시 2번 트램에 올랐다.
빈 트램은 구형트램과 저상형인 신형트램이 있는데, 구형은 에어컨이 아예 없고 신형 트램은 에어컨이 있는 경우가 많으나
에어컨 없는 트램도 간혹 있다. 물론 냉방시설이 설치되어있다 하더라도 지하철만큼 시원하진 않다.
Julius-Raab-Platz에 내려서 간 Zollamssteg는 영화 '비포선라이즈'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아니지만, 다리 아래엔 전철이 다니고 또 양쪽 도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독특한 이 다리에 꼭 한번쯤
와보고 싶었다.
다시 2번 트램을 타고 슈베덴플라츠(Schwedenplatz)로 향한다.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는 아이스크림을, 우리도 사이좋게 하나씩 물고 거리를 걷는다.
그 거리의 끝에는 도나우 운하가 우릴 기다리고 있고, 떨어지는 햇살을 보니 정오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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