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그런 때가 있었다.
누구도 모르게
누군가가 흔들리고 있었다.
거칠게 헤매다
흰 몸짓을 드러내고
흰 웃음을 드러냈다.
그 몸짓에
그 웃음에
내 속 물기는 넘쳐 흘렀다.
마르지 않은 채 쌓여만 갔다.
뒤척인 가슴은 엉클어져 등 뒤로 숨었다.
그러는 사이
흰 몸짓이 떠나고
흰 웃음이 바스라지고
되돌아온 그 터
그 터에 있던 꽃문은 이제 없다.
꽃은 시들어 말랐고
녹이 난 문은 땅 속에 묻었다.
기다리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다 지나버렸다.
다 늦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