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유/숨은 그림 찾기

지각

 

 

지각

 

  

그런 때가 있었다.

누구도 모르게

누군가가 흔들리고 있었다.

거칠게 헤매다

흰 몸짓을 드러내고

흰 웃음을 드러냈다.

 

그 몸짓에

그 웃음에

내 속 물기는 넘쳐 흘렀다.

마르지 않은 채 쌓여만 갔다.

뒤척인 가슴은 엉클어져 등 뒤로 숨었다.

 

그러는 사이

흰 몸짓이 떠나고

흰 웃음이 바스라지고

되돌아온 그 터

 

그 터에 있던 꽃문은 이제 없다.

꽃은 시들어 말랐고

녹이 난 문은 땅 속에 묻었다.

기다리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다 지나버렸다.

다 늦어버렸다.

 

 

 

'사유 > 숨은 그림 찾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05.07.02
이유  (0) 2005.06.24
  (0) 2005.06.15
영원  (0) 2005.05.17
독풀  (0) 200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