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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삶과 사랑 사이

장밋빛 인생


 

내 시선을 내리깔게 하는 눈동자

입술에 사라지는 미소
이것이 나를 사로잡은

그의 모습이에요.


그가 나를 안고
가만히 속삭일 때
내게는 장미빛으로 보이지요.
그가 내게 사랑의 말을 할 때는
같은 말이라도 언제나
나는 황홀함을 느끼지요.

내 마음 속에 행복이 돌아온 거예요.
그 이유를 나는 잘 알고 있어요.
나를 위한 그, 그를 위한 나라고
그는 내게 말했고
맹세해 주었지요. 

그를 보기만 해도 내 속에서는 
맥박 치는 심장이 느껴져요.
끝없는 사랑의 밤은 행복에 넘쳐
슬픔은 사라져 버리죠.
그가 나를 안고 가만히 속삭일 때
내게 인생은 장미빛으로 보이지요.

 

< 창으로 바라본 바깥 풍경- 맨 왼쪽이 UN 건물들 >

 

 
이곳의 9월이 이렇게 더울 줄 몰랐다.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맞는 가을, 아침 저녁으론 선선하지만 낮의 늦더위는 우리나라 못지 않다.
게다가 어딜 가도 실내에선 에어컨 찾기가 쉽지 않으니, 한여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낮엔 더위와 투쟁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한 그리움까지 더해 몸과 마음의 숨을 막는다.

 

요즈음, 내 향수를 속이는 최고의 방법은 우리나라 드라마다. 물론 '인터넷'이란 쓸모있고 착한 친구를 통해서.
흔히는 아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생활할 때도 드라마에 열광한 적이 있었다.
1992년의 '질투', 2000년 '허준', 2002년의 '로망스', 작년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지금 내 초점은 '장밋빛 인생'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억척과 인내로 견디어내고, 아버지와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며 직장에 다니던 주인공 순이는
끈길지게 따르던 연하의 직장 후배와 결혼을 한다.
10년 간의 눈물나는 절약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될 즈음 찾아온 남편의 바람.
순이를 끔찍스러워하며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지만, 순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모르는 사이 순이 몸을 파고든 병마까지.
'그러게, 그동안 왜 그러고 살았어? 헌신하면 헌신짝된다는 거 몰라? 언니도 이제 언니 인생 살아.'
미혼 여동생 영이는 순이를 책망하는데...

 

주변에서 가끔씩 보이고 들리는 스토리다. 고생하다가 살만하면 흔들리는 모습들.
그 중심엔 절약이 몸에 밴 아내가 있고, 그 모습을 원인으로 몰아부치는 남편이 있다.
배반 당한 아내는 그제서야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선언하지만, 드라마 속의 순이처럼 가정이 우선이고 자식이 먼저다.
 
사랑에 유효기간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을 사랑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20개월, 길어야 2년 이상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생물학적인 근거로만 본다면 어느 누구도 결혼해서도 안 된다.
또 결혼을 하더라도 그 생활을 5년, 10년 지속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결혼식을 할 때 혼인 서약을 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평생 사랑하겠습니까? '노'라고 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년 후, 2년 후에도 어떤 마음일지 모르는데 평생이라니? 그것은 책임이고 신뢰다.
가정을 바르고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드라마는, 지금은 바람에 허우적대고 있는 순이 남편이 순이에게 용서를 빌고 극진히 간호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한다.
아내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과 사랑이 뒤늦은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순이 마음에 남아있는 상처와 그 흔적까지 다 사라질 수 있도록. 장밋빛 인생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처음 약속이 헛되지 않도록.
"한번 일어났던 일은 잊을 수 없는 법. 다만 기억나지 않을 뿐.('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이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곱고 평화로운 순이의 가정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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