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테는 '망각의 강'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세 가지 레테가 등장한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레테가 바로 저승 앞을 흐르는 레테. 그야말로 망각의 강이다.
저승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이 강을 건너야 한다. 강을 건너면 이승의 기억은 다 사라진다.
또 하나의 레테는 잠의 신 동굴 속에 있다. 정적 뿐인 이곳엔 레테만이 흐른다.
마지막 레테. 망각의 강을 건너고도 이승의 기억을 뱉어내지 못한 영혼을 위한 레테의 의자다.
저승신 앞에 있는 이 의자에 앉으면 이승의 기억은 더이상 영혼을 괴롭히지 않는다.
살다보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다.
그것이 나로 인한 것이든, 다른 사람이 안겨준 고통이든 온전하게 다 지우고 싶은데,
어느 순간 폭풍처럼 떠올라 머리 끝을 세운다.
나이 들수록 좀전 일은 잊기 일쑤면서, 지나간 일들은 왜 자꾸만 또렷이 되새겨지는지.
요즈음 가끔 이 마법 같은 '레테의 의자'가 필요할 때가 있나보다.
내 속의 기억들 중 품고 싶은 기억만 꺼내어놓고 이 마법 의자에 앉아봐도 좋을 것 같다.
아픈 기억은 그렇게 다 떠나보내고 아름다운 추억들만 다시 머리에 들인다면 어떨까.
크림소다빛 구름이 하늘을 살짝 장식하는 오후, 멀리 들리는 낡은 자동차 소리가 잠시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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