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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삶과 사랑 사이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박재삼


네 집은 십 리 너머
그렇게 떨어진 것도 아니고
바로 코앞에 있건만
혼자만 끙끙
그리울 때가 더 많았다네.

말 못하는 저 무성한
잎새들을 보면
항시 햇빛에 살랑살랑
몸채 빛나며 흔들리고 있건만.
말을 할 줄 아는 심중에도
도저히 그렇게 되지를 않으니.

대명천지에
이 캄캄한 구석을
내보이기가 민망하던
아, 서러운 그때여.

 

 

 

 

그 건물 코너만 돌면 있을 것 같던 그가

왜 보이지 않았을까.

가슴 온통 퍼덕이게 만들던 그에게

왜 말 한마디 던지지 못했을까.

어느 스산함 끝에서 날아간 그를

 마음으로라도 붙들지 않았을까.

 

 

< 지난 여름의 크로이젠슈타인성 (6월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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