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생의 한가운데 (21)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별 그 후 우리 막내가 강아지별로 떠난 지 반 년이 되었다. 14년 넘게 함께 숨쉬고 생활하던 막내의 부재는 여전히 믿기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아니 오히려 녀석을 향한 그리움의 깊이와 슬픔의 무게는 더욱 절절히 곱씹히고 있다.집 안 모든 자리에서 녀석의 모습이 밟히고, 산책하던 바깥 길목마다 녀석의 환영이 걷고 있다. 주방 개수대에 서면 쪼르르 달려와 간식을 기다리며 내 뒤를 지키던 녀석. 화장실에 앉아있으면 아령 장난감을 가져와 바닥에 씩씩하게 굴리던 녀석. 종일 나만 따라다니다가도 밤에는 꼭 남편 옆구리에 파묻혀 잠들던 녀석.모든 생명체에 친화력을 발휘하여 사람과도 강아지와도 잘 어울리던 녀석. 얼마 전 어느 동영상에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눈물을 흘리는 강아지를 보았다. 그때 내 마음을 움켜쥔 것은 떠.. 이별, 너를 보내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한 건 녀석이 떠나기 2주 전이었다.서너 달, 아니 어쩌면 한두 달밖에 견디지 못할 몸 상태였으니까.위중한 질환-어쩌면 수의사 오진일 수도-이 아니었음에도 녀석의 몸과 정신은 점점 야위어갔다. 이른 이별을 예감했던 걸까. 떠나기 사흘 전, 나는 거실 바닥에 요를 깔았다.밤에도 또 낮에도 한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 움직임이 차츰 둔화되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금세라도 떠날 듯 잠만 자는 녀석을 깨워 물과 미음을 먹이면서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그날 새벽 2시, 녀석을 안아 다독이며 잠을 청했다.그리고 안개 짙은 새벽 6시반, 녀석은 자던 자리에서 40-50cm 떨어진 바닥에 홀로 누워있었다.왜 거기 있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애가 어떻게 거기까지 갔어.녀석의 심장이 갑자기 고.. 우울한 오늘 2020년 3월 30일.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 이 시각, 난 LOT폴란드항공의 부다페스트행 기내에 앉아 있어야 한다. 너무도 힘겨운 2019년을 지내면서 꼭 2020년 상반기엔 휴직을 하여 지친 마음에 치유를 주리라 결심했다. 올해 업무가 시작되기 전 휴직원을 제출했고, 이미 발권해 둔 항공권을 떠올리며 숙소를 예약했다. 부다페스트 직항인 폴란드항공의 항공권은 프로모션 기간에 예약한 터라 상상도 못할 만큼 착한 가격이었다. 여행을 가리라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항공 예약이다. 항공사 정보를 자주 확인하는 편이라서 여행 가능 시기에 여행지의 특가항공권이 나오면 바로 예약한다. 그 다음엔 여행지의 호텔이나 아파트를 예약하는데, 항상 무료취소가 가능한 조건을 선택한다. 같은 숙소라도 무료취소 조.. 이 또한 지나갈까 삶은 파도다. 간격과 세기의 차이가 있을 뿐 늘 파도였다. 잔잔함이 꽤 오래간다 싶으면 신기하리만치 기다렸다는듯 덮쳐누르는 큰 파도가 쏟아진다. 난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고 어느 것도 알지 못했는데 삶이 내게 선전포고를 했다. 난 전투를 징글징글하게 싫어하는데 삶은 교묘히 통렬히 난리를 즐긴다. 이미 삶이 내 뒤통수를 쳤는데 어쩌겠어. 최선, 아니 차선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어. 그러나 하릴없는 다짐은 빠진 얼을 제자리에 놓진 못한다. 긴 시간이 필요할 터. 이 또한 지나갈까. 근데, 삶은 이미 여러 번 내게 활을 쏘고 창도 날렸었는데, 또다시 어느 날 심연에서 더 큰 파도를 자아내면 그땐 정말 어찌해야 할까. 정의로운 세상 6월과 8월, 바르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났다. 서럽게 울었고, 한없이 분노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세뇌의 감옥에 갇힌 줄도 모른 채 부정한 신념을 진리처럼 신봉하기도 한다. 그들의 잘못된 믿음은 이생에선 풀어내지 못할 악. 그럼에도 세상은 맑은 물처럼 바르게 흐를 것이다. 사회는 보다 정의롭고 가치있게 진보할 것이다. 세뇌의 감옥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이들보다 그 밖에서 세상을 올곧게 꿰뚫는 이들이 그래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수긍하기 인정하고 수긍하기,포기하고 내려놓기,현실 그대로 바라보기 한없이 그리운 시간들https://stelala.tistory.com/2364585 그순간의 기억은 그대로인데,일렁이는 바람은 차갑기만 하다. 침묵이 긍정은 아니다 말하지 않았다. 누구도 들을 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누구에게도 말할 이유가 없었다. 인간 저마다의 이기심들에, 위선으로 장막 친 탐욕에, 나의 에너지와 진실은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었다. 그들의 잔치에, 악령 쓴 껍데기들에 난 입 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긍정은 아니다. 당연히 이의 없음도, 수용도 아니다. 악마 내가 겪은 생명체 중 가장 저급한 오물, 가장 추잡스럽고 악질적인 인간. 거짓, 위선, 오만, 패악, 조작, 아전인수 속 갑도 못 되는 것들의 더러운 갑질. 적어두고 싶지도 회상하지도 싶지도 않은 시궁창 같은 조악한 자웅.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참고 견디었듯 그 말종의 생명체들을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들은 반드시 벌을 받을 것이다. 그래야만 다시 세상을 향해 밝은 걸음을 디딜 수 있으니까.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