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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생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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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지난 주말, 십수년 만에 광화문 주변엘 다녀왔다. 아니, 다녀왔다기보다 잠시 눈도장만 찍었다는 표현이 나을 것이다. 토요일 오후, 서울 시내가 가장 붐비는 시각에, 우리 가족은 승용차를 이끌고 서울 중심가로 향했다. 귀국한 지 1년이나 되었지만, 한강을 건너 중심가에 갈 일이 없었기에 광화문이나 청계천조차 발걸음을 하지 않은 점을 떠올리며 결행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이 빠르게 실행되기 시작했다. 올림픽대로는 물론, 중심가로 통하는 길들 중 제대로 소통되는 곳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아, 지하철을 타는 것이었어...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고, 천천히 움직이는 차 안에서 거리 구경을 하며 예상보다 늦게 광화문에 도착했다. 교보빌딩 지하에 차를 세우고 광..
벌써 1년 블로그를 손에서 놓은 것이 서너 달인가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글을 올린 날짜를 보니 5월, 그리고 지금은 해가 바뀐 1월. 세월이 뭐 이렇게 눈 떴다 감을 새도 없이 가는지, 서울살이는 여유를 찾기 어렵다.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지만, 정말은 영혼의 여유가 없었다. 일에 쫓기고, 마음을 새치기 당하고, 곁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만 갔다.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온 지 벌써 1년. 1년 내내 서울 생활에 적응하느라 애쓴 큰밥돌과 작은밥돌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나도 4년여만에, 집안 살림과 직장 일을 병행하느라 만만치 않았는데, 잠시 휴식할 즈음, 해가 바뀌자마자 치솟는 눈발과 강추위는 더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이들의 기세에 보기 좋게 나가떨어질 순 없지. 거센 눈발과 매운 추위보..
국립중앙박물관 2006년에 개관한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는 날,경복궁 근처에 박물관이 있던 시절엔겨울이면 한번씩 찾아가곤 했었는데,현대적인 새 박물관은 건물도, 위치도 아주 낯설다. 오후엔 어린이날기념 그림그리기대회까지 열린다니꽤나 복잡하리란 예상을 하고작은밥돌과 단 둘이 박물관 계단을 오른다. 박물관 입구엔 그림그리기대회 접수데스크도 보이고한쪽엔 '이집트 문명전'에 입장하려는 긴 행렬도 눈에 띈다. 우리 것을 알자는 의도로작은밥돌을 데리고 박물관 관람을 시도했는데,고고관, 미술관, 아시아관 등 전시실을 둘러보는 내내녀석은 흥미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유럽 박물관에 익숙해진 탓인지그리스 로마 신화가 없는 우리 박물관엔제대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중국 천지창조 신화 속에 등장하는 '복희와 여와'의 모사본엔 내 눈만 반..
대학로 큰밥돌이 독일과 오스트리아로 출장을 간 사이,작은밥돌과 난5월의 긴 연휴를 보람 있게 보내기로 했었다. 대학로 나들이는 10년만이고,연극을 본 지는 10년도 더 넘었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무대에 올린 연극 '완득이'.17세 고교생이 주인공이라연극을 처음 관람하는 작은밥돌도90분 내내 웃음과 감동에 푹 빠졌다. 자그마한 소극장에서 관객과 호흡을 맞춘 '완득이'.그녀석의 만만치 않은 인생 항로에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아주 썩 괜찮은 날이다.
봄의 한가운데 귀국한 지 어느 덧 3개월이 지나갑니다. 이사하고, 복직하고, 연수 받고...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어요. 밥돌들도 직장과 학교로, 매일 분주한 나날들입니다. 남의 나라로 떠나기 전 30년도 더 살았던 내 나라인데, 거리에서 시도 때도 모르고 울려대는 경적소리에, 실컷 부딪쳐 놓고도 모른 체 시치미 뚝 지나치는 인심에, 여기저기서 터지는 부산스러운 비속어에, 아직도 한 번씩 고개가 돌아가는 걸 보면, 잠시 동안의 타국 생활에서 체득한 인간의 적응력은 상상을 뛰어넘나 봅니다. 타지에서 보지 못했던 벚꽃이 활짝 웃으며 인사하나 싶더니 어느 새 꽃잎이 거의 떨어져 아쉽기만 합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 유럽의 봄과 여름이 그립네요. 아니, 그곳에서 누렸던 여유와 추억이 그립다 해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