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휴일, 체코 국경 넘어 또 1시간. 완만한 언덕 길에 눈이 날린다.
522m 언덕의 '텔츠' 광장엔 16세기에 지은 색색의 건물들이 오도카니 서 있다.
광장에 아무렇게나 뭉쳐 몰아놓은 눈덩이와 세찬 눈발 쏟아지는 잿빛 하늘은
감출 수 없는 텔츠의 겨울을 선연히 드러낸다.
논과 밭과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 김용택, '눈 오는 마을' 중에서 -
뿌연 눈발 속으로 호수 너머 텔츠 성과 성당이 아득하다.
오스트리아 들어오기 직전의 국경 마을 '슬라보니체'에서도
겨울 중턱을 구르는 눈뭉치들이 앞을 막는다.
흰빛 사그라들어 잿빛 도는 눈뭉치엔 어린 날 옆집 녀석의 선한 웃음이 맺혀있다.
남의 국경을 넘나들며 회상의 긴 실을 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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