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십수년 만에 광화문 주변엘 다녀왔다.
아니, 다녀왔다기보다 잠시 눈도장만 찍었다는 표현이 나을 것이다.
토요일 오후, 서울 시내가 가장 붐비는 시각에, 우리 가족은 승용차를 이끌고 서울 중심가로 향했다.
귀국한 지 1년이나 되었지만, 한강을 건너 중심가에 갈 일이 없었기에 광화문이나 청계천조차 발걸음을 하지 않은
점을 떠올리며 결행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이 빠르게 실행되기 시작했다.
올림픽대로는 물론, 중심가로 통하는 길들 중 제대로 소통되는 곳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아, 지하철을 타는 것이었어...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고, 천천히 움직이는 차 안에서 거리 구경을 하며 예상보다 늦게 광화문에 도착했다.
교보빌딩 지하에 차를 세우고 광화문 광장으로 올라갔을 때의 첫 느낌은 '춥고 정신없어'였다.
기대가 컸던 이유일까.
광장 주변 사방으로 쏟아지는 차들은, 전에 텔레비전이나 사진에서 보았던 광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분해하고 있었다.
4년반 전,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서도 느꼈던 산만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광장을 향해 달려드는 듯한 차량들과 세찬 바람, 스산한 분위기와 갑작스레 낮아진 기온.
낭만을 기대했던 광화문 광장은 이미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긴 역사를 지닌 유럽의 광장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탓일 수도 있다.
나폴리 플레비시토 광장, 브뤼셀 그랑플라스, 세비야 에스파냐 광장의 공통점은 역사와 전통과 사연이 있는 건축물이
광장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광장은 때론 서사시가 되고 때론 축제가 되고 때론 젊음이 된다.
문명의 상징인 자동차가 광장을 위협하며 시야를 방해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따스한 4월이 되면 지하철을 타고 꼭 다시 광화문 광장엘 가야겠다.
꽃이 피고 봄 내음도 피어나면 광장을 향한 내 마음도 환히 피어나리라.
아, 또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주요 배경이었던 청계천도 빼먹지 말아야지.
그땐 그제처럼 디카를 꽁꽁 숨겨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