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정말 어디론가 멀리 떠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피서가 아닌 여름 여행을 떠나고픈, 또 떠날 수밖에 없는 시절이다.
그런데, 떠나고 싶은 그 '어디론가'가 '멀리'라면 상황은 아주 미묘해진다.
항공기로 10시간은 날아가줘야 하는 곳, 즉 유럽이 돼버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이라는 시간과 공간은 꽤나 냉혹하고 위험천만하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때다.
그렇다면, 자신과 타협해야 한다. 비행 거리 짧은, 가까운 곳으로 가자. 그래야 기간을 줄일 수 있으니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아시아가 현답이다.
홍콩에 대해 아는 건 10-20대에 본 홍콩 영화가 전부다.
그렇지만, 제대로 본 홍콩 영화도 몇 편-난 그당시 영화 말고 야구를 보았다- 안 되다보니 오래 전에 본 영화 속
홍콩이기억 속에 남아있을 리 없었다. 익숙한 유럽과는 달리 홍콩은 모든 것이 생소했다. 다 새로 시작해야 했다.
올 봄에 항공권을 예약했고, 여름 초입엔 홍콩 호텔을 예약했다.
홍콩여행 가이드북을 준비했고 홍콩 관광청과 마카오 관광청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여행 책자를 주문했다.
홍콩 영화 '첩혈쌍웅'의 줄거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고,-다시 보니 기억이 난다- '중경삼림' DVD를 보았으며,
몇 년 전 오스트리아에 살 때 인터넷 KBS 다시보기로 시청했던 드라마 '태양의 여자' 속 홍콩도 다시 확인했다.
홍콩 여행 카페와 홍콩 관광청 블로그를 들락거리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탐색에 열중했다.
기다림은 길지만, 다가온 여행의 시간은 찰나처럼 후딱 지나간다.
미리 인지했건만 사투를 벌여야 했던 홍콩의 엄청난 여름 날씨. 초고온다습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많은 것들.
한여름 홍콩 속으로, 처음 만나는 아시아 속으로 이제 떠난다.
'표류 > 2011 홍콩'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12 (금) 전 : 마카오, 남부유럽을 찾아 (0) | 2012.02.20 |
---|---|
8. 11 (목) 후 : 미드레벨 그리고 센트럴 (0) | 2012.02.20 |
8. 11 (목) 전 : 리펄스베이와 스탠리 (0) | 2011.09.23 |
8. 10 (수) 후 : 침사추이의 고온다습 (0) | 2011.08.18 |
8. 10 (수) 전 : 홍콩으로 비상하다 (0) | 2011.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