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 둘째날, 잠시 뒤척이다 눈 뜬 아침, 아주 맑진 않지만 괜찮아보이는 날씨다.
오늘은 홍콩 호텔에서 처음 1박을 한 날이라 일단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해보기로 했다.
유럽에서 여행을 다닐 때는 항상 조식이 포함된 호텔을 예약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했었는데,
홍콩 여행을 준비하며 예약사이트에서 본 홍콩 호텔들은 조식이 포함된 호텔이 흔하지 않아 별 선택권이 없었다.
크지 않은 호텔 레스토랑엔 식사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조용하고 한산했다.
여유있게 식사를 즐기기엔 딱 좋다. 그러나 레스토랑이 한가한 이유를 우린 금세 알아버렸다.
가격에 비해 다양하지도 맛있지도 않은 음식들. 아, 역시 유럽 호텔 조식이 최고인데 말이다.
9시반, 호텔을 나섰다.
거리엔 중국을 연상시키는 것 같으면서도 런던의 빨간 2층 버스를 떠올리게 하는 빨간 택시들이 습도를 가르고 있다.
리펄스베이 행 260번 버스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는 우리 앞에 바로 멈춰선다. 근데, 2층 버스가 아니네.
20여분 후 도착한 리펄스베이,
바닷가 전망 좋은 자락에서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아파트가 보이자마자 바로 버스에서 내렸는데, 알고보니 한 정거장 앞서
하차했던 것이다. 기세등등한 고온다습이란 녀석과 싸워가며-사실 한 정거장의 거리는 엄청나게 짧음- 비치에 도착한 순간,
벌써 기진맥진한 우리.
아침인데도, 발걸음 옮기기가 엄청나게 덥고 힘들다.
서울의 여름은 차라리 온순한 편, 홍콩의 여름 습도는 정말 파격적이었다.
두 남자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뛰어본다. 바다 보기는 좋아하지만 바다에 들어가기를 즐기지 않은 나는 그저 구경만.
잠시 비치를 즐긴 후, 우린 스탠리 행 6번 2층 버스에 몸을 올렸다. 15분 후 스탠리다.
스탠리는 스탠리 마켓이 조성되어있고 머레이하우스와 틴하우사원 등의 볼거리가 있는 곳인데, 홍콩의 도심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은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미 기후에 지쳐있었던 우리는 시원한 스탠리의 실내 마켓 구경을 하며 원기를 다시 보충, 스탠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바다 위엔 무언가 유서 깊은 건축물이 보이기도 했는데, 몸이 힘드니 그 정체가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제 무조건 쉬어야 해.거리에 늘어선 실내+야외 카페 중 하나를 골라 안으로 들었다.
실내와 야외의 구분이 지어지지 않는 10여평 남짓한 카페엔 무려 6대의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다.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냉기까지 감안하면 그 정도의 전력은 필요한 듯했다.
시원한 냉기와 함께 부여된 음료수, 이제 다시 충전해야지.
날은 푹푹 찌는데 하늘은 우리나라 가을처럼 맑기도 하다.
고온다습의 정점을 찍기 전이었으나, 다들 에어컨 돌아가는 실내로 안착했는지 거리는 상당히 한산하다.
리펄스베이와 스탠리를 훑었으니 다음 목적지는 센트럴과 소호 지역이다.
다시 6번 2층 버스를 타고 센트럴로 가는 길, 절벽의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기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간다.
불치의 안전불감증에 걸린 듯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달려대는 버스.
휘청거리는 2층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그 시간들은 다시 떠올려도 아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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