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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7. 22 (화) : 4년 만의 외출

# 갈 수 있을까, 가도 될까

 

4년 만에 유럽을 찾기로 결정한 건 통과의례가 지나간 바로 직후인 올해 1월말이다.

가족 모두 함께 움직이고 싶었지만, 몇 개월 후의 일정을 예상할 수 없는 남편은 여행 여부가 불투명했고,

또한 울강아지 돌볼 사람이 필요했기에 남편은 남고, 아들과 나만 떠나기로 했다.

 

해외여행 준비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항공권 예약이다.

전보 발령을 받아 조금 먼 새 터에 마음을 꾸리기 시작한 2월 말, 7월22일에 서울을 출발하는 항공권을 손에 넣었다.

여행 준비-난 여행 준비 자체를 아주아주 즐기는 성격-를 하다보면 시간은 후딱 흘러간다.

항공권 예약 직후부터 불붙었던 준비 열정이 막상 여행에 임박하면서 조금 시들해지는 상황이긴 했지만, 여전히 즐겁고

설레는 마음이었던 7월 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당장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여행 포기를 두고 오락가락하다 여행 취소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 반발하는 아들. 서로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보름 간의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공항버스 차창

# 출발하는 날

 

7월 22일, 자정 임박하여 출발하는 에미레이트 항공.

그런데, 그전날까지 화창하던 날씨가 출발 당일이 되자 나빠지기 시작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우리 동네는 물론 인천공항에도 오후 5~6시부터 비 올 확률이 90%가 넘었고, 인천공항의 바람과 뇌우도

심상치 않았다. 어렵게 가는 여행인데 이러다가 출발도 제대로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안고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공항버스 타러 가는 도중엔 선글라스를 두고 온 생각이 나서 면세점에서 새로 구입하라는 아들녀석의 말을 뒤로 한 채,

빛의 속도로 전력질주하여 다시 집에 다녀오기도 했다. 가져가려는 그 선글라스도 얼마 전에 새로 산 거거든.

 

퇴근 시각이라 올림픽대로의 정체는 끝이 없고, 버스에 오를 때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비는 빗줄기가 되어 차창을 두드렸다.

그런데, 다행히도 인천공항에 가까워질수록 빗줄기가 약해지더니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정말 정말 다행이야. 한여름 성수기였지만 늦은 저녁의 인천공항은 아주 한산했다.

에미레이트 항공 체크인데스크에서 바로 탑승권을 받아들고 출국검색대까지 통과한 후 마주한 면세점은 거의 문을 닫은 상황.

 

인천공항

국적기가 아닌 외항기의 탑승구엘 가려면 셔틀트레인을 타고 가야 한다.

2010년 헬싱키 행 핀에어를 타러 갈 때도 그랬고  2013년 1월 오사카 가는 피치항공을 탈 때도 그랬다.

셔틀트레인 타러 가는 길에 만난 대형 광고화면 속의 축구선수 이청용, 실물보다 아주 훌륭하게 찍혔다.

 

인천공항

# 파리를 향한 첫번째 항공기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에 도착한 우리는 인터넷 면세점에서 구입한 면세품을 받기 위해 탑승동의 면세품 인도장에 들렀다.

뭐, 아쉽게도 내 것은 없지만, 두 인터넷 면세점에서 경쟁하듯 쏘아대는 적립금과 쿠폰을 챙겨 물품을 구입하면 어마어마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건 진리.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본능, 아, 배가 고픈거다.

점심식사를 늦게 했기에 집에서 출발할 때 저녁을 안 먹고 나왔던 것.

물론 비행기를 타면 바로 식사를 준다는 건 알지만, 2시간을 기다릴 순 없었다.

그리하여 탑승동의 음식점들을 탐색했지만,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라 대부분 영업이 끝난 상태라서 우린 간단히 햄버거-

음료 없이 감자튀김도 없이 정말로 햄버거 하나만-만 흡입했다.

 

에미레이트 항공

122번 게이트 앞엔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다. 두바이행 A380 항공기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상황.

앞에서 나는 남편과 통화를 하면서 똘이의 안위에 대한 엄포를 주고, 또 지인들과도 여기저기 톡을 날려대며

유럽여행의 시작을 보고했다. 아들녀석은 새 선글라스에 얼굴을 들이대며 친구들과 선배들과 연락을 나누고 있다.

 

출발 40~50분 앞둔 시각, 이제 파리를 향한 첫번째 항공기, 두바이 행 항공기에 탑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