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가장 안전한 항공사 5~6위로 손꼽는 에미레이트 항공은 A380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항공사다.
A380기는 에어버스사가 제작하는 2층 구조의 초대형 항공기이며 우리가 앉게 될 이코노미석은 다른 기종의 항공기에 비해
간격이 더 넓다고 한다. 파리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두바이까지 한번, 파리까지 또 한번 이렇게 두번 A380기를 타야 한다.
여름 성수기라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는 A380기의 이륙이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다른 항공기에 비해 넓다고는 하지만, 이코노미석은 역시 이코노미석이다.
자정 즈음 출발이라 대체로 비행기에서 잠을 거의 못 자는 나도 3-4시간을 잘 수 있었던 건 장점이긴 했지만, 좁은 자리에
앉아 먹고 자며 두바이까지 날아가는 9시간을 견디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4년 전에 비해 체격이 커져 어른이 된 아들녀석-예전엔 비행기 체질이었다-은 좁은 좌석을 더욱 힘들어했다.
다른 외항기에 비해 볼 수 있는 영화가 더 많은 듯했지만, 이륙 1시간후와 착륙 2시간전에 제공되는 주문식(저칼로리식)도
별 맛이 없었다. 두바이까지 가는 항공기에서 우리 자리는 가운데 통로쪽 4좌석 중 왼편 두 자리였는데, 오른편 두 자리에
앉은 노부부는 정말 점잖으셨다. 조용히 드시고 조용히 주무시고, 옆 자리에 아무도 없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 두바이 공항
9시간을 날아 두바이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4시. 서울은 두바이와는 5시간, 파리와는 7시간의 시차가 있다.
핀에어를 탔다면 헬싱키에 도착할 시각이고 에어프랑스나 대한항공 직항을 탔다면 파리 도착 한두시간을 앞둔 시점이지만,
우린 4시간을 기다려 또다시 파리행 항공기를 타야 한다.
항공기에서 내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면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두바이 공항 면세점이 등장해준다.
여긴 인종전시장인가봐, 정말 다양한 얼굴빛을 띤 사람들이 면세점과 탑승구 주변을 맴돌고 있다.
# 파리까지 가기 힘들어
4시간 대기 후 탑승한 파리행 항공기도 탑승객들이 가득하다.
서울에서 출발한 항공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랍인들이 아주 많다는 것. 가운데 4좌석 중 오른편 두 자리가 우리 자리다.
그런데, 내 왼쪽에 앉은 8-9세의 아랍여자아이가 7시간 비행 내내 나의 잠과 휴식을 방해한다.
주의력결핍 집중력장애인지 대놓고 빤히 쳐다보기, 팔로 툭 치기, 내 자리까지 다리 올리기, 내 모니터에 플러그 꽂기 등을
예사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하지 말라고 눈으로도 경고하고 직접 말로도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같은 행동을 한다.
그 옆의 엄마인 듯한 여인네는 검은 차도르 복장을 한 채 테이블 위의 책-아마도 코란인 듯-에만 눈을 두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앞줄 좌석과 왼쪽줄 좌석에 아랍 어른 남자 하나와 여인 둘이 있었고 정신없이 시끄러운 아이들도 너덧명이
있었는데, 혹시 일부다처 가정인가 했다는...
예전에 오스트리아에 거주할 때 보면, 시내에서 무단 횡단을 하거나 대중교통에서 떠드는 무리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아랍인과 중국인이었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질서 의식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희박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그랬나 보다.
(8월에 서울로 귀국할 때 두바이발 인천행 비행기는 통로를 돌아다니며 떠드는 아랍인들로 시장통 같았다.)
# 파리 샤를드골공항
힘겹게 7시간을 버틴 우리는 파리 샤를드골 2터미널에 도착했다.
9년전 비엔나에 살며 파리로 왔을 때 도착했던 곳과 다른 느낌인데, 그땐 1터미널이었나.
엄청난 인파 속에서 짐 찾는데 40-50분이 걸렸고 에어프랑스 리무진버스 승차장을 찾아 30분 간격의 4번선 버스를
기다리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린다.
근데, 이 버스, 리무진버스 맞아? 앞뒤 좌석 간격이 좁아도 너무 좁아~
2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15-20분 거리의 1터미널을 지나 중심가를 향해 달린다.
교통 체증이 만만치 않은 파리 중심가를 지나 버스의 첫번째 정류장인 리옹역에 우리는 하차한다.
'표류 > 2014 파리·스부·잘츠·빈' 카테고리의 다른 글
7. 24 (목) 전 : 오르세, 별이 빛나는 밤 (0) | 2014.08.24 |
---|---|
7. 23 (수) 후 : 파리 베르시 빌라주 (0) | 2014.08.17 |
7. 22 (화) : 4년 만의 외출 (0) | 2014.08.16 |
2014년 여름 : 프랑스·오스트리아 여정 (0) | 2014.08.16 |
기다림 (0) | 2014.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