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이 되었다
서울을 떠난 날이 7월 22일 밤이었는데, 벌써 8월이 되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는 내팽겨두고 살다보니 시간 흐르는 줄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완전 내 체질.
오늘도 5시에 기상이다. 시차 부적응도 아닌데, 자꾸 새벽에 눈 떠지는 건 무슨 이유~
빈은 여름엔 워낙 일찍 해가 뜨는 동네라 서머타임을 적용해도 새벽 5시면 이미 훤하다.
아침식사를 한 후 또다시 EUROSPAR엘 들러 이것저것 사들인다. 빼놓을 수 없는 아침 일과다.
벨베데레 전투 이후 굳이 아들과 동행할 필요성을 버린 나는 쿨하게 물어본다.
"중앙묘지 갈래?", "아뇨, 엄마 혼자 다녀오세요." 예상했던 답이다. "그럼 오후에 빈숲 갈래?" 거긴 가겠단다.
숙소 앞에서 37번 트램을 타고 쇼텐토어에 내려 어제는 운행하지 않던 71번 트램을 탄다.
71번의 종점은 중앙묘지 3 Tor이고, 음악가 묘역엘 가기 위해선 2 Tor에서 하차하면 된다.
트램 내부엔 차 있는 자리보다 빈 좌석이 더 많았다.
# 함께 잠들어있는 위대한 음악가들
하늘은 흐리고, 땅은 고요했다.
중앙묘지 2문의 오른편엔, 탁한 하늘빛과 대조되는 빛깔의 꽃 가게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상 떠난 자들이 잠들어있는 거대한 지하도시엔 여행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만 눈에 띌 뿐이었다.
제2문의 정문을 들어서 조금 걷다보면 왼편으로 Musiker라는 푯말이 보이고, 이를 따라가면 음악가들의 묘역이다.
중앙묘지는 원래 시내 곳곳에 흩어져있던 묘지를 이곳에 한데 모아 조성하였다고 하는데, 오스트리아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세상을 먼저 살았던 빈 시민들이 영면하고 있는 곳이다.
음악가 묘역의 초입에 들어서면, 중심에 자리한 청동소녀상이 올려져있는 독특한 묘가 바로 모차르트의 가묘다.
실제 모차르트는 사후 성마르크스(St,Marx) 묘지에 던져졌는데 그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고 한다.
# 묘지처럼 공원처럼
중앙묘지엔 지금까지 대여섯번은 방문한 것 같다.
뭐 여러 번 왔던 곳이지만 그래도 기념이니 사진을 찍으려는데, 71번 트램을 함께 타고 온 중국인 커플이 각각의 묘 앞에서
아주아주 오랫동안 머물러주신다. 음악가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그들을 피해 사진을 찍으려니 참 고단하다.
음악가 묘역을 떠나 다시 정문 쪽으로 되돌아오다가 재채기를 해대는 나를, 근처에 있던 오스트리아 남자가 쳐다본다.
아주 춥다고 말했더니 유쾌한 독일어로 뭐시라뭐시라 말을 내뱉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
날씨가 맑았다면 묘지라기보다 공원이란 말이 더 어울렸을 곳이다.
# 숙소 근처 피자가게
다시 71번 트램과 37번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2004년 오스트리아에 여행 왔을 때 들렀던 구시가의 맥도널드가 보인다.
그때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아들녀석은 맥도널드 해피밀세트 하나에 엄청나게 즐거워했었다.
숙소 앞에 도착한 나는 3층에서 놀고 있는 아들녀석을 불러냈다.
그 옛날 녀석이 좋아했던 해피밀세트만큼이나 지금 좋아하는 피자 사러 가자고.
숙소 근처엔 피자가게가 있었는데, 직접 사러가면 피자 한 판이 5.5유로다.
가게에 들어가 두 판을 주문하곤 잠시 기다려 챙겨온 유럽식 피자가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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