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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7. 31 (목) 전 : 사라진 71번 트램

EUROSPAR

# 새벽 4시의 알림 소리

 

새벽 4시,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다. 카톡 알림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중요한 메시지였기에 얼른 답장을 주고 받은 후 남편과도 안부 메시지를 교환했다. 잘 지내고 있다고~

오늘도 맑지 않은 하늘, 내가 사랑하는 치보 카피시모에서 캡슐커피 한 잔을 내려 향긋한 식전 커피를 마셨다.

 

EUROSPAR

아침식사 후,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또 EUROSPAR엘 들렀다.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닌가.

매일 가더라도 마트 구경은 정말로 즐겁다. 특히 감자와 양파, 채소, 유제품 등은 품질도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하다.

맥주와 음료, 모짜렐라, 버섯, 토마토, 샐러드야채 등을 사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트램을 타러 간다.

 

숙소 앞 트램 정류장

# 71번 트램의 행방

 

오늘 오전의 행선지는 11구에 위치한 중앙묘지다.

EUROSPAR 앞에서 37번 트램으로 쇼텐토어까지 간 후 다시 71번을 타면 중앙묘지까지 데려다준다.

트램이 지하철보다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만 천천히 바깥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어 우린 트램을 더 선호한다.

 

쇼텐토어 트램 정류장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71번 트램.

정해진 시간에 따라 정확히 움직이는 빈의 대중교통수단이 이렇게 오지 않을 리가 없는데.

그제서야 올려다본 머리 위의 작은 전광판엔 71번 트램을 운행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건 또 뭔일이래, 사고 났나, 중앙묘지는 자연스레 연기가 되었고 이에 아들은 환히 밝은 표정이다.

 

부르크극장
빈 시청사
빈 시청사 광장

# 구시가 거닐기

 

빈에 오면 자주 들르게 되는 구시가. 중앙묘지가 무산되는 바람에 예정에도 없이 오늘도 1구 행이다.

빈 시청사 광장엔 여름날의 가장 큰 축제인 '필름페스티벌'이 한창이다.

물론 '필름'은 해가 질 무렵부터 상영되나, 오전인데도 광장의 탁자 위엔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미리 맛보고 있다.

 

국회의사당
미술사박물관

빈 시청사를 지나, 지혜의 여신이자 정의로운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가 지키는 국회의사당 앞을 거닐어본다.

'아테나'는 빈의 중심에 늘 살아 깨어있어, 빈의 시민들-정치인이 포함된-을 언제까지나 일깨워주는 듯하다.

늘상 '살기 좋은 도시' 최상위권-몇년째 1위다-으르 지키고 있는 빈이 부러울 따름이다.

어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에 마주한 쌍둥이건축물인 미술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을 지난다.

 

왕궁

이어서 펼쳐지는 공간은 호프부르크, 즉 왕궁(황궁)이다.

신왕궁 앞엔 많은 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주차장이 있는데, 빈에 살 때 애용하던 무료주차장이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왕궁의 웅장한 위용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왕궁
미술사박물관 앞의 집시
도나우젠트룸

# 다시 도나우젠트룸

 

왕궁 문으로 돌아나와 트램을 타러가는 도중, 미술사박물관 앞에서 10대 소녀 두엇이 아들에게 꽃을 내민다.

빈에 살던 예전은 물론, 4년 전 빈에 여행 왔을 때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아들녀석이 단호하게 '노'라고 외치니, 두말없이 가던 길을 가는 집시소녀들.

긴 머리의 이 집시소녀들은 보통 '선물이야, 무료야'하며 꽃을 건넨다고 하는데, 그말은 당연히 거짓이다.

꽃을 받는 순간, 꽃값을 강제로 내게 만든다고 하니 여행객들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점심식사를 위해 다시 U1을 타고 Kagran역에 있는 도나우젠트룸으로 간다.

예전에 자주 들렀던 중국식당을 찾아보는데 어찌된 일인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