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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7. 31 (목) 후 : 훈더트바써의 흔적

슈베덴플라츠

# 슈베덴 플라츠

 

도나우젠트룸엔 자주 가던 중국식당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그자리엔 회전초밥집이 새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 가게가 그리웠는데, 하는수없이 회전초밥-맛은 괜찮음-을 먹은 후, U1를 타고 슈베덴플라츠에 하차했다.

근처에 도나우 운하가 자리한 이곳에서 트램 1번을 타면 쿤스트하우스와 훈더트바써하우스로 갈 수 있는 것이다.

 

트램 1번을 타고 라데츠키플라츠에 내리면, 훈더트바써하우스와 쿤스트하우스 빈을 가리키는 푯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를 따라가면 딱 쿤스트하우스 빈을 발견할 수 있다. 

'쿤스트하우스 빈'은  건축가 훈더트바써가 설계한 미술관으로, 2층과 3층엔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쿤스트하우스 빈
쿤스트하우스 빈
쿤스트하우스 빈

# 훈더트바써의 흔적

 

'쿤스트하우스 빈'은 내부 전시관에 입장해 본 적은 없지만, 이 건축물 역시 수없이- 10번쯤- 와 본 곳이다.

늘 외관만을 보고 1층 내부만을 힐끔 들여다보며 또 사진을 찍으며 잠시동안만 머물렀던 곳이다.

오늘 역시 그 과정만을 되풀이하는데도 지겹거나 심심하지 않고 그저 즐겁다.

같은 장소인데도, 기억은 똑같지 않고 기억에 또 새로운 추억을 더하는 느낌이다.

이것이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쿤스트하우스 빈에서 두어블럭 떨어져있는 훈더트바써하우스까지는 친절한 푯말만 따라가면 된다.

지금도 빈 시민들이 살고 있는 시영아파트인 훈더트바써하우스의 디자인엔 직선이 없다.

외관엔 서로 다른 디자인의 창문이 눈에 띄고, 화려하면서도 개성적인 색감은 아파트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

 

훈더트바써하우스
훈더트바써하우스

훈더트바써하우스의 내부는 볼 수 없지만, 훈더트바써 빌리지 건물 내부에선 카페와 기념품점을 볼 수 있다.

훈더트바써의 디자인과 색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곳을 둘러보며 그가 가진 상상력을 엿보는 것도 꽤 괜찮다.

 

훈더트바써하우스 기념품점
훈더트바써하우스 카페

# 소소한 즐거움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트램을 타러가는 중, 눈에 든 거리 풍경이 예쁘다.

화사한 것도 아니고 아리따운 것도 아닌데, 약국 간판이 정겹고 우체국 건물이 반갑다.

빈에 살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수수한 간판과 건물과 거리들을 바라보는 작은 기쁨을 느껴본다.

 

약국
우체국

숙소가 위치한 Spittelau역 바로 앞에 훈더트바써의 소각장이 있다.

역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줄 알았는데, 지하철 출구를 나오다가 이런이런, 우연히 발견했다.

이런 소각장이 시내 한가운데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시각적으로 멋스러운 건 물론이고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건데, 대단할 뿐이다.

그런데, 디자인을 전공하는 아들녀석보다 내가 훨씬 더 즐거워하는 아이러니...

 

훈더트바써가 설계한 소각장
훈더트바써가 설계한 소각장

파스타와 피자빵, 모짜렐라와 김치볶음으로 저녁식사를 알차게 해 치운 후, 나만 홀로 밖으로 나가본다.

그저 동네의 다른 거리를 구경해 볼 참이었는데, 숙소를 나설 땐 내리지 않던 비가 쏟아져버린다.

비 덕에, U-bahn이 지나는 고가도로 아래서 거리를 가만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비는 곧 그칠 것이고 여행의 파노라마는 오래도록 가슴 속에 사무칠 테니까 말이다.